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 마종기 시작詩作 에세이
마종기 지음 / 비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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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장르를 대할때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이 학창시절 배웠던 운율이 어떻고 그 속에 담긴 숨겨진 사상이 어떻고 하는 문법적, 수사적 표현들이 먼저 떠오른다. 이처럼 詩 를 詩 자체로 느낄 수 없는 안타까움이 우리 안에 자리 한것이 사실이다. 詩 하면 '사랑'을 주제로 담은 감미로운 언어적 유희가 자연스럽게 뒤따라온다. 편중된 시들과의 만남, 개인적으로 볼 때 지금까지 사랑과 이별의 아픔, 또 다른 시작 혹은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한 현대시를 만난것이 고작인것 같다.

 

역사속 시간을 걸어 내리는 듯한 한 권의 두툼한 '詩作 에세이'와 마주한다. '마종기' 라는 이름이 개인적으로는 참 낯설다. 미국에서 전문의로 활동한 그의 독특한 이력 만큼이나 그의 초기 작품들은 의학과 그 맥을 같이 하는 작품들이 많아보인다. 의학도 시절, 군의관, 그리고 병원 수련의 시절을 거치면서 발표했던 작품들이 [해부학 교실]속에 담겨지고 미국에서 활동하던 시절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담은 작품들이 [당신 사랑은 남는다]와 [꽃이 피는 이유를] 속에 담겨져있다.

 

아버지와 동생 등 개인적인 아픔은 간직한 가정사를 담아 낸 [그래서 나는 강이 되었다], [귀에 익은 침묵] 을 읽을 때면 왠지 마음이 숙연해지기도 한다. [누구도 걸어보지 않은 길로] 를 걷다보면 세계 여러곳을 바라보면서도 결국 고국을 그리워하는 시인의 애절한 그리움이 숨쉬듯 살아나는 느낌이다. 詩作 에세이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는 고희에 이른 시인 마종기의 50년 詩 인생을 집약한 기념 작품집이다. 개인적인 역사와 함께 대한민국 현대사의 아픔과 상처가 고스란히 그려진 詩의 역사가 책속에 뿌리 내린다.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다시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 P. 56 , [전화] 中에서 -

 

고국을 떠나 타지 생활을 하던 작가는 고국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詩속에 담아내고 있다. 혼란의 시기 1970~80년대 대한민국, 역사의 상처가 깊게 드리워진 고국의 현실에 대한 애증이 시인의 눈속에서 그려진다. 하지만 결국 그런 애증마저도 '사랑' 이라는 이름속에 그리움이 되어버린다. 그의 詩 속에는 역사와 아픔의 시간을 기록한 작품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친한 친구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표현한 '전화'라는 작품을 읽다보면 사랑의 진정성을 느끼게하는 서정적인 작품들도 다수 만날 수 있다.



 

이 詩作 에세이가 조금더 특별한 이유는 그의 인생을 집약한 깊이를 간직한 작품집이라는 것과 동시에 작가 자신이 그 詩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기 때문이다. 詩가 쓰여진 시대적 상황과 자신이 작품속에 담고 싶었던 주제를 자연스럽게 독자들과 대화나누듯 주고 받는다. 아픈 가정사를 끄집어 내고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詩 속에 담겨졌던 숨겨진 이야기들과 작가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픈 삶의 소중한 가르침까지 전해주고 있다.

 

'나는 내 시가 한국의 문학사에 남기보다는 내 시를 읽어준 그 사람의 가슴에 남기를 바란다.'

 

'그의 詩는 수식과 분식의 흔적이 거의 없어 읽을 때 화장 안한 맨 얼굴을 만나고 있는 느낌을 준다.' 고 마종기 시인의 詩를 표현한 이희중 시인은 그의 작품속에서 삶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이야기한다. 또 시인 권혁웅은 그의 詩를 '간절하고 겸손하고 다정하고 순결한' 이라고 표현한다. 그의 다양한 작품들속에서 보여지고 느껴지는 詩들을 통해 그리움과 순결함을 간직한 그의 시들을 세세하게 분석기도 한다.

 

서정적이라는 표현이 어떤 의미인지 모호하게 다가온다. 그의 詩가 서정성을 대표한다고 그의 작품을 설명 하지만 그의 詩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은 직설적이며 서사적인 그것 정도로 말하고 싶어진다. '사랑'을 주제로 한 詩들에 익숙해진 개인의 취향이 작용해서인지 모르지만 그의 詩가 담고 있는 느낌은 조금은 무거우면서 침울하고 그 안에 그리움이 뭍어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詩를 만나고 '절대 고수의 검술을 목도한 시골 칼잡이 처럼 말수가 줄었다' 는 이희중 시인의 표현처럼 그의 詩를 보고도 깊이 있고, 절대적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나 자신이 시골 칼잡이 근처에도 다가서지 못해서일 것이다. 그가 1980년대 말에 발표한 조금은 거세고 직설적인 詩의 몇구절을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한다. 이데올로기의 어두웠던 시대, 새로운 힘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 詩 속에 투영된 현재 우리시대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렇게 외쳐본다.

 

'.... 며루치는 국물만 내고 끝장인가. ... 드디어 그 긴 겨울도 지나고 있다.'  - P. 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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