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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원 대표시 100
용혜원 지음 / 책만드는집 / 2010년 10월
평점 :
'나의 눈이 그대를 향해 있음이 얼마나 놀라운 축복입니까...'20여년에 가까운 기나긴 시간동안 우리 곁은 지키며 아픈 가슴을 달래고 쓰라린 사랑을 노래하던 시인 용혜원이 다시금 우리를 찾아왔다. 그가 말하는 사랑이 겨울의 길목에선 이 시간에 선 우리의 가슴을 따스하게 어루만질지 너무나 기대가된다. '이 세상에서 그대만큼 사랑하고픈 사람이 있을까'사랑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사랑은 어쩌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외형만을 사랑하다 내면을 사랑하게 되고 예쁨만을 추구하다 삶에 가까워진 변해버린 모습을 사랑하게 된다. 간혹 변화를 사랑하지 않는 것들은 깨어질 수도 있지만....
하지만 용혜원 시인의 詩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그가 노래하는 사랑의 모습, 오래전 추억은 첫사랑의 달콤함, 신비로운 사랑의 모습 그대로를 담고 있다. 사랑의 설레임, 항상 그리움, 함께 있으면 행복한 사랑의 언어들은 그는 쏟아내고 있다. 그의 시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첫사랑의 설레임이 고스란히 깨어나는듯 느껴진다. 그렇게 사랑은 '사랑은 모든 것을 새롭게 하는 명약입니다.'시인은 사랑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랑은 모든것을 이처럼 잊게 만든다. 아픔도 고통도 절망도.... 사랑을 놓쳐버린, 사랑을 잊고지낸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사랑, 가슴속 깊숙히 놓여져있던 사랑이 새롭게 꿈틀거린다.
'그리움이 얼마나 사무쳤으면 눈동자만 남았을까'
<용혜원 대표시 100>은 잊고 지내던 어린시절 오랜 친구를 지나던 길에 우연히 만난 느낌을 전해준다. 그 속에 사랑이 묻어 있으니 그 친구가 옛날 짝꿍일지도 모르지만... 책속 모든 시들은 사랑의 노래를 담고 있지만 그 속에 작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사랑의 시간들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추억속 사랑의 아픔과 다양한 흔적들이 그려지다가 지금을 사는 나의 모습과 사랑이 호흡하게 만들기도 한다. 한잔 가득한 커피 향속에 그리움의 향기를 떠올리기도 하고 '가로등'이란 사물을 통해 그대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여름이 작은 발자욱들을 남기고 겨울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굴러가는 낙엽소리에 볕이 잘 내리는 작은 벤치에 앉아 커피 한잔과 가장 어울리는 책이 있다면 그 중 하나는 분명 이 책 <용혜원 대표시 100>이 될 것이다. 커피 향속에서 샘솟듯 피어오르는 사랑의 추억들이, 현재의 시간속 실종된 사랑의 시간들이 새롭게 우리를 찾아 올것이기 때문이다. '그대 그리워 노란 꽃잎으로 테 두르고 멀리서라도 날 알아보라고 목을 길게 빼놓고는 얼굴만 커다랗게 만들고 있는데.'사랑에 목놓아 우는 해바라기 처럼 아직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랑의 애절함이, 사랑에 아파 소리 조차 내지 못하고 신음하는 아픈 사랑이 용혜원 시인의 시속에서 사랑의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의 시속에는 단순히 사랑만이 담겨져 있지는 않다. '삶의 기쁨'에서 시인은 기쁨과 행복을 노래한다. '이 세상에는 아주 작은 행복이 너무나 많다. 너무나 작아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 작은 조각들을 붙여 큰 행복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크나큰 기쁨이다.'가을 하루'를 읽고 있자니 여름의 흔적을 말끔히 쓸어 담는 거리의 청소부 아저씨가 조금은 한가롭게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된다. 첫눈이 내리기 전까지, 너무 흔적들이 지저분해지기 전까지 낙엽이 구르고 추억이 오래갈 수 있도록 그대로 남겨두었으면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그리움을 띄어 보냈더니 사랑이란 이름의 새가 되어 날아왔습니다.'('엽서' 중에서) 100편의 대표시를 모아 놓은 이 시집은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추억'이란 이름이 어울릴것 같다. 어느 정도의 나이가 들면 시간의 흐름속에 자신의 몸과 맘을 모두 맡겨버리게 된다. 사랑의 설레임도, 오래전의 아릿한 추억도, 그리움도 모두 그 시간속에 뭍어 버리고 만다. 뭍혀있던 사랑의 시간들을 다시금 끄집어 내본다. 설레임과 그리움으로 사랑의 이름을 채색해본다. 겨울 문턱에서 용혜원의 아름답고 진실한 시어들과 만남이 싱그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