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 수사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 1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관의 피' 그리고 사사키 조!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오르며 최고의 경찰소설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그와 그의 작품은 이미 많은 이들의 사랑과 시선을 받아왔다. 이번에 만나게 된 <제복수사>는 '경관의 피' 이전의 작품이다. 어쩌면 '경관의 피'를 있게 만든 숨은 공신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제복수사>는 '주재 경관'이라고 불리는, 우리로 따지자면 시골 마을 파출소 순경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은, '카와쿠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연작소설이다. 이 작품은 3대에 걸친, 60년이란 시간을 이어져 내려온 경관의 운명을 아픔을 간직한 현대사와 견주어 풀어내던 '경관의 피'가 가진 무게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6천명 정도의 작은 인구를 가진 시골 마을, 시모베츠로 근무지를 배정 받게 된 카와쿠보는 평범해보이는 이 작은 마을에서 전혀 예측 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들과 맞닥드리게 된다. 우리가 흔히 만날 수도 있음직한, 일상 미스터리의 틀을 그리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건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조금은 끔찍하고, 추악한 진실, 가슴 아픈 현실이 숨겨져 있다. 25년이란 긴 시간동안 강력계에서 활동했던 카와쿠보에게 이 조요한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들이 평범하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 제복 주재 경관입니다. 귀를 쫑긋 세우고 이 지역의 자질구레한 정보에 관심을 기울이는 몸이죠. 그게 제 임무입니다. 이런 사건의 수사와 용의자 체포는 담당 수사원의 임무고요....' - P. 270 -

 

복 주재 경관에게는 수사권이 없다. 그렇기에 경찰 소설로서 보다 적극적인 사건의 접근을 통해 긴박감과 스릴을 느껴보려는 독자들에게 이 작품 <제복수사>는 어쩌면 조금은 밋밋한 미스터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이 작품을 내려놓을 때쯤 경찰소설이라는 기대와 그에 따르는 한계를 동시에 예상했던 독자들이라면 전혀 생각치 못한 색다르고 독특한 재미와 감성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주재경관 카와쿠보의 시선을 따라 이 작은 마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확인해보자. 그리고 수사권이 없는 그가 어떻게 그에게 주워진 사건들을 해결하는지도...

 

이 작품은 모두 다섯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불량한 아이들과 어울리던, 평범한 이혼모의 아들, 미츠오의 실종사건을 다룬 '일탈'을 시작으로, 얼굴에 산탄총을 맞고 죽은 개와 그들 이웃과의 미스터리를 다룬 '유한', '깨진 유리'속에는 아동 폭력과 전과자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원인 불명의 연쇄 화재사건과 연관해 인간의 추악한 진실을 그려낸 '감지기', 마지막으로 과거 13년전에 일어났던 소녀 실종사건과 현재의 소녀 행방불명사건을 풀어낸 '가장제' 등... 베테랑 경관, 하지만 단지 주재 경관이란 한계점을 가진 카와쿠보의 활약상을 느릿한 영상에 섬세하고 따스하게 그려낸다.

 



 

주재 경관 카와쿠보가 이 작은 마을에 발령 받게 된 이유는, 한 경관이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내려진 경찰의 방침 때문이다. 한 부서에 7년이상 재직한 자는 전근, 한 지역에 10년이상 근무한 자는 타지 이동... 카와쿠보는 바로 후자를 이유로 이곳 시모베츠라는 작은 마을에 발을 내딛게 된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만연한 이런 비리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들... 작가는 카와쿠보와 시모베츠라는 조합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렇듯 치밀한 설정을 만들어내고, 또 그 속에서 이런 사회 문제들을 막기 위한 방편이 또 어떤 나쁜 결과들을 가져오는지 보여준다. 이 즈음에서 우리 현실에게도 묻고 싶다. 시크릿 가든속 주원의 말을 빌어... 경관들의 순환 배치!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

 

'결국 마을 뒤나 깊은 데서 벌어지느 추악한 일들 따위는 전혀 모르고 딴 데로 가게 돼. 지역 사회와의 유착을 우려한답시고 말들은 많지만, 겉만 핥고 지나가는 것보다는 유착을 우려할 만큼 지역사회를 샅샅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없질 않군.' - P. 35 -

 

책속에는 카와쿠보 말고도 빼 놓을 수 없는 또 한 명의 중심인물이 있다. '카타기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처음 그를 찾아온 카와쿠보에게 그는 위에 있는 말을 들려준다. 카와쿠보가 잘 알 수 없는 마을의 속사정들, 카타기리가 말한 추악한 진실들을 풀어내려는 카와쿠보를 기꺼히 도와주는 카타기르의 조언과 활약은 이 작품에서 없어서는 안 될 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강력계 25년의 베테랑 형사 카와쿠보와 마을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카타기리 명콤비의 활약! 앞으로도 계속 될 그들 명콤비의 활약기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겉으로 보이는 사건 너머에 존재하는 추악한 진실. 카와쿠보는 그 진실을 찾기위해 두 발로 뛴다. 하지만 매번 주재 경관이라는 한계에 부딪히게 되고... 그렇지만 그는 강력계 베테랑 형사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색다르게 자신의 방식으로 문제들을 풀어나간다. 사건의 진실 앞에선 이들에게 그가 던지는 촌철살인 한 마디는 모든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깨진 유리'에서 오시로에게 자신의 이름이 힘이 될 것 같으면 마음대로 쓰라고 말하는 카와쿠보, '감지기'에서는 자동차 보험과 검사증이 만료된 카즈오를 보내주면서 검문에 걸리지 말라고 충고하는 그를 보면서 지금까지 미스터리라는 장르속에서 보기 힘든 따스함을 한껏 느낄 수 있기도 했다.

 

시모베츠라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것에 대해 너무나 곤란했다는 작가의 토로에 웃음이 난다. 하지만 그렇기때문에 더 섬세하고 우리가 익히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사건들을 찾게되고, 숨어있는 진실들에 한발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 더욱 재미있고 흥미를 더해갈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제복 경관 카와쿠보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는 이렇게 독자들의 가슴에 따스함을 남기는 미스터리로 기억될 것이다.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라는 작가의 투덜거림을 뒤로하고 카와쿠보 시리즈는 벌써 두 번째 작품까지 나왔다고 한다. [폭설권]이란 이름으로 말이다.

 

단순히 경찰 소설의 대가로 불리우는 사사키 조가 아닌, 청춘, 추리, 하드보일드 소설들을 막라하는 그의 다양한 작품들을 전하는 작가로 그의 이름을 넓혀가고 싶다. 우선 경찰 소설의 연장선이자 나오키상 수상작이기도 한 [폐허에 바라다]를 비롯해, 지금의 그를 있게 만든 작품이기도 한 [에토로후발 긴급전] 도 어서 만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카와쿠보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폭설권] 또한 빨리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왠지 끌리는 매력을 가진 카와쿠보, 치밀하고 섬세하게 써내려간 사사키 조의 따스한 미스터리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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