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 꿈결 비단결 우리 그림책
이철환 글, 장호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무엇일까?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손을 끌며 찾아간 중국집 자장면의 맛일까? 아니면 구르고 맞으며 힘겨움속에 생활하던 군대에서 끌여먹던 꿀맛 같던 라면의 맛일까? 아니면 초코파이, 눈물젖은 빵 한조각...? 가장 맛있는 음식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추억'이라는 것들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있고, 아픔이 있고, 따스함과 감동이 있어야 비로소 오래 기억되고 뇌리속에서 절대 잊혀지지 않는 특별함으로 간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것은 바로 지나버린 그 시간이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겨울의 문턱에 서서, 우리 이웃들의 따스한 이야기를 통해 수백만 독자들을 울리고 웃겼던 '연탄길'의 저자 이철환 작가의 또 다른 책 한 권과 만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이란 이름의 이번 작품은 '연탄길'의 감동과 웃음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눈송이에 실려 은은하게 퍼지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책 속에선 온통 눈송이가 흩날린다. 그리고 그속에 귀여운 세 명의 아이들이 서있다.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사내 아이의 모습에 왠지 기분마저 즐거워진다. ^^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가 다시금 가슴 한켠을 사정없이 두드린다. 눈송이가 흩날리는 어느 저녁, 동생 둘을 데리고 자장면 집으로 들어선 한 소녀가 있다. '인혜'는 자신은 배가 아프다며 동생들의 자장면 두 그릇만 시킨다. 엄마 아빠랑 함께 자장면을 먹는 아이들을 부러운듯 바라보는 인혜와 동생들. 그때 가게 주인 아주머니가 아이들에게 다가온다. 자신이 예전 같은 동네에 살던 엄마 친구라며... 그리고 맛있는 자장면과 탕수육을 아이들 앞에 내려놓는다. 언제든 자장면이 먹고 싶으면 찾아오라는 아주머니...





 

'상처를 주지않고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소리없이 아픔을 감싸 준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 [곰보빵] 중에서 -

 

'사실은 나도 모르는 아이들이에요. 부모가 없다고 돈도 받지 않고 음식을 주면 아이들이 더 슬플거 같아서요.'라고 이야기하는 아주머니의 말에 뭔가 뭉클한것이 밀려오르고 가슴이 싸해진다. 상처를 주지 않고 사랑하기, 소리없이 아픔을 감싸주기... 어느것하나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아주머니의 지혜와 사랑은 그것을 뛰어넘고 진정한 감동을 전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작가는 도대체 어디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찾아내는 것일까?

 

이철환 작가가 지금까지 전해준 감동과 사랑의 메세지는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란 이름을 전해주었다. 작지만 특별한 이야기, 그리고 이 작품속에서 더욱 특별한 한가지는 바로 장 호님의 일러스트이기도 하다. 2009년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를 수상한 그의 일러스트는 이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에 더욱 진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사람을 꿈꾸게 하는 건 기쁨이 아니었다. 사람을 꿈꾸게 하는 건 아픔이었다.' - <눈물은 힘이 세다> 중에서 -

 

철부지 동생들은 몰라도 인혜라는 소녀는 아주머니의 마음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아니 그때는 몰랐을 지라도 조금더 크고난 뒤 그 따스함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소녀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고 희망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부모를 잃고 동생들을 키우는 인혜, 아마도 인혜는 살아가면서 수없는 좌절과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아픔속에서 인혜는 꿈을 꾸게 될 것이고 아주머니의 따스한 손길을 통해 희망을 보게 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단지 인혜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감동과 희망의 이름이다.

 



 

이철환 작가의 '연탄길 1'에서는 이런 글귀가 있다. 이 말에 아직까지 가슴속에 기억되는 이유는 뭘까?

 

'아빠는 네가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행복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그리고 너무 똑똑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도 않아. 조금은 어리석어야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거든.' - [연탄길 1] 中 '세상을 건너갈 징검다리' 에서 -

 

돈이, 권력이 좌우하는 우리 시대에 훌륭한 사람보다, 너무 똑똑한 사람이 아닌 조금은 어리석은 사람이 되라고 말하는 아빠의 목소리가 너무나 인상적이다. 돈이 없다고 비웃거나 쫓아내지 않고 아이들에게 작은 상처 하나 없게끔 사랑으로 위로하고 감싸주는 아주머니, 어쩌면 조금은 어리석어야 한다는 말은 이런 것들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싶다. 지나온 이철환 작가의 작품속에는 이렇듯 따스한 감동과 희망이라는 이름들이 묻어있다.

 

오래전 유행가가 그리워지고 사랑받는 이유는 추억이란 이름과 함께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철환 작가의 작품이 많은 이들에게 오랜시간 사랑받는 이유는 추억속에 담겨진 따스함과 우리가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깨닫게 하는 시간을 쥐어주기 때문이다. 섬세하고 포근한 일러스트와 함께 하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 은 차가운 겨울에 내리는 눈송이도 빗물로 내리게 해줄 만큼의 따스함을 머금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이 겨울 추억과 사랑, 감동과 희망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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