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8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미안해, 고지마 그리고 '나'!

대왕고래를 닮은 커다란 고래 등 위에 책상을 마주하고 앉아 있는 소년 소녀. 상처를 보듬듯 소년의 얼굴을 향하는 소녀의 손, 수줍은듯 아래로 내린 고개는 순수함 그 자체이다. 너무나 예쁜 표지를 가진, 제목조차 환상적인 <헤븐>이란 책 한권이 앞에 놓여있다. 문득 아이들의 예쁜 성장소설이 아닐까 기대를 해보며 손 자욱을 낸 그 속에는 놀라운?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교복을 입은 두 소년 소녀의 그림속 간격! 그 거리의 의미는 무엇인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우리는 같은 편이야!'

'나'의 표현에 의하면 흐릿하고 작은 생선 뼈 같은 글씨로 쓰여진 종이가 필통속에 보인다. '나'는 다른 아이들과 조금은 다른 눈, 사시로 표현되는 눈 때문에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중학생이다. 그런 나에게 던져진 이 작은 쪽지의 주인공은 바로 왕따의 폭력에 시달리는 같은 반 소녀 '고지마'였다. 고지마 역시 다른 이유로(지저분하고 더럽다) 여자 아이들에게 외면받고 폭력에 희생당하는 소녀였다. 왕따로 맺어진 이 소년 소녀의 인연과 안타까운 따돌림의 모습들이 순수함속에 더러움처럼 대비되듯 솔직하고 무섭도록 섬세하게 그려진다.

 

'친구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어'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은 니노미야가 중심이 된 패거리들이다. 운동도 공부도 잘하고 잘생겨서 언제나 주변에는 아이들이 북적이고 선생님들조차 그 아이를 인정한다. 니노미야 패거리들은 '나'를 사팔뜨기라고 놀리며 분필을 먹게 하고, 온갖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서슴지 않는다. 고지마 역시 냄새나고 더럽다는 이유로 갖은 따돌림에 시달리는데... 그런 소녀가 '나'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작은 쪽지를 시작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편지를 주고 받기 시작하게 된 '나'와 '고지마'는 그렇게 친구!가 되어간다.

 

외로움에 지친 아이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상처를 보듬듯,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따스한 우정을 키워나간다. '나'는 아이들과 다른, 아니 차이가 나는 '눈'으로, 고지마는 아이들과 다른 '그것?'으로 연결되어 그들만의 비밀을 키워나간다. 방학을 맞아 '헤븐'이란 그림을 찾아 나서기도 하고 다른 아이들 몰래 편지와 대화를 주고 받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에 들켜 더 큰 폭력과 상처를 받기도 하는데... 그렇게 지켜오던 그들의 비밀과 우정은 어느 한 순간 또 다른 위기를 맞게 된다. 따돌림이라는 소재를, 작가는 눈을 돌려야 할 정도로 가슴 아프고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상처를 주고 받는 아이들의 심리 또한 순수함과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지도록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상처입은 그 소년 소녀에게 '헤븐'은 존재할까?

 



 

'이지메', '따돌림', '왕따',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네시로 가즈키의 'GO'에서는 재일 조선인에 대한 차별과 따돌림에 대한 이야기가, 미나토 가나에의 미스터리 '고백'에서도 아이를 죽음으로 내몬 보이지 않는 따돌림이, 그리고 하야시 미키의 '미안해, 스이카'에서도 장난처럼 시작된 아이들의 집단 따돌림이 가져온 충격적인 이야기가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왕따, 따돌림의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이로 인한 아이들의 정신적 피해와 자살로 이어지는 폭력들이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복을 찢어 알몸을 찍은 동영상을 유포하고, 잔혹한 폭력에 상상하기 힘든 치욕까지 서슴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 폭력에 희생된 아이들은 어린시절의 이런 상처를 안고 앞으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지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이들의 경우 피해자, 가해자 모두 상처를 안고,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는 데에서 그 문제의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죽음까지 불사할 정도로 커다란 상처를 갖게된 아이들, 자신들의 이런 잘못조차 대수롭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아이들... 모두가 이 사회의 피해자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 연인들한테는 말이야, 아주 힘든 일이 있었어. 아주 슬픈 일이 있었거든. 굉장히. 그렇지만 말이야. 두 사람은 그것을 제대로 극복할 수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지금 두 사람은 최고의 행복 속에서 살 수 있게 되어다는, 그런 이야기야. 둘이 극복하고 도달한,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그 방이 사실은 헤븐인거야.' - P. 62 -

 

'헤븐'을 바라보며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고지마는 어떤 생각을 품고 있었을까?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찬 소녀의 바램이 온전히 유지되고 이루어질 수 있을지 안타깝기까지 하다. 이제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된 입장에서 이런 상처를 가진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스럽다. 그리고 아이들이 앞으로는 이런 아픔에 노출되지 않게 하려면 어떤 노력들을 해야할지, 그들의 상처를 어떻게 어루만져 주어야할지 걱정스럽다. 아프지 않고, 아픔을 주지 않기 위해 어른들이 해야될 일은 무엇일까? 어디에서부터 무엇부터 만들어 가야할까?

 

'사람은 결국 '사랑'을 위해서 태어나는 법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언젠가 그 사랑을 되돌려 받기 위해서...' '미안해, 스이카'에 이런 말이 나온다. 세상에 사랑받지 않은,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지금 사랑받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때가 올것이고, 언젠가 누군가 너를 사랑해 줄 사람이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가장 급선무일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에 사랑스럽지 않은 아들, 딸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소중한 것처럼 반대편에선 '너'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어른들의 불신과 우리 사회의 잘못된 시선과 물질 만능 풍조 또한 아이들의 눈과 행동속에 고스란히 비쳐진다는 사실을 어른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상처와 아픔이 없는 '헤븐'을 선물하는 일, 이 작품을 통해 그 작은 실마리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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