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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침과 기도
시자키 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중독! 또 한 명의 신인작가가 '중독'이란 이름을 새삼 되뇌이게 만든다. 내놓으라하는 명실상부한 일본 미스터리의 대가들의 이름들 사이로 '시자키 유'라는 낯선 이름, 그의 이름이 바로 그렇게 만든다. <외침과 기도>라는 제목을 가진 시자키 유의 첫 미스터리 단편집은 이 작가의 이름을 몇번이나 입끝에 맴돌게 만든다. 왜? 이제 그와 이 작품이 가진 매력이 무엇인지 만나보자. 미치오 슈스케를 처음 만났을때 그런 느낌?!! 하지만 미치오 슈스케와는 전혀 다른 색다른 미스터리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시자키 유, 그에게 달려간다.
'사막을 달리는 뱃길', 주인공 사이키는 잡지사의 기자이다. 해외 동향을 분석하는 정보지의 입사 3년차인 사이키는 취재를 위해 번번히 해외로 파견된다. 이번에 그가 찾은 곳은 아프리카의 광활한 사막! 7개 국어에 능통한 사이키는 이 책 <외침과 기도>에서 추구하는 여행 미스터리의 적임자임이 분명해보인다. 사하라 사막의 한복판에 있는 소금 채굴 촌락과 도시를 오가며 물자와 소금을 교역하는 상인들의 행렬에 동참하게된 사이키. '사막의 배'라고 불리는 낙타와 이국적인 풍경들 속에서 살인의 전주곡은 서서히 고개를 든다.
젊은 작가, 시자키 유! 채 서른도 안된 이 작가는 단편 '사막을 달리는 뱃길'을 통해 제5회 미스터리즈 신인상을 수상하게 된다. 심사위원들의 격찬을 받으며 만장일치로 수상하게 된 시자키 유. 이후 '사막을 달리는 뱃길'과 함께 네 편의 단편이 수록된 <외침과 기도>는 '2010 아마존 에디터가 뽑은 문학 1위'를 비롯해 수없이 많은 상을 휩쓸게된다. 무엇이 그토록 그의 작품들을 극찬하게 하고, 독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짧은 단편들로 미스터리가 가진 매력을 채우기에 부족함을 없었을까? 여러가지 궁금증이 시자키 유의 이름속에 묻어난다.
'사막을 달리는 뱃길'을 비롯해 '하얀 거인', '얼어붙은 루시', '외침'과 '기도'로 이어지는 시자키 유의 이 독특한 미스터리는 우선 '여행' 이라는 색다른 소재와 '특별한 공간'들을 배경으로 등장시킨다는 특색을 지닌다. 아프라카 대륙의 사하라 사막에서 스페인, 러시아, 아마존 밀림, 동남아시아의 이름없는 작은 섬에 이르기까지... 이국적인 풍경들과 미스터리의 조합이라는 독특한 시도가 가장 먼저 독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물해준다. 단순히 이름만 바꿔가며 비슷비슷한 공간과 시간속에서 미스터리를 헤엄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색다른 즐거움이 느껴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주목할만한 것은 바로 시자키 유만의 독특한 묘사와 표현이다. 단편으로 꾸며진 작품들이다보니 미스터리가 가져야 할 반전과 트릭이라는 부분이 약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 작품이 충격 정도는 아닐지 몰라도 반전의 묘미를 빼놓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그 무엇이 그의 작품속에 담겨져있다. 그것은 바로 묘한 느낌을 전해주는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이국적인 풍경들을 따스하고 낭만적으로 그려내는 작가의 표현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전 미스터리들의 배경과 분위기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이질감을 줄 수도 있는 다양한 시공간적 배경이 어색함 없이 오히려 색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오도록 만드는 작가의 문장력이 돋보인다.
<외침과 기도>는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다양한 장르적 특성들을 골고루 담아내고 있다. 종교와 전설, 과학, 환상 등 다양한 시도와 작가의 열정이 고스란히 책속에 투영되어 있는 매력있는 작품이다. 미스터리의 매력중 하나인 서술트릭을 통해 짧으면서도 인상적인 느낌을 독자들에게 심어주기도 하고, 환상과 공포를 넘나드는 색다를 경험을 선사해주기도한다.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모습들과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와 내용들이 점점더 이 작가와 작품들을 궁금하게 만든다.
'불어온 바람이 귓전에서 울었다. 꽃보라 치는 경치 속에서 점차 현실의 소리가 되돌아왔다. 그 소리 속에서 언젠가의 정경이 떠오르기를 나는 기도했다.'
마지막으로 시자키 유의 <외침과 기도>속에는 '여운'이 담겨져있다. 이국적 풍경속에서 그려지는 지극히 일반적인 '사람'들의 이야기, 그 사이에 선 여행자이자 이 작품의 미스터리 해결사 '사이키'는 사건을 해결하면서도 일반적으로 미스터리 소설에서 그려지는 차갑고 냉정함이 아닌 인간적인 향기가 뿜어낸다. 그리고 단순히 그런 인간적인 부분들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을 오래도록 그 자리에 머물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드는 여운을 남겨둔다. 이것이 바로 신인작가 시자키 유가 가진 특별함이 아닐까!!
한 권의 책이 깊어가는 가을을 향기롭게 만든다. '시자키 유'라는 이름이 오래도록 그만의 독특한 색깔로 인상지어 질 것 같다. 그리고 여행자 사이키의 또 다른 여행도 궁금해진다. 언제쯤 다시 그 여행에 함께 할 수 있을지 조바심이 든다. 지금까지 어떤 미스터리 소설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특별함을 간직한 <외침과 기도>! 아직 끝나지 않은 미스터리 여행자, 사이키의 행복한 발걸음을 기대해본다. 신비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또 다른 세계로 떠나는 미스터리 여행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