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0
진 웹스터 지음, 김양미 옮김,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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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한 책읽기야 말로 미디어의 삶에 흠뻑 빠진 나를 구하고 다시 나를 세우는 길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데이비드 덴비는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책읽기가 주는 효용성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고전'을 읽는 다는 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진지한 책읽기의 기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고전을 만나는 일은 말처럼 그리 쉽고 그리 즐겁지만은 않은 일이기도 하다. 가끔은 그 진부함에 하염없이 하품을 해대기도 하고 그러면서 차츰 책을 멀리 던져놓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고전'이란 말에 대한 거부감처럼 고전은 그리 따분하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마이클 더다의 책 [고전 읽기의 즐거움]에 대한 표현중에 '이 책을 읽으면, TV를 끄고 정말 고전 읽기를 시작할 마음이 든다.'는 말처럼 그 어디서도 느끼지못할, 우리가 미쳐 깨닫지 못한 고전의 진정한 즐거움과 마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래도 고전에 대해 조금의 반감을 느끼고 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 바로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어린시절 듣고 보고 즐거워했던 추억이 서려있는 작품들이 이 고전 시리즈에 모두 담겨져 있다. 오랜시간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되며 사랑을 받아온 문학을 고전이라 한다면 우리의 어린 시절, 아니 더 오랜 시간을 읽히고 감동을 주며 사랑받아온 이들 작품들이야말로 진정한 고전의 향기를 뿜어낸다고 할 수 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이게 하는 작품들! '어린 왕자', '작은 아씨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빨간머리 앤', '눈의 여왕', '피노키오', '오즈의 마법사', '아라비안 나이트', '백설공주'...

 

그리고 열번째 <키다리 아저씨>가 우리를 찾아왔다. 언제나 그랬듯 이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는 받아드는 순간 '아~'하는 탄성과 함께 한다. 손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크기에, 고전의 향기를 서정적으로 담아낸 김지혁 작가의 일러스트가 오랜 시간의 추억을 거슬러 따스한 감동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불륜과 살인, 배신과 폭력에 얼룩져 이미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진 현대인들의 메마른 가슴까지 사르르 녹여줄 그 따스하고 신비스런 일러스트는 이 고전 시리즈를 꼭 가지고 싶게 만드는 마력을 뿜어내는듯하다. 법정 스님의 가르침 '무소유'로도 다스릴 수 없는 책에 대한 소유욕을 불태우게 만든다.

 

모두들 알고 있겠지만 이 작품 <키다리 아저씨>는 고아원에서 자란 한 소녀 제루샤 에벗의 첫사랑을 담고 있다. 성적과 행동 모두 우수했던 제루샤는 고아원에서 고등학교를 마쳤지만 더이상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대학에 진학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평의원 존 스미스라는 분의 도움으로 대학에 진학하게 되고 제루샤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게 된다. 평의원은 그녀를 작가로 키울 계획이라며 제루샤가 지켜야 할 조건들을 제시한다. 존 스미스라는 이름은 가명이고 그의 이름은 가르쳐줄 수 없으며, 4년동안 문학적 표현력을 기르기위해 그에게 편지를 써야하지만 그는 답장을 보내지 않을 거라는...

 



 

원장실로 갈 때 언듯 스쳐지났던 평의원의 뒷모습을 제루샤는 기억한다. '키다리 아저씨'라는 이름은 바로 '키가 크다'라는 지극히 단적인 평의원의 모습만으로 붙어진 이름이다. 그렇게 대학에 진학한 제루샤는 키다리 아저씨에게 편지를 쓰게 된다.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주디 에벗'이라 이름을 바꾸기도 하고 4년간의 대학 생활에서부터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편지속에 담는다. 그리고 그녀에게 조금씩 찾아들기 시작한 또 다른 사랑, 키다리 아저씨에 대한 마음때문에 그 사랑을 포기하려는 주디에게 키다리 아저씨는 자신을 찾아오라고 하고...

 

정작 중요한 건 엄청난 즐거움보다는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는 자세랍니다. 전 행복해지는 진짜 비결을 알아냈어요. 바로 현재를 사는 거예요. 과거에 얽매여 평생을 후회하며 산다거나 미래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최대의 행복을 찾아내는 거죠.

 

밝고 쾌활한 성격의 주디, 그 어떤 상황에도 주디의 편지에 답장도 없고 묵묵히 그녀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 오래전 만났던 이 순수한 사랑 이야기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만나도 그때 그 순수함 그대로 가슴을 울린다. 또한 주디가 말한 '행복의 조건' 혹은 '자세'는 첫사랑의 순수함과 함께 진한 감동과 삶의 태도를 일깨우고 있다. 이런 것들이 바로 고전이 가진 진정한 힘!이 아닐까 싶다. 찌들고 황폐한 현대인의 삶속에 잔잔한 감동과 순수한 열정을 선사해주는 힘, 그것이 고전을 읽어야하는 이유인 것이다.

 

'내가 어떤 하늘을 이고 있든, 나에게는 모든 운명과 맞설 용기가 있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자. 모든것에 지치고 힘겨워하고, 어느새 행동과 마음속에 두려움만 가득찬, 회피하고 단지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는 일상을 걷고 있는 자신이 보이는가! 우리에게 가득하던 열정과 용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주디가 던진 이 말 한마디가 평범함만을 추구하려던 우리의 삶속에 작은 파장을 불러온다. 아이들의 이야기라 치부하고 오래된 진부한 것들이라 우리가 외면했던 이야기들이 지친 어른들에게 또 다른 활력과 열정을 선물한다.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과 함께 우리 삶에서 찾는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모진 운명과 맞설 용기를 전해주는 <키다리 아저씨>가 반갑다. 책 중간중간을 수놓는 감성적이고 매혹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오랜 과거의 시간을 거슬러 현재의 또 다른 행복을 전해주는 이 작품 <키다리 아저씨>, 그리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의 매력에 흡뻑 빠져든다. 오늘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짧은 편지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말이다. 편지를 쓴다는 것이 요즘 시대에 조금은 서투르고 낯설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사랑을, 행복을 위해 작은 용기를 내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주디가 전해준 잊고 있던 '순수와 열정'이 그렇게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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