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관람차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7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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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가나에, 이제 그녀를 만나는 일은 설레임을 넘어 행복이다. 평범한듯 하면서도 충격적인 결말로, 일상적인듯한 일들속에서 섬세하게 이야기를 그려내는 그녀만의 예리함이 돋보이는 그녀의 작품들. 6개월이 지나면 어김없이 찾아와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그녀, 미나토 가나에! 벌써 그녀와의 네번째 만남을 갖는다. 처음 '고백'이라는 작품과 함께 했을때, 그녀의 이름은 낯설기만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속죄', '소녀'로 그녀의 이름과 미나토 가나에식 미스터리에 독자들은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이제 데뷔 2년차인 그녀, 미나토 가나에는 이제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대표작가로 인식되기에 충분해보인다.

 

그렇게 또 다시 6개월이 흘렀다. 이번에는 <야행관람차>라는 제목으로 그녀를 만난다. 이 제목 때문인지 문득 기노시타 한타의 '악몽의 관람차'라는 제목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미나토 가나에라는 작가의 기존 작품들을 볼 때 '악몽의 관람차'와 같은 밀실살인과 같은 방식은 아닐테고... 그래서 더욱 이 작품이 궁금해진다. 두툼해보이는 이 책을 집어들고는 여느때처럼 잠시 망설여진다. 좀처럼 내려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그녀 작품의 공통점인 강한 흡입력때문에 망설여지는 것이다. 잠시 잠깐의 여윳시간이 아니라 미나토가나에를 만나려면 몇시간쯤은 비워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야행관람차>는 '가족'에 대해 묻는 작품이다. 책속에는 두 가정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의 한 이웃이 함께 한다. 고급 주택가인 '히라리가오카'에 사는 엔도 가족과 다카하시 가족, 그리고 그들의 이웃 고지마 사토코라는 할머니가 등장한다. 엔도 가족은 가장인 게이스케와 아내 마유미, 그리고 그들의 딸 아야카가 함께 산다. 엄마를 빌어먹을 할망구라고, 당신이라 서슴없이 부르고, 아빠를 아저씨라고 말하는 히스테리컬한 중학생 아야카 때문에 엔도 가정은 바람 잘 날이 없다. 반면 고풍스러운 집에 사는 다카하시 가족은 다카하시씨를 비롯해 아내 준코와 딸 히나코, 아야카 또래의 신지가 산다. 아이들은 모두 사립학교에 다닐 정도로 똑똑하고 별 문제 없는 단란한 가정처럼 보인다.

 

그러던 어느날 사고가 일어난다. 사고의 진원지는 문제를 안고 사는 엔도 가정이 아니라 다카히시씨의 집이다. 부인인 준코가 말다툼끝에 장식품으로 남편을 때렸고 쓰러진 다카하시씨는 결국 죽고 만다. 자신이 남편을 때렸다고 순순히 자백한 준코. 하지만 사건발생 얼마전 앞집에 사는 마유미는 준코와 아들 신지가 다투는 소리를 듣게 되고, 얼마후 편의점에서 마유미를 만난 신지는 그녀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마유미는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고, 편의점에서 만난 이후 신지의 행방은 묘연해진다. 다카하시씨의 죽음과 관련한 이 사건의 범인은 정말 준코일까? 아니면 사라진 다카하시 신지일까?

 

다카기 순스케! 책속에서 쉴새 없이 등장하는 인물이다. 얼굴 한번 보이지 않지만 마유미에게도, 아야카에게도, 신지와 고지마 사토코에게도 그 소년은 꽤 유명한 인물이다. 그리고 사건을 이어가는 하나의 연결점 역할을 하게 된다. 다카하시 신지와 많이 닮았다는 연예인 순스케 때문에 준코부인이 범행을 자백한, 명백해보이는 사건속에서도 독자들의 시선은 왠지 자꾸 '신지' 에게 모아진다. 그리고 아야카, 히스테리를 마구 부리는 어린 소녀, 그녀의 가슴속엔 어떤 상처들이 묻혀 있는 것일까? 엔도 가족과 다카하시 가족의 이야기들이 번갈아 진행되지만 그 사이사이 자신의 아들과 며느리에게 수다를 떠는 고지마 사토코 할머니도 꽤 인상적인 캐릭터이다.



 

아들을 멀리 보내고 홀로 살아가는 두 노인의 가정, 청춘 앓이 혹은 아야카가 말하는 '언덕길 병' 때문에 힘겨운 엄마 마유미와 가족의 문제에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는 엔도 게이스케, 별 문제 없어 보이지만 재혼 가정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작은 트러블로 얼룩진 다카하시 가족. 세상 어느 가족을 둘러 보아도 서로 다를지는 모르지만 각자의 문제에 맞닥드리지 않은 가정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얼마나 현명하게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이자 노력이다. 더불어 가족의 문제는 다만 가족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이웃의 보살핌도, 따가운 눈초리가 아니라 그들을 어루만지는 따스한 시선이 필요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용서는 부모형제 사이에 쓸 말이 아니야. 서로 감정이 어떻든 가족은 언제까지나 가족이니까. 나도 이런저런 생각은 많지만 가족끼리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는 않아. ... 그래, 가족 안에서 일어난 사건에 타인의 판결은 필요 없어. 우리 가족만 사실을 알고 있으면 돼...' - P. 326 -

 

미나토 가나에, 이번 작품 역시 그녀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공통점들이 엿보인다. 앞서 언급했던 '가족'이라는 이름 말고도 다양한 갈등과 고민때문에 힘겨워하는 '청춘'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시작부터 독자들을 짜증나게 만드는 아야카와 보이지 않는 고민을 가진 신지... 이들 청춘들의 고민과 아픔, 보이지 않는 열등감과 갈등, 그녀 작품속 다양한 청춘들의 고민과 그리 많이 다르지 않다. 더불어 고지마 사코토라는 인물로 대변되는 노인들의 '고독'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소녀'에서 보여지던 그들의 작은 목소리를 이 작품속에서도 찾게 된다.

 

<야행관람차>는 기존에 만나왔던 미나토 가나에의 전작들과는 조금 차별화된다.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가지는 충격적 반전을 기대하던 독자들이라면 약간 밋밋한 작품이라 생각이 들수도 있겠지만, 가족 사이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 하나를 가지고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속속들이 파헤치고 들추어 묘사하는 그녀 특유의 섬세함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나 같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생생함과 강력한 흡입력 또한 빼어놓을 수 없다. 밋밋한 결말에 조금 아쉬울지라도 이번 작품에서 그녀가 담아내고자 하는 가족애와 진한 우정은 그 아쉬움을 뛰어넘는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인간의 속마음을 해부하는 그녀! 미나토 가나에!' 이 표현이 너무 잘 어울린다. 다시금 6개월을 설레임속에 기다려야겠다. 같은 틀속에서 매번 새로운 무엇가를 꺼내어내는 그녀의 펜 끝에 모두가 다시 한번 주목하게 될 것이다. 그녀의 다음 작품은 아마도 'N을 위하여'가 될까? 5년후 자신의 대표작이 '고백'이 아니길 바란다는 그녀의 말처럼, 앞으로도 언제나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미스터리의 여왕, 미나토 가나에를 꿈꾸고 기대해본다. 앞으로 수없이 많은 그녀의 '고백'을 기다려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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