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모가와 호루모
마키메 마나부 지음,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 세간에 이슈들이 참 많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열기가 사그러들기도 전에 터져버린 북한의 연평도 폭격, 그 혼란을 틈탄 국회의원들의 연봉 인상, 이런 것들이 아니어도 땅밟기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아집에 가까운 만행이 바로 그것이다. 일요일인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교회에 다녀왔지만, 말씀 중 수긍 할 수 없는 판타지?들이 일요일의 즐거운 마음에 심기를 거슬리기도 한다. 진정으로 살아 숨셔야할 곳에서는 판타지가 자리할 수 없고, 판타지가 자리하지 말아야 할 곳에 어김없이 자리한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 판타지가 사라져버린 한국 문학계, 판타지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 나가는 정치, 종교계. 무작정 웃을 수 만도 없는 이 현실에 오늘도 마음이 무겁다.

 

그 무거운 마음 속에서 마음 편안하고 시원 상쾌한 판타지 로맨틱 연애소설 한편과 만난다. 마키메 마나부라는 일본 작가의 작품인 <가오가와 호루모>라는 이름이 바로 그것이다. 이 작가는 개인적으로 조금 낯선 이름이지만,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작가인 모리미 도미히코와 함께 양대 도쿄 작가로 불리운다는 그에 대한 소개에 시선을 뿌리 칠 수가 없다. 모리미 도미히코의 작품과 비슷한 향기를 뿜는 판타지 로맨스 소설! 책의 표지에서 느껴지는 만화풍의 즐거운 이야기들이 현실의 무거운 마음을 어떻게 달래주고 기분좋은 유쾌함을 선물할지 너무나 기대가된다.

 

먼저 책 표지에 담긴 인물들을 살펴볼까? 삼수를 해서 어렵사리 들어간 교토대 신입생 아베, 그가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무슨 주문을 외우는듯, 굉장한 포스가 전해지는 그 모습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아베를 단숨에 빠져들게 만든 여인, 동아리의 여신 사와라 교코가 보인다. 구스노키 후미와 쌍둥이인 미요시 형제의 모습도 보인다. 빼놓을 수 없는 또 한명, 아베의 라이벌이자 악역을 맡은 아시야의 모습도... 아베의 절친이면서 엉뚱하고 사고뭉치인 다카무라의 모습도 거기에 있다. 도대체 이들을 하나로 묶은 힘은 무엇일까? 그것은 낯설게 느껴지는 이 작품의 제목에서 찾을 수 있다.

 

<가모가와 호루모>! 호루모는 전설의 게임이다. 교토에 있는 4개 대학의 동아리, 청룡, 백호, 주작, 현무팀이 특별한 의식과 훈련을 통해 귀신을 부리게 되고 그 귀신들과 요괴들의 싸움을 통해 승패를 겨루는 경기가 바로 호루모라고 한다. 우리의 사고와 현실속에서는 도무지 상상하기도 상상해내기도 쉽지 않은 이야기들이 가까운 이웃 일본에서는 이처럼 일상 처럼 다가온다는 사실이 새롭지는 않지만 역시 부러움을 갖게 만든다. 작가의 상상에 의해, 치밀한 구성을 통해 살아 숨쉬듯, 일본 전통 마쯔리의 일환인양 거부감 없이 다가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하여튼 교토대 신입생 아베는 우연처럼 찾아간 청룡회라는 동아리에서 교코에게 첫눈에 반해버리고, 청룡회의 정체를 모른체 동아리 활동보다는 오로지 교코에 대한 짝사랑만 불태우게 된다. 청룡회의 실체를 알게 되고 드디어 호루모에 참가하게 되는 아베. 아베는 호루모 대항전과 교코와의 사랑, 이 두마리 토끼를 모두 붙잡을 수 있을까? 현실 속에서 판타지를 넘나들면서도 어색함 없이 특별함을 전해주는 호루모의 팽팽한 긴장감과 흥미진진함, 교코와의 로맨스 속에서 유쾌하고 즐거운 에피소드들이 읽는 내내 색다른 재미를 전해준다.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 를 통해서 작가는 이미 호루모라는 경기를 독자들에게 소개 했다고 한다. 호루모라는 경기가 이야기 전반을 차지하지만 그 근간을 이루는 이야기는 청춘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동아리 여신 교코와의 로맨스, 호루모 경기를 두고 펼쳐지는 청춘들의 좌충우돌속에서 젊음이 가진 특권을 독자들에게 유쾌하고 즐겁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대학시절 누구나 한번쯤 열정적으로 몸담았던 동아리 활동의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는 민중가요 동아리에서 활동하기도 했는데... 아베와 다카무라의 모습속에서 그때 그 시절 나의 모습도 잠시 오버랩됨을 느낀다.

 

매력적이고 색깔있는 캐릭터들, 귀여운 요괴들과 좌충우돌 청춘들, 호루모라는 상상속의 경기를, 역사와 규칙 등 세부적인 사항까지 치밀하게 준비한 작가의 열정, 젊음의 시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동아리 활동과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들, 청춘의 그 신비롭고 열정적인 시간들이 책을 읽는 내내 유쾌한 상상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로맨스를 축으로 판타지를 버무려놓은 맛깔스런 이야기들이 독자들을 군침돌게 만든다. <가모가와 호루모>! 기발하고 즐거운 상상이 만들어낸 이 특별한 로맨틱 판타지에 이 가을을 기꺼이 맡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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