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1 - 왕의 용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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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디워’라는 영화를 많은 분들이 기억할 것이다. 꽤 요란했던 기대와 호응과는 별개로 대단히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개그맨이었던 감독의 열정을 높이 평가한다면 그와는 반대로 그가 가질 수 밖에 없었던 한계와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라는 영화가 떠오르듯 일정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높디 높은 장벽을 실감한 작품이라 개인적으로는 평가하게 된다. 더불어 이 작품은 판타지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조차도 약간은 서툴렀던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국내 문학, 영상 장르의 판타지의 현주소가 어쩌면 그 작품을 통해 투영되었다고 해도....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트와일라잇 시리즈들이 가지는 공통점이 바로 현실과는 다른, 혹은 현실속 환상의 세계를 소재들로 삼는다. 이들과 비교해서 ’디워’의 한계는 조선시대를 습격한 적들의 모습에서 보듯 명확하다. ’초가집’ 마을을 무지막지하게 습격하는 이무기 군단?들... 현실에 대한 판타지의 습격? 현실에 묶여 판타지의 세계속에 도무지 발을 디딜 수 없는 상상의 부재, 그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역사의 한장면속에서 판타지가 태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역사나 현실의 틀속에서 판타지는 어떠해야 하는지 여기 한권의 책이 그 대답을 들려준다.

 

신인 작가인 ’나오미 노빅’의 작품인 <테메레르>는 전세계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고 한다. 단번에 세계인을 사로잡은 이 작품의 비밀은 무엇일까? 전세계 24개국 베스트셀러, 2007년 휴고상 노미네이트, 존캠벨 신인상, 로커스상, 콤프턴크룩상 수상에 빛나는 ’테메레르 매직’의 실체는 무엇일까? ’이 시리즈는 내가 선호하는 판타지와 역사 서사물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고 말하는 반지의 제왕, 킹콩의 피터 잭슨 감독이 판권을 구입해서 다시 한번 화제가 되기도 한 이 작품 <테메레르>의 매력속으로 빠져들어 본다.  

 

<테메레르>는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Napoleonic Wars) 시대를 배경으로 프랑스와 영국 사이의 대결을 그리는 작품이다. 하지만 판타지라는 장르답게 우리가 알던 전쟁의 모습이 아닌 용과 그 비행사들의 전투가 중심을 이룬다. 용이라고 하면 동양에서는 상당히 익숙하게 다가온다. 앞서 언급했던 ’디워’도 용 혹은 그 이전 이무기의 모습을 그리고 있고, 중국 또한 황제의 상징이 되기도 하는 것이 바로 용이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어떨지 자못 궁금하기도 하다. 허리우드에서 상상하는 용을 소재로한 작품들을 영화를 통해 종종 보게된다. 영화 ’드래곤 하트’나 ’에라곤, ’던젼 드래곤’, 그리고 올해 개봉했던 아이들을 위한 ’드래곤 길들이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이 보여진다.

 

실제하지 않는 상상속 동물, 하지만 이제는 친숙하게 까지 느껴지는 용의 모습이 역사속 전쟁의 한복판에서 되살아난다. 영국의 렐리언트호와 프랑스 아미티호 사이의 전투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렐리언트호의 함장인 ’로렌스’는 전투끝에 적장의 항복을 받아내게 되고 전리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용의 알이라 추정되는 물건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용의 알이며 부화하기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직 항구에 다으려면 3주정도가 소요되는 상황, 어쩔 수 없이 용의 부화할 경우에 대비해 새끼용의 비행사를 뽑는 제비뽑기를 하게된다. 용은 부화하자마자 안장을 채우게되는 이와 함께하게 될 운명이 된다. 모든 선원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제비뽑기에서 조나단 카버란 선원이 선택되지만, 용이 부화되고 용은 카버가 아닌 로렌스를 선택하고 만다.  

 



 

’테메레르? 좋아. 이제부터 내 이름은 테메레르야.’

 

로렌스는 새끼용에게 영국 해군의 드레드노트형 군함의 이름인 ’테메레르’라는 이름을 붙여주게 되고, 테메레르는 그 이름에 만족한다. 테메레르와 로렌스의 이 특별한 동거는 기나긴 모험과 감동의 시작을 알린다. 태어나고 일주일 사이 덩치가 거대해진 테메레르, 항구에 도착하기전까지 꼼짝 못하던 테메레르는 돌풍으로 바다로 빠진 고든 선원을 구하면서 첫 비행을 하게 되고, 이후 바다에서 처음으로 나선 사냥에도 성공한다. 마데이라 섬에 도착한 로렌스와 테메레르는 영국 왕립협회 회원인 에드워드 하우경과 만나 테메레르가 가지고 있는 비밀 - 용의 역사와 테메레르의 품종 - 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느정도 보장된 해군의 길을 떠나 험난하고 고독한 공군의 길을 걷게 된 로렌스, 자신의 비밀을 모른체 조금씩 성장하며 그 비밀을 풀어나가는 테메레르의 기막힌 동거는 그렇게 첫발을 내딛는다. 

 

용과 비행사, 나폴레옹 전쟁시대, 역사와 판타지가 만나 이렇게 절묘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니 이 작가는 정말 천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더구나 신인작가라는 사실이 더 큰 놀라움을 갖게 만든다. 역사적 현실에 판타지를 녹여 놓으면서도 전혀 어색함 없이 그럴 수도 있다는 가정을 당연시 하게 만드는 것은 아마도 우리가 유럽의 역사를 세부적으로 알지 못하는 이유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만큼 탄탄한 구성과, 현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소재와 시대에 대한 묘사가 있기 때문일것이다.  

 

’난 네 비행사가 되기엔 재산이 너무 적은것 같아. 너를 금더미위에서 자게 해줄 수 없으니 말이야.’ , ’금더미에서 자는 게 얼마나 좋을지는 몰라도, 나는 금더미보다 당신이랑 있는 게 훨씬 좋아. 갑판에서 자는 것도 나쁘지 않았어.’ - P. 82 -

 

용과 그 비행사의 우정, 이 작품이 갖는 또 하나의 테마가 바로 이것이다. 그 운명적인 만남과 앞으로 이어질 그들의 환상적인 모험속에서 그들이 나누었던 위의 짧은 대화가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 주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용이라는 독특한 소재, 용과 비행사의 모험과 우정이라는 특별한 이야기에 국내 독자들을 비롯해 세계인들은 매혹당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단지 조금은 두께가 느껴지는 시리즈 중 한권과 만났을 뿐인데 다음 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한 아이의 성장소설 같기도 하고, 연인들의 사랑이야기 같기도 하고, 전쟁과 판타지를 엮어놓은 이 한편의 소설 <테메레르>를 통해 갑자기 쌀쌀해진 겨울의 시간을 보낼 즐거운 방법을 깨닫게 된다. 송나라의 유명한 문인인 구양수가 말했다는 삼다(三多)가 문득 떠오른다. 다독(多讀; 많이 읽음), 다작(多作; 많이 씀), 다상량(多商量; 많이 생각함)... 작가를 꿈꾸지 않더라도 판타지 장르를 바라보는 우리의 현실을 볼 때, 지금이 그 어느때보다 ’다상량’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소설이 아닌 온라인 게임 분야에선 판타지 장르가 조금씩 그 빛을 내기도 하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테메레르>와 같은 멋진 작품의 탄생을 언제쯤 기대해 볼 수 있을까?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다상량(多商量), 자유로운 생각, 즐거운 상상! 그 시작을 <테메레르>와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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