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2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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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차를 운전하다가 갑자기 뛰쳐나온 노루를 친 사람이 있었대. 근데 그 사람은 그 노루를 가지고 집에 와서 가족들이랑 요리를 해먹었다지? 그리고 얼마후 차를 운전하고 가는데... 또 노루가 보이는거야. 그래서 그 노루를 잡아먹을 생각에 액셀을 밟고 노루를 받아버렸대. 차에서 내려 노루를 싫으려고 했는데... 그게 노루가 아니라 어떤 할머니였대. 그게 그 죽은 노루가 사람을 홀려서 한 짓이라나? 그러니까 너두 혹시라도 동물을 치었을때는 그냥 지나치는게 좋아... 쓩~~~'

 

얼마전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다. 요즘 이상하게 새들이 차로 돌진하는 일(몇주새 세번씩이나... ㅠ.ㅠ)이 빈번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해준다. 날아다니는 새를 달리는 차로 잡는 사나이. ㅠ.ㅠ 어쨌든 이런 얘기를 듣고 보니, 에구~~ 가슴이 섬뜩해진다. 우리 주변에서 이런 비슷한 이야기들을 종종 듣게 된다. 무심코 지나쳐버리기도 하지만 가끔 그와 비슷한 상황과 맞닥드릴때면 왠지 온몸에 털이란 털들이 곤두서고 소름이 끼쳐오기도 한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이와 비슷한 괴담이나 무서운 이야기들이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시원하게 해주기도 한다.

 

어느새 2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항간에 떠도는 백가지 기묘한 이야기', '항설백물어' 라는 작품을 통해 일본색이 물씬 풍기는 독특한 괴담들로 그 해 여름 또한 행복했다. 그리고 다시금 그 즐거운 이야기들이 독자들을 찾아왔다. <속항설백물어>는 '항설백물어'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이다. 괴담 수집가이자 작가 지망생 야마오카 모모스케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기묘한 이야기속으로 발검음을 재촉한다. 모모스케와 더불어 다시 모인 삼총사! 잔머리 모사꾼 어행서 마타이치, 여자 인형사 오긴, 변장의 명수인 신탁자 지헤이가 기묘하고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풀어낸다.

 

요괴, 유령, 기묘한 죽음들... 이번 작품속에서도 모모스케는 기묘한 사건들을 불러 모은다. 아니 그의 발걸음 곁에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 모양이다. 돌맹이가 이마에 박혀 죽은 사람처럼 황당하면서도 평범해 보이는 사건이 어느새 일본의 전설속 요괴를 끄집어 내고, 잇따른 화재와 유령선의 등장으로 모모스케와 그의 동료들의 발걸음은 또 다시 분주해진다. 목이 잘려 죽지만 되살아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신(死神)과 유령이 세상을 어지럽힌다. 모모스케의 시선과 발걸음으로 기묘한 사건들이 되살아나지만, 사실 이 사건을 해결하는 중추적 역할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마타이치와 소악당들이다.

 

<속항설백물어> 속에 담긴 일본이란 나라의 괴담들은 역시 '일본적 특색'이 짙게 배어있다. 표지에서 풍기는 일본이란 나라의 색채가 700여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은은한 향기처럼 흘러나온다. 처음 '항설백물어' 시리즈를 만나는 독자들이라면 아마도 초반 조금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명에서 시작해 등장인물들의 이름, 그리고 오랜 시간 일본에서 전해져오는 괴담과 전설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아무래도 낯선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낯설기만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줄 믿는다. 그 이유는 모모스케와 소악당들이 풀어가는 사건들이 일정 패턴을 유지하면서 각 장마다 새로운 사건들을 풀어내기 때문이다.

 





 

'인간의 추악함, 기묘한 이야기로 되살아나다!' 라고 '항설백물어'를 표현했었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괴담이라는 소재를 차용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인간의 추악함이 만들어낸 비열하고 잔인한 그림자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인간'이란 이름을 가진 이들이 요괴나 전설속 기괴한 괴물보다도 더 잔혹하고 추악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속항설백물어>를 통해 일본이란 향기에 취하고, 그들에게 전해져오는 우리와는 차별화되는 독특한 전설과 괴담에 심취하고, 모모스케를 비롯한 소악당들의 활약에 매혹된다.

 

또 하나 이번 두번째 '항설백물어' 시리즈의 특별한 점은, 역시 무심코 만나게 되었던 모모스케와 마타이치를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들의 숨겨진 과거가 밝혀진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야기속에 빠져들다보니 그들의 현재에만 집중하게 되었는데... 이제 그들의 과거속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현재, 멋진 활약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이 <속항설백물어>의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말 또한... 화들짝!! 

'항설백물어'를 만나고 나서 '교고쿠 나쓰히코' 라는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2년이란 시간이 흘렀어도 아쉽게도 아직... 아직이다. 이미 많은 독자들의 엄지 손가락이 세워져 있는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들과 만남을 다시한번 계획해야 할 것 같다. '항설백물어'의 세번째 이야기 '후항설백물어'가 내년 비채를 통해 출간된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오는 듯?하다. 어김없이 내년 여름에도 우리집 평균기온이 조금은 내려갈 듯... ^^

 

책을 내려놓으며 문득, 이런 글이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요즘 너무 힘든 시간들을 보내서인지, 조금씩 지쳐있는 나 자신이 엿보인다. 쳐진 어깨,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생각들, 점점 작게만 느껴지는 자신을 바라보는데 너무 익숙해져가는 듯하다. <속항설백물어>를 읽다 보니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 있다.' 어디선가 이런 말이 들려오는듯 하다. 요괴도, 유령도 우리의 마음이 시키는대로 보이고 반응하는 것은 아닐까?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싶다. 할 수 있다. 내 마음은 이미 그렇게 말한다.

 


'스스로 졌다고 생각하면 진다. 스스로 용기가 없다고 생각하면 비겁해진다. 이기고 싶지만 이길수 없다고 생각하면 이기지 못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다. 스스로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면 남을 앞설수 있다. 인생이란 전쟁은 언제나 더 빠르고 더 강한 사람이 이기는 것만은 아니다. 정말로 승리하는 사람은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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