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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동의보감 1 -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념
표만석 지음 / 경향미디어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한방과 양방의 다툼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들의 밥그릇 다툼처럼 비춰지는 이들의 진흙탕 싸움으로 인해 진정 피해를 입는 이들은 바로 올바른 진료와 처방을 받아야 할 환자와 그 가족들이 아닐까 싶다. 양의사들의 침술에 대해서, 한의사들의 CT 촬영에 대해서, 서로의 잇권만을 따지며 딴지를 거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길이 없다. 더불어 한방에 대해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를 대며 무턱대고 무시하는 부류들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비과학적이라는 문제 제기에 대해 조금더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기록하지 못한 한의학과 관련한 사람들도 문제가 있지만 무턱대고 비판 아닌 비판을 서슴는 이들에게도 문제는 있어 보인다.
다행히 최근에는 양, 한방 협진 치료로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병원들도 적지 않다는 소식들이 들리기도 한다. 이들 병원에서는 중풍 같은 뇌질환이나 척추질환인 디스크 같은 만성질환자들에 대한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CT나 MRI 검사를 병행하고, 양방에서는 장기적인 치료를 요하는 만성질환자들에 대해 한방의 침과 한약을 통해 병을 치료하는 등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보다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처럼 비과학적이라고 무시하기만 하던 한방에 대한 새로운 시선들이 엿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적으로도 전통 의학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전통 의학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볼때 약 5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하는데, 그만큼 양의학이 풀지 못하는 다양한 숙제들을 전통 의학을 통해 풀어나가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세계적 추세속에서, 우리의 경우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한, 양방간 의료 영역 다툼은 진행형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안타깝기도 한다. 비과학적이라는 한방, 하지만 우리 문화 깊숙히, 우리 생활 가까이 자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잘못된 민간 상식들도 많지만, 그것들을 제외하고라도 우리에게 친숙하고 잘 어울리는 한방 치료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2009년 7월 뜻깊은 사건 하나가 발생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유네스코 세계문화(기록)유산 등재가 바로 그것이다. 1613년 간행된 조선시대 의학서인 동의보감은 한 사나이의 집념과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동양 최대의 의학 서적이다. 허준 선생은 동의보감의 저술에 14년이란 시간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거치고 귀향길에서 까지 동의보감의 저술에 온 힘을 기울였다니 그의 땀의 결실, 삶의 역사가 이 의서 안에 모두 담겨있는 것이며, 이제 그 땀의 의미를 전세계인 모두가 인정하게 되었다는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리라. 역사의 진정성, 세계사적인 중요성, 독창성과 기록 정보의 중요성 등 동의보감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과 인정에 마음 한켠이 뿌듯해진다.

그리고 2010년 12월 또 다른 '동의보감'을 만난다. 은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때맞춰 동의보감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제작된 프로그램을 책으로 출간한 작품이다. 몇년전 TV 드라마를 통해서도 만났던 허준 선생, 하지만 익숙한 이름인 '동의보감'이 어떤 내용들을 담고 있는지, 왜 그토록 위대한 의학 저서라는 칭송을 받는지, 세계 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며 세계인들의 인정을 받는지 우리는 잘 모르고 있었다. 동의보감은 어떤 책이고 그 속에 담긴 내용들은 무엇인지, 동양 의학의 정수를 뽑아내어 정리하였다는 이 의학서의 정수는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조금더 <동의보감>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한다.
모두 2권으로 구성된 의 첫번째 이야기속에는 모두 네가지 의학 이야기들이 담겨져있다. 1장에서는 인간 제3의 신경이라는 경락의 존재를 알아보고 이를 통해 루게릭병, 안면 홍조증 등 여러가지 난치병과 관련한 내용들을 이야기한다. 2장과 3장에서는 비과학적이라는 한방이 도전하는 불치병 치료와 한의학의 세계화, 과학화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마지막 3장에서는 동의보감의 양생법을 비롯해 건강한 삶과 한방의 관계를 말하고 있다. 부록에 담긴 '동의보감 약식동원'을 통해서는 동의보감에 소개된 재료들을 이용한 몸에 약이 되는 음식을 재연해 조금더 가깝고 도움되는 음식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동의보감을 단순히 중국의서를 인용 정리한 책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다른 의서들을 보고 정리에 그친 책이 동의보감이라면 세계인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을까? 동의보감 속에는 모두 1000권이 넘는 의학서들이 인용되었다고 한다. 단순히 그 책들의 정리가 허준 선생의 목표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내용들을 이해하고 우리의 현실에 맞게 새롭게 재창조했다는 사실이 아마도 동의보감이 17세기 동양 의학의 집대성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책속에 담긴 내용은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중간 중간 담긴 '경락의 역사', '음식 동의보감', '이제마의 사상 체질론' 등으로 조금더 친숙하고 관심을 갖게끔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표만석 PD는 동의보감을 이렇게 평가한다. '허준 선생은 방대한 의서를 제대로 읽어 내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을뿐 아니라 당시 난무하던 온갖 처방들을 골라 집대성한 것이다. 무엇보다 처방을 그대로 옮긴것이 아니라 자신이 일생동안 터득한 임상적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하여 옥석을 가렸다'고 말이다. 동양의학의 정수, 어쩌면 그 거대한 책의 작은 부분이 이 책 속에 담겨져있다. 작을지 모르지만 부족하지는 않을 만큼의 의미와 이야기들을 담고...
추천사를 쓴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통합암센터 센터장인 최원철 박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한방이 만능은 아닐 것이라고, 한방도 단점이 있다고 말한다. 빠른 치료 효과를 위해서는 양방이 더 효과적일테지만 내성이 발생해 더이상의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질환에 대해서 한의학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질병의 통증 완화와 재발, 전이방지에 큰 효과를 보이고 있는 한방의 장점에 대해 이제라도 밥그릇 다툼이 아닌 환자를 위한, 환자의 입장에선 최선의 방법을 찾아 나아갈 시기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 시작의 중심에 '동의보감'이 자리할 수 있었으면 한다. 과학의 자리에 한발 다가섰고, 세계인의 인정을 받은 우리의 위한한 의학서적을 통해서 말이다. 보다 건강한 대한민국, 행복한 가정을 위해 을 만나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