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드
무라카미 류 지음, 이영미 옮김, 하마노 유카 그림 / 문학수첩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일본의 'Two 무라카미'라고 불리는 '무라카미 류'의 새로운 작품과 마주한다. 너무나 유명한 작가라지만 개인적으로 무라카미 류의 작품과는 처음 만나게 되는것 같다. 표지를 살짝 펼쳐보면 강한 인상을 풍기는 아저씨 한분이 독자들을 날카롭게 쳐다보고 있다.(근데 문득.... 축구 해설가 신문선氏가 떠오르는건 나 혼자 뿐인가? ^^) 문학적으로, 사회비판적인 내용으로, 다양한 경력과 활동으로 일본 문학계를 이끄는 작가 무라카미 류의 이 작품이 너무나 기대된다. 하지만... <쉴드>를 펼치자마자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아마도 ... 동화??

일본 소설로 분류되어 있는 이 책을 펼쳐보고는 살짝 놀라고 만다. 깜찍한 그림과 함께 등장하는 굵은 글씨들이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문득 '아이들을 위한 동화인가?'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스친다. 책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왠지 그런 느낌이 더 짙어진다. <쉴드>는 아시아 동쪽 끝 어느 섬나라 조그만 마을에 살고 있는 '고지마''가지마'라는 두 소년의 이야기이다.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두 소년, 고지마는 부모님 말씀을 잘 듣고 착한 성격이라면 가지마는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운 성격에 그 누구와도 가깝게 잘 지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전혀 다른 성향의 그 둘은 이상할 정도로 가까운 친구사이이다.

 

'국가나 사회에 이용하기 쉽고 이익이 될 성싶은 아이는 머리가 좋다고 칭찬하지. 그렇지만 국가나 사회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아이는 쓰레기라 불리지. 그렇지만 그런 말에는 아무 의미가 없어.' - P. 26 -

 

서로에게 솔직하고 마음을 터놓고 지내던 두 소년은 어느날 산속에 혼자 살아가는 이름 없는 노인을 찾아가 자신들의 고민... 둘 중 누가더 머리가 좋은가? 어떻게 사는 것이 더 좋은 것인가?... 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고, 노인은 기지마의 애견 콜리와 고지마의 애견 셰퍼드를 통해서 그 답을 전해주려 한다. 하지만 아직 어린 두 소년은 노인이 말하는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 이후 서로다른 성향 만큼이나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소년. 어떻게 하면 '쉴드'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두 소년의 물음표는 계속 이어지고...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한 두 소년은 드디어 노인이 말하던 '방패, 쉴드가 필요해!'라는 말의 의미를 깨닫는데...

 



 

소설이라는 장르적 유혹에 못이겨, 조금은 낯선 이름이지만 그의 인지도에 이끌려 선택한 이 작품 <쉴드>는 전혀 예상치못한 내용과 장르적 모호성으로 당혹스런 첫인상을 남기며 다가왔다. 하지만 동화책 한 권을 읽어 내려가듯 쉽게 눈을 따라 흐르는 내용들에 누런빛을 띠던 표정은 서서히 편안한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바뀌게 된다. 이 작품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로 유명한 켄 블랜차드와 그의 작품들은 떠오르게 만든다. 평범한 이야기를 통해 삶의 의미와 소중한 무엇인가를 깨닫게 만드는 자기계발서와 같은 느낌의 작품인 것이다.

 

<쉴드>는 두 소년, 가지마와 고지마의 성장을 통해 그들의 머릿속에 가득했던 삶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깨달아가는, 독자들에게 인생에 있어 삶의 진행 방향에서 꼭 찾아야하는 보물을 마음속에 간직하게 만드는 특별함을 선물하는 작품이다. 이름없는 노인이 말하던 '소중한 인생의 보물'을, 독자들은  책을 내려놓을때 두 손에 부여 쥐고 있을 줄 믿는다. 앞서 이 작품을 자기계발서 쯤으로 이야기했지만... 다르게 말하면 어른들을 위한 또 다른 '어린왕자'로 불러도 좋을 것 같다. 가장 소중한 것을 찾아나서는 '두 소년의 지구별 여행기'가 바로 <쉴드>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 중심에는 아주 중요한게 있지. 그것은 마음이라고도 불리고 정신이라고도 불리지. ... 과일과는 반대로 너무나 부드럽고 약해. ... 인간은 몸 중심에 있는 부드럽고 연약한 그것을 어떻게든 지켜내야 해. 지키지 못하면 소중한 그것은 차츰 딱딱해지고 줄어들어서 결국에는 말라비틀어진 개똥처럼 변해 버리지. 그렇게 되면 인간은 화석처럼 굳어서 감정도 감동도 경이로움도 생각하는 힘도 다 잃고 말아.' - P. 30 -

 

'방패, 쉴드가 필요해!'

누구에게나 삶의 방패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조차 생각할 여유를 잃어버린 현대인들. 이름없는 노인이 말하던 우리 몸 중심에 있는 그것, 인생의 보물이 이미 딱딱해지고 말라 비틀어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아직 그것을 지킬 자신이 있다면, 아니 그것을 꼭 지켜내기 위해서 오늘도 우리는 느끼고 생각하고 되돌아보는 시간과 당당히 마주서야 할 것이다.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고 무엇인지 모를 삶의 힌트를 손에 거머쥔 것 같은 뿌듯함이 책을 내려놓는 이 시간에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해도 좋고, 우리 삶을 변화시킬 자기계발서라 해도 좋다. 아니 또 다른 어떤 이름이라해도 상관없다. 두 소년의 따뜻하고 감동적인 우정 이야기를 통해서 독자들은 이미 자기 자신만의 '쉴드'를 발견하고 그것을 두손에 거머 쥐게 되었을 것이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를 선사해준 무라카미 류의 또 다른 작품들과의 만남을 계획해야 할 것 같다. 표지를 열었을때 느껴지던 강한 인상과는 전혀 다른 따스함을 간직한 옆집 아저씨같은 그의, 그만의 다양하고 독특한 이야기들을 함께 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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