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미 ㅣ 이타카
김지훈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일본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 이란 작품이다. 이 작품은 너무나 익숙하고 재미있는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이 담고 있는 형식과 내용들에 대한 작가의 재치있고 거침없는 비판이 담겨 있다. 읽는 동안 웃음을 멈출 수 없었던, 그동안 그런 사실 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해 쓴 웃음을 짓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 한국 현대 소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번쯤 해보게 된다. 연애소설, 조선시대를 다룬 역사 팩션소설, 가족소설... 간혹 인터넷 소설과 어린이들을 위한 판타지 소설... 소재는 한정되어 있고, 결국 눈물을 자극하면 성공?한다는 '소설의 규칙'을 따르고 있지는 않은가?
이런 우리 '소설의 규칙'을 거부한 거침없고 색다른 한 편의 소설과 만난다. <더미 Dummy> 란 이름을 가진 이 작품은 색다른 그 제목만큼 기존의 우리 소설과는 다른 특별함을 그려낸다. 주인공인 내가 만들어낸 신물질 레인보 아미노산, 다이어트 열풍인 현실과는 다른 발상으로 더 맛있고 뚱뚱한 고기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낸 식품 첨가물이다. 레인보 아미노산은 가축들의 체중 증강제로 만들어졌지만 특유의 맛 때문에 사람들이 먹는 음식에도 사용되게 된다. 그리고 레인보 아미노산이 만들어낸 정체불명의 고기 '더미'가 만들어지고 인간의 탐욕은 레인보 아미노산과 더미, 그리고 주인공 '나' 를 걷잡을 수 없는 회오리속에 몰아넣게 된다.
'인간의 역사는 세 개로 나눠진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 어떻게 먹을 것인가? 왜 먹을 것인가?' - P. 232 -
일찌기 우리 소설속에서 만날 수 없었던 소재와 설정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낯선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을 갖게 만드는 이 책의 첫 페이지를 열면 화려한 일러스트가 우리를 맞이한다. 짧은 대화글과 함께 주인공의 그녀들, 주변인들의 모습을 담은 멋지고 인상적인 일러스트는 책을 내려놓으며 다시 펼칠때 그것이 어떤 내용들을 담고 있었는지, 별 관계 없을 듯한 그 일러스트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으면서 <더미 Dummy>의 맛을 더욱 매혹적으로 만들어낸다.

<더미 Dummy>는 작가 '김지훈' 이란 이름을 우리의 머릿속에 각인 시킨 작품이다. 기존의 상투성을, 앞서 언급했던 한국 소설의 규칙을 과감히 떨쳐버린 그의 특별한 이 소설은 역사나 현실의 아픔과 사랑이 아니고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은 소설의 현실에 던진 과감한 도전장이라 말할 수 있을것 같다. 독특한 소재와 시공간속에서 우리의 현실과 욕망을 교묘하게 꼬집어내는 작가의 섬세하고 유연한 손놀림에 경탄을 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은 까다롭지 않다. 새로운 것에 쉽게 익숙해지고 그 만큼 쉽게 길들여진다. 일단 길들여지면 그것이 자신의 삶과 자유를 방해하는 것일지라도 그것을 위해서 노력한다. 역사는 말한다. 노예는 노예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주인을 위해 싸운다고...' - P. 359 -
이 작품의 제목 '더미 Dummy'는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인체 모형, 모조품이란 의미 이외에도 통계학 기법이나 신화의 신 등 여러가지 의미를 품고 있는데... 이 작품 속에서 '더미 Dummy' 란 제목속에 작가가 담아내고 말하고 싶어하는 의미는 아마 모조품 혹은 인체모형속에 담겨진게 아닌가하 개인적으로 생각을 해본다. 인간이 가진 끊임없는 욕망, 인간이 인간이 아닌 모형과 같은 존재에 불과한 현실, 가짜의 삶에 열광하는 인류의 어리석음을 작가는 '더미 Dummy' 라는 이름속에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탐욕이 탐욕을 먹어버리는 어리석은 사회, 인간의 어리석음속에 가짜의 삶을 살아가는 인류에 던지는 작가의 메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독특한 소재와 매력적인 캐릭터들,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독자들에게 이 책을 집어들게 만들것만 같다. 우리 소설의 규칙을 탈피한, 아니 탈피하려고한 이 작품이 보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아내를 웃기기 위해 토막글을 쓰다 소설의 세계에 발을 딛었다는 김지훈 작가. 아주 오래도록 그의 아내가 웃지 않거나, 아내를 위한 그의 열정이 영원히 식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오래도록 소설에 대한 그의 식지 않는 열정을 확인 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