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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집의 살인 ㅣ 집의 살인 시리즈 1
우타노 쇼고 지음, 박재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만나기전에는 몇가지 준비를 해야한다. 무조건 작가와의 두뇌싸움에서 이겨야하기에 작은 것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또 집중해야한다는 마음의 준비는 물론이고, 작가들의 트릭에 쉽게 넘어가는 수가 있느니 꼭 형광펜 하나 정도는 챙겨둬야 한다. 그리고 중요부분엔 포스트 잇 하나 정도 붙이는 것도 잊지 말아야... 그렇게 하더라도 대부분의 독자들은 책을 내려 놓을때 쯤 뒤통수를 어루만지게 된다. 이번엔 그런 일이 없을거야! 라는 다짐도 무의미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시 싸움이 시작된다. 이번엔 우타노 쇼고다!!!
'우타노 쇼고' 라는 이름을 만난건 지난해 여름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아직 그를 만나보지 못했다. 왠지 모르게 그 제목과 표지에 끌려 책을 구입했지만 아쉽게도 아직 펼쳐보질 못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일년을 훌쩍 넘겨 <긴 집의 살인>으로 다시, 처음 그를 만난다. 이 작품은 우터노 쇼고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젊음과 패기로 2개월 여만에 훌쩍 창조되었다는 <긴 집의 살인>은 다름 아닌 시마다 소지의 추천작이기도 하다. 왠지 모를 긴장감속에 '기~~~인 집의 살인'을 펼쳐본다.
'M, 나는 너를 잊을 수 없다. ... 지금, 나는 너를 버리려고 한다. 너와의 인연을 끊고, 다시 무미건조한 세계로 돌아가려 한다. ... 그 녀석만 없다면 우리는 영원할 텐데. 그래, 녀석만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죽인다-? 그러나 어떻게?...' - 프롤로그 中에서 -
이거 프롤로그부터 심상치 않다. 이번에는 꼭 작가를 이겨보겠노라는 다짐은 온데간데 없고 적잖이 당황스러워진다. 도대체 M은 누구고, 그 녀석은 누구이며, 화자는 또 누구일까? 그리고 마리- 는??? 록 밴드 '메이플 리프'는 공연 연습을 위해 에치고유자와라는 마을의 '게미니 하우스'로 향한다. 도고시 노부오와 다섯명의 동료들, 아마도 메이플 리프에게 이번 공연은 마지막이 될 것이다. 취직 등 자신들의 진로를 위해 자신들이 좋아하던 음악조차 내려 놓아야 하는 것이다. 아쉬움속에 마지막 공연을 위해 게미니 하우스에 모인 그들에게 사건이 벌어진다.
빈집털이가 기승을 벌인다는 에치고유자와 마을, 그날 밤 도고시의 행방이 묘연해진다. 그의 짐도 없어지고... 빈집털이의 짓일까? 도고시는 범인을 잡기 위해 사라진 것일까? 하지만 다음날 도고시는 시체로 발견된다. 밀실 살인! 드디어 시마다 소지가 극찬했던 '미스터리 역사상 길이 남을 만한 대담한 아이디어'를 담은 우타노 쇼고식 미스터리가 시작된다. 사건 현장을 찾은 경찰은 85킬로그램의 도고시의 시체를 옮길 수 있는 체격을 가진 게미니 하우스의 주인인 겐조씨를 중요 참고인으로 조사하게 되지만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그리고 5개월 후 살인 사건은 똑같은 형태로 메이플 리프의 또 다른 한명을 죽음으로 몰아 넣는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게미니 하우스에서 찍은 미타니 마리코의 두 장의 사진속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이치노세의 추리처럼 정말 그가 범인일까? 아니면 게미니 하우스의 주인 겐조씨가 범인?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화자는 도대체 누구이고 그가 언급한 그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메이플 리프의 해산과 관련해서 멤버들 사이에 범인이 있는 것일까? 미궁에 빠져드는 사건 만큼이나 독자들은 점점더 미스터리의 늪에 잠겨든다.
<긴 집의 살인>은 '집의 살인' 시리즈의 출발점이다. 괴짜 탐정 '시나노 조지'의 활약이 그려지는 '흰 집의 살인', '움직이는 집의 살인' 으로 이어진다. 시나노 조지, 이 작품에서 그의 등장은 초반 한 장의 엽서를 통해서이다. 이치노세에게 온 이 엽서는 시나노 조지라는 인물이 누구인지 독자들에게 살짝 알려주는 수준에서 머문다. 사건의 중심에 등장할 그를 독자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말이다. 어찌 되었건 미궁에 빠진 밀실 살인, 미스터리는 시나노 조지를 통해 하나 둘 밝혀지게 된다.
시마다 소지의 극찬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트릭과 반전의 묘미를 만끽 할 수 있는 <긴 집의 살인>은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치밀한 트릭과 곳곳에 자리한 다양한 장치들을 교묘하게 연결시켜 미스터리의 매력을 발산하는 작품이다. 시마다 소지를 찾아가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던 작가의 당돌함과 열정, 패기가 고스란히 뭍어나는 데뷔작인 <긴 집의 살인>은 그런 이유로 다소 미스터리의 틀?에 치중해려 했던게 아닌가하는 안타까움이 뭍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에서 일부 독자들은 다소 아쉬운 맘이 들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스터리의 맛에 치중한 조금 미숙한 신인 작가, 지금은 거장이 되어버린 우타노 쇼고의 신선한 작품을 만난다는데 또 다른 매력을 찾을 수 있을것도 같다. '집의 살인' 시리즈가 근간에 독자들을 찾아온다니 더욱 반가운 마음이든다. 괴짜 탐정 시나노 조지, 삐딱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제 그의 매력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 책장에 뭍혀버린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도 다시금 빛을 볼 수 있을것이다. 시나노 조지, 그렇게 명탐정이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