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구 - 그때 우릴 미치게 했던 야구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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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이라는 곳에 처음 발을 딛었던 것이 아마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던것 같다. 워낙 축구를 조아라해서 항상 축구장에 살지만 야구 만큼은 예전 박찬호의 LA 다저스, 이승엽의 요미우리 자이언츠 정도가 좋아하는 팀이랄까?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잠실 야구장에서 두산과 삼성 경기를 관람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처음 찾아간 야구장, 생동감 넘치는 경기장의 분위기, 축구와는 또 다른 구단들의 다양한 마케팅, 그리고 지금은 前총리지만 그 당시 교수이면서 야구 해설도 종종 하던 정운찬 前총리와의 만남까지... 그 날 그곳에서 야구와의 만남은 개인적으로 색다르고 멋진 경험이 되었다.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 예상치도 못했던 전승 우승이라는 대기록에 '이게 야구구나!'하는 감탄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야구에 미칠 정도로 열정적이지는 못한 것도 사실이다. 축구와 야구, 왠지 라이벌이랄까? 아직까지는 공존하지 못 할 듯한 그런 묘한 분위기가 자리한다. 월드컵과 프로야구... 얼마전 끝난 남아공 월드컵기간에도 한 야구선수의 엉뚱한 발언이 축구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는데... 어쨌든 축구를 사랑하지만 야구도 싫어하지 않는, 요즘은 지바 롯데가 홈팀처럼 되어버린 팬으로서 <열구>라는 '그때 우릴 미치게 했던 야구'와 함께 한다.

 

도쿄에 사는 '요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도쿄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스오로 내려오게 된다. 그의 아내는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그의 딸 '미나코'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고향에서 아버지를 모실지 다시 도쿄로 돌아갈지 고민하던 요지는 슈코 고교에서 함께 야구를 하던 '가게야마', 진노, '교코' 등 다른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20년전 잊을 수 없는 쓰라린 아픔 때문에 쉽게 그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리고 미나코는 학교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게 되고... 과거의 안타깝기만한 쓰라린 기억, 현재에 간직된 그들의 문제들...요지는 이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열구(熱球)'. '열정이 가득한 야구', '열정적인 야구' 정도로 해석하면 좋을까. 현재의 기억속에서 그들에게 야구란 좌절과 시련만 안겨준 안타깝기만한 기억일뿐이다. 20년전 야구에 대한 이 안타깝기만한 기억은 요지와 미나코 사이의 이어지는 대화속에서 그 때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고 얼마나 멋지고 행복한 시간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열구>는 야구라는 이 단순한 스포츠를 통해서 친구들간의 우정을, 가족간의 단절되었던 사랑을, 인생에 대한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20년만의 화해, 아빠와 딸의 소통, 인생에서 진정 필요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열구>는 그 해답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20년전 열정적인 야구를 통해 하나가 되었던 이들, 하지만 이제 그 열정은 식어버리고 삶이 정해준 시간을 쳇바퀴 돌 듯 걸어나간다. 우리가 인생에서 놓치고 지나치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깨달아야 할 소중한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20년의 시간의 무게 속에서 그 답을 꺼내어든다.

 

'..당신은 우리에게 져도 가슴을 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지는 것이 얼마나 멋지고 소중한 경험인지를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우리는 어른이 되어도 지는 일뿐이었습니다. 계속 이기기만 하는 사람 따윈 필시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당신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잘 싸웠다, 잘 싸웠어."하고.. 그 목소리에 힘을 얻고, 용기를 얻으며 우리는 인생이라는 이름의 그라운드에 서서 행복이라는 이름의 백구를.. 아니 열구를 쫓아디니고 있습니다..' - P. 252 -

 

청춘을 소위 불꽃처럼 화려한 시간이라고 부른다. 열정이 있고, 아픔과 고통이 있지만 그 속에 희망과 꿈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청춘소설을 읽다보면 어느새 잊고 있던 추억들을 떠올리게 되고 어느샌가 잃어버렸던 열정과 정열이 솟구치는 것을 느낀다. 소설을 통해 되살아나는 청춘이란 시간의 감동을 다시금 느끼곤 한다. <열구> 또한 우리에게 그 시간들의 소중한 추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인생의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청춘이란 시간에 간직했던 열정을 추억하게 하고, 바쁜 현실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새삼 느끼게 만든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야기는 꽤 빠르게 전개된다. 화려하고 정열적이었던 시간들과 모든 것이 꼭꼭 막혀있는듯 답답한 현실이 대비되면서 이야기는 속도감을 내기 시작한다. 그리 두텁지 않은 페이지수도 그렇지만 이야기속에 빠져들어 너무 쉽게 책장이 넘어간다. 청룡기, 황금사자기 같은, 지금도 인기있지만 과거엔 더욱 치열하고 관심받았던 우리의 야구 이야기도 간혹 떠오른다. 야구장에서 느낄 수 있는 그 후끈한 열기, 터질듯한 열정이 <열구>가 담아낸 청춘의 시간속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시게마츠 기요시'는 현대 사회가 가진 여러가지 문제점들... 가족, 청소년, 학교, 사회...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소재로해서 아픔과 갈등을 예리하게 담아내는 작가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의 작품을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이 작품 <열구> 만으로도 그에 대한 이런 수식들이 옳음을 확인 할 수 있을것 같다. 그렇게 책을 내려 놓을때쯤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감동의 메세지와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추억속에 잠겨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플레이볼!' 상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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