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페어
하타 타케히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유키하라 나츠미?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새 일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나보다. '살인보고서'라는 작품을 통해 너무나 매력적인 그녀를 만나고, 짝사랑의 설레임처럼 두근대던 마음이 아직도 생생한데 말이다. 그녀의 이름을 듣는 순간! 아~~하는 반가움의 탄성이 절로 새어나온다. 그녀구나! 그녀가 돌아왔구나~!! 형사 유키하라 나츠미, 표지속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이 그녀일까? 네모난 상장를 들여다보는 예쁜 눈이 그녀일까? 서둘러 페이지를 열어본다.

 

쓸데없는 미인, 유키하라 나츠미!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 나츠미를 보고는 누구나 하는 말이다. '쓸데없는 미인!' 경찰 일을 하는데 정말 필요치 않는 그녀의 미모와 육감적인 몸매, 30대 후반의 나이임에도, 술에 골아떨어져 뒹굴어도, 집안도 엉망진창으로 지저분해도, 이 모든것을 커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가진 그녀! 그녀의 파트너인 안도 가즈유키 역시 이 말에 공감! 어쨌든 술해 취해 사경을 헤매는 그녀를 깨우러 안도가 집으로 찾아온다. 신주쿠의 공원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그녀가 출동할 차례인가?

 

페이지를 열자마자 살인사건의 전주곡이 들려온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소녀의 하교길, 공원에서 마주친 낯선 남자, 노출광이라 생각했던 그녀의 생각은 빗나가고 이미 안구가 도려내어진 남자의 시체가 누워있다. '이것이, 리얼리티.... 그리고, 독창성'이라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남자. 그렇게 소녀는 죽음을 당한다. '추리소설' 상권...에서 발췌 했다고 쓰여진 이 글은 단순히 소설의 한부분이 아닌 실제 살인 사건으로 되살아난다. 그리고 소설 뒤에는 범인의 이니셜인듯한 'T. H'라는 글자가 쓰여있다.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

안도와 유키하라가 사건현장에 도착했을때 안도가 작은 책갈피 같은 종잇조각을 발견한다. 거기에는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라는 검은 글씨가 쓰여있다. 이제 이 사건을 경시청 수사 1과 검거율 넘버원 유키하라 나츠미가 풀어나간다. 유키하라가 맡은 살인사건과 더불어 시점은 또 다른 등장인물들에게 이어진다. 출판사 편집자인 세자키 이치로, W대학 문학부 미스터리 연구회 소속의 다구치 가즈시와 가쓰야 리에코, 미스터리 작가인 구루메 류이치로, 그리고 범인 자신의 시선 등 다양한 인물들이 이 살인사건과 연결되어 치열하게 독자들과 두뇌싸움을 벌인다.

 





 

범인은 누구인가? 살인사건의 예고 격인 이 '추리소설' 이라는 작품의 원고를 범인은 경찰과 출판사에 보내고 다음 살인을 예고한다. 급기야 범인은 자신의 작품을 최고가로 낙찰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결국 어쩔 수 없이 범인이 예고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기에 이른다. 리에코에게 전해져오는 T. H. 란 이니셜이 붙은 문자메세지, 세자키를 찾아와 자신이 류이치로의 대필 작가라 말하고 자신의 작가 데뷔를 부탁하는 다구치, 미스터리 작가 류이치로.... 이들중에 범인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하타 타케히코의 '살인보고서'에서도 그랬던것처럼, 그의 작품 속에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비춰진다. 출판계에 뿌리깊은 관행들에 대해서 꼬집는다. 유명 작가들의 이름만 빌린 작품의 대필, 대형 출판사들의 베스트셀러 조작을 위한 사재기와 잘못된 관행들... 더불어 원조교제와 같은 사회 문제들에 대해서도 가차없이 꼬집는다. <언페어>는 그 제목과 같이 수없이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살인사건 현장에서 유키하라가 주웠던 것과 닮은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라는 문구가 담긴 책갈피가 책 속에서 조용히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전개가 불공정하다. 동기에 리얼리티가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은 미스터리 추리소설속 뻔한 장면들을 실랄하게 비판했던 작품이다. <언페어>에서도 사건의 범인은, 아니 작가는 추리소설의 '룰'이라는 말을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랬던것 처러머 뻔한 추리소설의 공식들을 비판하고 있다. 추리소설 속 추리소설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기존 추리소설의 틀을 깨어버리고,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여형사를 등장시켜, 여성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남성 팬들을 그녀의 매력속에 사로잡는다. 하타 타케히코는 리얼리티와 페어게임이라는 독자와의 약속을 과감히 깨어버리는...추리소설의 공식을 떨쳐버린다.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본 풍경을 보고 싶다.'

유키하라가 수사에 들어가기전 행하는 이런 의식 때문에 그녀가 검거율 넘버원을 차지하는 것은 아닐까? 이번에도 역시 그녀의 멋진 활약이 돋보인다. 형사로써 쓸데없을 만큼 아름다운 외모, 한 아이의 엄마, 세상 그 어떤 여자보다도 강한 엄마의 이름으로 유키하라는 또 하나의 사건을 해결한다. 불공정에 대해서 수없이 묻고 있지만 정작 소설 자체가 불공정?하기 만한 이 독특한 작품 <언페어>. 독특한 구성과 시점을 달리해 빠르게 전개되는 구성, 작가와의 치열한 두뇌싸움도 즐거운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오랫만에 다시금 유키하라 나츠미를 만나서 행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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