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잉 아이 - Dying Ey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올 여름은 유난히도 많은 일본 미스터리 작품들과 만났던 한해 였다. 기시 유스케, 기리노 나쓰오, 미치오 슈스케, 미쓰다 신조, 와카타케 나나미, 아케노 데루하, 오리하라 이치, 슈카와 미나토.... 일본엔 미스터리 추리 소설 작가만 있는 것이 아닐텐데도 참 많은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존 작가들이 일구어 놓은 탄탄한 기반과 이를 바탕으로 한 신인 작가들의 거침없는 활약, 이런 것들이 일본 미스터리의 다양성과 특별함을 일구어낸 이유일 것이다.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이 가진 최고의 강점이 바로 이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올 여름 만난 작품속에도 그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명탐정의 규칙'이란 작품을 통해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공통된 방정식?을 독자들에게 서슴없이 펼쳐 놓았던 그의 용기와 그 속에 풀어놓은 재미에 매혹 될 수 밖에 없었던 이 작품. 그 규칙들을 깨고 자신은 새로운 길로 들어 서겠자는 작가의 다짐이자 기존 패턴을 따라가기만 하려는 신생 작가들의 자세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그의 작품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인상깊었다. 그리고 이 가을 무렵,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 뒤에 <다잉 아이>라는 수식어를 새롭게 붙여보게 된다.

 

평범하기만한 일상의 어느날, 바텐더로 일하는 신스케는 퇴근길에 누군가가 휘두른 둔기로 머리를 맞고 쓰러진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머리에 커다란 부상을 입게된 신스케는 이 사건을 계기로 두가지 일상의 변화와 마주한다. 하나는 단기 기억상실이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과거에 자신이 일으켰던 교통사고로 한 여인이 죽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단기 기억상실이 일어난 신스케는 그때의 어떤 기억도 떠올릴 수가 없다. 정말 자신이 교통사고를 일으켰는지, 죽음을 맞이한 그여인이 도대체 누구인지...

 



신스케의 사고 이후, 그의 주변에서는 점점 의문스런 일들이 벌어진다. 레이지의 집에서 우연히 보게된 한 마네킹의 사진, 누군가를 닮아 있는 듯 묘한 느낌을 전해주는 그 마네킹은 무엇일까. 신스케와 동거중이던 나루미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고, 자신을 습격했던 범인은 시체로 밝견되고, 신스케의 주위를 멤도는 정체 불명의 여인 루리코의 비밀스런 수수께끼, 자신이 일으켰다던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려는 신스케의 고군분투는 그렇게 일상을 뒤집어 놓은 사건과 인물들로 인해서 시작된다.

 

과거 사건에 대해 조금씩 다다를수록 전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과연 사건의 진실은 무엇이고 그의 주변을 멤도는 인물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사건에 다가갈수록 조금씩 그의 기억을 되돌아오고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며, 등장인물들이 숨기고 있던 비밀들이 하나 둘씩 그 실체를 드러낸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필력이 돋보이는, 읽으면 읽을 수록 빠져드는,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그의 펜끝이 여전히녹슬지 않았음을 새삼 느끼게 만든다.

 

'그것은 마네킹 얼굴이라 여겨지지 않을 만큼 완벽했다. 그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한 여자의 얼굴이 있었다. 다른 마네킹에는 없는 생명의 기운이 감돌았다. 하지만 그것은 죽음의 기운이기도 했다. ... 이 여자는…… 날 보고 있어.'

 

'명탐정의 규칙'을 통해 도전이 없는 반복과 규칙을 꾸짖었던 히가시노 게이고, 어쩌면 이번 작품은 그만이 창조하려했던 자신의 미스터리 규칙을 답습하는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담으려하는 사회 비판과 주제의식, 치밀한 스토리텔링, 곳곳에 숨겨놓은 복선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구성, 더불어 미스터리 호러라는 장르속에 녹여놓은 공포와 긴장이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탄성을 절로 불러오게 만든다. 

 

'다시는 이렇게 쓸 수 없을 것 같다.' 이 작품을 마치고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작품에 쏟은 작가의 열정을 느낄 수가 있다. 인간이 가진 욕망의 그림자, 복수와 원한의 그늘을 작가는 치밀한 구성과 주제의식속에 담아낸다.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속에 담긴 독자들의 기대치만큼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끝없는 고민과 열정은 그 이상, 한계를 모르고 올라가야만 할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그의 노력이 계속 되고 있음을 이 작품을 통해 느끼게 된다. 여름의 마지막 끝 자락,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열정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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