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요이야마 만화경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일본을 표현하는 수많은 수식어들이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하나가 바로 '축제(마쯔리)의 나라' 라는 것이다. 축제, 즉 일본의 '마쯔리' 는 대부분 풍작과 풍어를 비는 의식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역사적 풍습으로 신사나 절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 중 관서지방을 대표하는 기온 축제, 기온 마쯔리는 일본에서도 그 화려함과 장대함을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하는데... 기온 마쯔리의 밤, 흥이 절정에 오르는 밤을 요이야마라고 한다. 요이야마를 둘러싼 화려하고 신비한 이야기들이 이 책 <요이야마 만화경>속에서 빛을 내기 시작한다.
요이야마와 연관된 6가지 이야기들이 만화경처럼 신비로운 색채를 만들어낸다. 발레학원에 다녀오다 축제에 흠뻑 빠져 언니를 잃어버린 소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15년전 요이야마에 잃어버렸던 딸을 만화경속에서 찾게 된 아버지의 이야기, 초금붕어를 기르는 엉뚱한 사내와 요이야마에 벌써 3번째 초대되지만 계속해서 친구에게 골탕을 먹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 기온제 사령부를 만들고 선배의 친구를 속이려는 엉뚱한 사람들, 그리고 길을 잃어버렸던 자매들중 언니의 이야기가 쳇바퀴돌듯 다시 원점으로 이야기를 되될려 놓는다. 요이야마를 둘러싼 다양한 군상들의 신비하고도 경쾌한 이야기들이 하룻밤 절정에 이른 요이야마의 풍경을 즐겁게 수놓는다.
만화경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줄 안다. 크기가 같은 길쭉한 평면거울 3개로 만든 이 괴상한 추억의 물건은 한자로 일만 만(萬), 빛날 화(華), 거울 경(鏡)으로 쓰여지는데 같은 모양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고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만화경은 우리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 안에 무엇이든 넣으면 전혀 색다르고 모두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리는 신비 그 자체인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 만화경이란 제목이 쓰인 이유 또한 그런 이유에 있을것이다. 만화경 자체가 소설속 주요 소재로 쓰이기도 했지만 만화경이 만들어내던 그 신비함 자체가 요이야마가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신비로움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요이야마 만화경>은 '교토의 소설가' 라고도 불리는 모리미 도미히코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 교토를 배경으로 쓰여졌다고 한다.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작가는 왜 교토를 배경으로 고집하냐는 질문에, 자신이 살고 있고 대학시절을 보내 교토가 신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신비한 일이 일어날것 같은 교토! 그래서 작가는 그런 독자의 기대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비하고 매력적인 공간으로서 교토를 작품의 배경으로 자주 사용한다고 말한다. 교토!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언제고 한번쯤 꼭 찾고 싶어지는 장소가 될 것 같다.
[유정천 가족]으로 2009년 우리 곁을 찾아왔던 작가 모리미 도미히코. 너구리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사랑을 보여주었던 이 작품속에서도 작가는 작가 나름의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재미와 감동으로 이끌었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그만의 매력을 느끼게하는 환상과 신비로움 가득한 마쯔리의 세계로 독자들을 매혹시킨다. 만화경을 들여다보는듯한 신비롭고 몽환적인 작품의 분위기는 특별한 사건이 아닌 색다른 배경을 통해 이야기를 매력적이고 돋보이게 만들어내고 있다.
기인이나 거짓말을 태연하게 떠드는 몽상가처럼 만화적인 캐릭터들의 등장에 대해서 작가는 주변 인물들을 통해 그런 캐릭터들을 창조해낸다고 말한다. 재밌게 말하고 행동하는 주변의 사람들이 그에게 다양한 소재와 캐릭터들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독특한 배경, 유쾌한 이야기들, 색다른 캐릭터, 몽환적 분위기, 인상적인 제목... 모리미 도미히코의 작품이 주는 이런 특별함이 그를 기억하고 사랑받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처음 만화경을 바라보며 느꼈던 신비함과 만화적 캐릭터들이 주는 재미까지 고스란히 담아내는 색다른 이야기의 매력에 독자들은 쉽게 빠져들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교토 소설가만의 매력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