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데드 Walking Dead 1~5 세트
로버트 커크먼 지음, 장성주 옮김, 찰리 아들라드 외 그림 / 황금가지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온몸을 축 늘어뜨린채 천천히 걷는다, 머리가 잘리거나 총을 맞으면 죽는다, 좀비에게 물린 사람은 다시 좀비가 된다, 자신이 좀비가 되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좀비가 왜 생겨났는지 그 누구도 모른다.' ... 좀비(Zombie)는 살아있는 시체들을 말한다. 주로 영화를 통해서 그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고, 습성이 어떤지 모르는 이가 없을테지만 앞서 말한 몇 가지가 그들에 대한, 영화속에서 비춰지는 모습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들이 왜 나타났는지도, 갑자기 세상이 왜 그렇게 변해버렸는지도 모른채, 사람들은 그들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계속 도망을 다닌다.

 

사실 우리에게 좀비는 그리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처녀귀신, '내다리 내놔!'를 외치던 그 귀신들이 더 오싹하고 무섭운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일본 영화 주온의 그 허옇고 마스카라 짙은 꼬마 귀신이나, TV를 뚫고 나오는 긴머리 귀신도.... 으~~~~ 하지만 외국의 경우는 우리와는 조금은 다르다는 생각이든다. 영화 '28일 후'를 비롯해 '새벽의 저주',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과 같은 좀비영화들을 보면 우리의 처녀귀신 만큼이나 그들에겐 무서운 존재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한다. 우리에겐 귀엽게 보이기까지한 강시가 중국인들에게 무서운 존재인것처럼...




좀비를 다룬 수많은 작품들중 이번에 만난 작품은 <워킹데드>라는 만화이다. 이미 이 작품은 미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져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국내에서도 소개되어 꽤나 많은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직 만나보지 못한 작품이다. 좀비를 소재로 한 만화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했고, 뉴욕타임즈에서 16주간 베스트셀러에 오르면 커다란 인기를 모았다는 이 작품 <워킹데드>는 그래서인지 더 기대가 된다. 언제나 영상보다 종이 내음 가득한 책이 주는 매력이 좋다고 생각하기에 <워킹데드>를 책으로 먼저 만나보게 된것이 조금은 더 기쁨을 준다.

 




 

'내가 좀비 영화에서 가장 싫어하는 부분은 바로 결말이다. 영화가 끝난 후에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늘 궁금하기 때문이다. 설령 모든 캐릭터가 죽는 결말이라고 할지라도.... 나는 영화가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이따금씩 좀비 영화는 감독이 자기가 싫증 날 때까지만 보여주는 한 개인의 삶의 편린 같다는 생각이든다. 그러다 보니 캐릭터를 파악하고 흥미진진한 모험이 시작되자마자 쾅! 슬슬 재이있어진다 싶은 부분에서 짜증나는 종영 자막이 올라오기 일쑤이다.' - 여는 글 中에서 -

 

여는글을 통해 작가 로버트 커크먼은 이렇게 말을 꺼낸다. 좀비 영화 뿐만이 아니라 결말때문에 실망스러운 작품들을 상당히 많이 만나게 된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이런 말을 먼저 제기하는 작가의 당당함이 이 작품을 기대케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이 작품을 통해 좀비 영화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을, 가령 무섭다기 보다는 약간은 바보같은 좀비의 모습, 폭력성과 잔인함이 너무 심하다거나, 작가의 말처럼 황당한 결말 등... 과감하게 떨쳐버릴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도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교도소를 탈출한 탈주범들과의 대치상황에 놓인 경찰관 릭! 그가 바로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다. 탈주범들의 총에 맞고 정신을 잃어버린 릭, 병원에서 캐어난 릭은 병원은 물론, 온 세상이 좀비로 뒤덮혀버린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렵사리 집으로 돌아와 아내 로리와 아들 칼이 애틀랜타에 있는 처가에 갔을거라 생각한 릭은 이내 발길을 그곳으로 옮긴다. 커다란 도로 위를 말을 타고 달리는 도시의 보안관 릭! 하지만 그곳에서도 그를 기다리는 건 좀비들 뿐이다. 위험 상황에서 글렌의 도움으로 어렵게 목숨을 구한 릭은 글렌과 그의 일행들이 살고 있다는 캠프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로리와 칼과 재회하게 된다.

 

자신의 동료였던 셰인의 도움으로 이곳까지 빠져나올 수 있었던 그의 가족들. 이들 캠프에는 데일 아저씨, 캐럴과 딸 소피, 에이미와 안드레아 자매, 앨런과 도나, 그녀의 쌍둥이들이 함께 한다. 이렇게 갑작스레 좀비들의 세상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릭과 그의 가족, 그의 친구들이 기나긴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셰인과 아내 로리와의 부적절한 관계, 좀비들의 습격으로 에이미가 죽게 되고 이내 그들은 캠프를 떠나기로 결정한다. <워킹데드> 그 첫번째 이야기, 좀비 랜드?의 시작은 바로 이러했다.



 


 

두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누군가의 죽음이 있다면 여행에서 또 다른 만남들이 있다. 릭 일행은 타이리스씨가족을 만나 모험을 계속하게 되고 로리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릭에게 알린다. 사냥중 총에 맞은 릭의 아들 칼과 좀비의 습격에 죽음을 맞은 도나. 이야기는 점점더 재미를 더해간다. 계속된 모험속에서 그들의 쉼터로 적합한 교도소를 발견한 릭 일행,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그들이 쉼터로 삼은 교도소에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곳의 죄수들이었던 이들과 함께 지내게된 릭 일행. 하지만 예기치 않은 살인과 사건들이 계속적으로 일어나게 되고 마침내 그들 나름의 규칙을 세우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이라는 강력한 공동체의 규칙이다. 3권 '철창속의 안전'이 이런 내부적 갈등이 서서히 표면화 되었다면 네번째 이야기에서는 이제 그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게 된다. 일행의 리더 역할을 하던 릭 마저 이성을 잃고 난폭해지기도 하고 일행들 사이에서 섹스와 폭력으로 얼룩진 광기가 점점더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추락하는 헬기를 찾아 떠난 글렌과 릭, 그리고 미숀!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건 또 다른 위험 뿐이었다. 정체모를 또 다른 집단에게 붙잡힌 릭, 그들앞에 놓인 거대한 시련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마지막 5권에서 잠시 페이지를 덮는다. 국내에서 출간된 작품은 현재 5권까지 이다. 미국에서는 현재 14권까지 출간되었고, 드라마로는 국내에서 시즌2가 10월 방영을 준비한다고 한다. 새로 이어질 다음 이야기, 영상으로 만나게될 시즌 2! 이 짧은 만남만으로도 너무나 그 시간들이 기다려진다.  

 

'사람들이 극단적인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또 그러한 상황이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탐구하려 한다. 그 탐구는 긴 시간동안 이어질 예정이다.'

 

<워킹데드>를 시작하면서 작가는 그의 작품속에 이런 메세지를 전한다. 단순히 좀비라는 존재의 두려움, 그들과의 대결과 모험속에서 보여지는 잔혹성과 폭력성의 문제들이 아닌 인간이 자신들에게 놓여진 상황속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행동들을 나타나는지를 말이다. 이 문제들은 단지 인간과 좀비라는 단순 대결구도가 아닌 인간이란 존재 자체에 대한 물음이 되지 않을가 싶다.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좀비들, 그들과 다를바 없는 인간들의 행동변화, 결국 인간들이 좀비보다 무서운 존재임을 이 작품속에서도 바라볼 수 있다.

 



 

피를 뿌리고 폭력이 난무한 세상, 그것은 더이상 좀비들과의 사투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사회속에서 벌어지는 인간들간의 전쟁인 것이다. 좀비라는 존재들을 통해서 인간이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사색케하는 잘 만들어진 좀비 영화, 소설들 처럼 이 작품속에서도 깊이 있는 메세지를 전해주고 있다. 단순한 공포를 넘어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삶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인간이 살아가는 이 사회란 무엇인지를 사색케 하는 작품이 바로 <워킹데드>인 것이다.

 



주인공 릭을 비롯해서, 닌자의 모습을 방불케하는 미숀, 왠지 모르게 끌리는 매력을 지닌 글렌, 일행들의 기둥이 되어준 데일 아저씨, 그리고 안드레아... 좀비와의 대결에서도 그렇지만 이들 캐릭터 하나하나가 가진 매력들은 이 책을 만나는 또 다른 재미가 된다. 쉴 새 없이 벌어지는 사건과 사건들, 죽음을 당한 일행들을 대신해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들이 시리즈의 재미속에 독자들의 등을 떠민다.



 

<워킹데드>는 만화라는 장르가 가진 친근하고 가벼운 느낌을 넘어 작가가 담아내고자 하는 사회에 대한, 우리 인간에 대한 메세지들로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감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의 활약과 쉴새없이 벌어지는 새로운 이야기들...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는 부연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이 작품에 대한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 확신할 수 있을것 같다.

 

좀비라는 가상의 존재들이 활보하면서도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전개가 가능한 이유는 아마도 캐릭터들이 맞닥드린 상황과 감정이 적절히 잘 표현된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더불어 생동감 넘치는 그림 또한 한 몫을 하고 있다. 이현세 작가의 '남벌'과 허영만 작가의 '식객' 이후로 이렇게 집중해서 재미있게 만나본 만화가 없는듯 싶다. 아쉬움속에 책을 내려놓으면서 다음 이야기가, 다음 시즌의 드라마가 조금 더 빨리 독자와 시청자들을 찾아와주길 희망해본다. 그리고 아직 만나지 못한 미드 시즌 1을 챙겨보는 것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좀비 소설의 바이블! <워킹데드>와의 행복한 만남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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