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
니나 슈미트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최근 들어 유난히 '사랑'과 관련된 책을 많이 만난 듯하다. 3월을 기점으로 왕하이링의 중국소설 '신결혼시대'를, 오랫만에 다시 만난 원태연 작가의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박완서 작가를 비롯한 여성작가들의 에세이 '지금 나는 사랑하러갑니다', 제임스 패터슨의 '지금 사랑해도 될까요?', 최예원의 '사랑아 괜찮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각양각색 사랑의 언어들을 실감한 시간이었다. 아마도 봄이라는 계절이 사랑이라는 이름을 빨아들이듯 끌림을 전해주는 듯하다. 봄 그리고 사랑... 이제 또 다른 사랑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 제목만으로도 어떤 내용일지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작품이다. 표지를 펼치자마자 커다란 웃음을 머금은 작가의 환한 미소가 눈에 들어온다. 많은 작품들속에서 작가 특유의 유머와 생기발랄한 위트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는 니나 슈미트, 그녀의 그 환한 미소를 보고 있노라면 이 작품 또한 독자들에게 얼마나 큰 웃음과 재미를 선사해줄지 기대를 갖게 된다.

 

'왜 하필이면 이곳일까? 내 남자 친구의 전 여자 친구는 왜 루카스와 내가 사는 이 도시로 이사 오는 걸까? 세상에는 수많은 나라가 있고, 독일에도 수많은 도시가 있는데 말이다.' - P. 9 -

 

사귄 지 2년이 채 안 됐고, 동거한 지 10개월 정도 된 안토니아와 루카스 커플, 오래된 연인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권태기의 징후가 보이기 시작하는 이들 커플에게, 아니 안토니아에게 어느 날 예상치 못했던 재앙이 찾아든다. 남자친구 루카스가 예전에 3년 정도 사귀었다는 자비네 쉐퍼라는 전 여자친구가 그들이 살고 있는 퀼른으로 이사를 오게 된것이다. 왜 하필이면 이곳일까? 라며 생각치 못했던 복병의 등장에 잔뜩 긴장하기 시작하는 안토니아.

 



'사랑해~'라는 문자는 어느새 '올 때 물 좀 사와'라고 빠뀌어 버리고, 남자 친구의 깜짝 선물을 '살 좀 빼'라는 질책으로 들리는, 오래된 연인들의 모습이 웃음으로 다가온다. 안토니아와 루카스의 모습을 보며 새삼 공감 아닌 공감을 느끼게 된다. 사랑했던 연인들의 사이에 조그맣게 갈라진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남자 친구의 전 여자친구는 사사건건 안토니아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든다. 이삿짐을 날라 달라, 환경운동에 참여해라... 며 루카스와 안토니아 사이에 벌어진 작은 틈을 점점 크게 만들어 버리는 자비네. 내 남자친구를 지키기 위한 안토니아의 고군분투는 그렇게 시작된다.

 

곳곳에 자리한 재치있는 대화들과 유머러스한 상황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오래된 연인들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오해와 갈등들이 심각한 상황속에서도 유쾌하고 경쾌하게 그려진다. 소변과 빨간 양동이, 그리고 바뀐 새 열쇠...2년 호르몬 공포 시나리오... 와 같은 배꼽 잡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조금은 무거울 수 있는 갈등 구조를 웃음으로 넘어서고 있다. 조금은 엉뚱하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 안토니아의 좌충우돌 내 남자 지키기는 독자들의 공감과 웃음이 있어 더욱 큰 즐거움을 전해준다.

 

'남자의 사랑은 그 인생의 일부이고 여자의 사랑은 그 인생의 전부이다.' 라는 말이 있다. 안토니아와 루카스의 모습을 보면서 이 말이 떠오른다. 사랑에 조바심내는 안토니아의 모습과 사랑하지만 조금 무책임하고 방관적인 루카스... 안토니아는 인생의 전부인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까? 그녀의 고군분투는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오래된 연인들이 겪고 있을 권태기를 지혜롭게 헤쳐갈 해법을 그들의 이야기속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사랑한다는 것은 둘이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했다. 엉뚱 발랄한 그녀의 남자친구 사수기를 통해서 즐거운 웃음과 함께 오래된 연인들의 갈라진 틈을 메워줄 의미있는 메세지 까지 찾을 수 있었다. 사랑이라는 말이 더욱 절실한 봄이 익어가는 계절에 안토니아는 우리에게 작은 물음을 던진다. 당신의 사랑은 안녕한가요? 사랑아, 괜찮니?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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