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블랙 장르의 재발견 1
오스카 와일드 지음, 서민아 옮김 / 예담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헨리 워튼 경은 자유를 추구하는 쾌락주의자이다. 젊음과 아름다움 순수를 두루 갖춘 미소년 도리언 그레이를 만나게 된 헨리는 그에게 흥미를 느끼게 되고 조금씩 그를 타락의 늪으로 빠뜨리고 만다. 헨리의 친구인 화가 바실은 도리언의 초상화를 그려주게 되고, 자신의 젊음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영혼마저 기꺼이 내어 놓겠다는 도리언의 말에 초상화는 낮은 미소로 대답하기에 이른다. 도리언에게 처음으로 찾아온 사랑, 결혼까지 생각했던 그 였지만 그녀의 연기에 실망하고 과감히 그녀를 버리게 되고, 연극 배우였던 시빌 베인은 그 충격에 자살을 하게 되고...

 

도리언의 모습이 담긴 초상화는 그가 보이는 행동의 변화처럼 잔인한 미소를 머금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도리언은 늙지도 그의 미모는 사라지지도 않는다. 영혼을 팔아버린 도리언은 점점 더 헨리 경의 쾌락속에 빠져들게 되고 그 유혹은 살인에 이르기까지 한다.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게 된 도리언, 도리언의 악행을 짊어지고 늙어가는 도리언의 초상화. 그의 주변에서 계속 발생하는 살인사건. 과연 도리언은 영원한 젊음을 간직할 수 있을까? 바질이 그린 이 초상화의 비밀은 무엇인고, 이 초상화에 담긴 비밀을 도리언은 지켜낼 수 있을지... 이야기는 더욱 더 깊고 깊은 쾌락과 환상속을 내달린다.

 

'예술가는 아름다운 것들의 창조자이다. 예술을 드러내고 예술가를 감추는 것이 예술의 목적이다. ... 도덕적인 책이라거나 부도덕적인 책이라는 것은 없다. ... 예술가에게 생각과 언어는 예술의 도구이다. 예술가에게 악덕과 미덕은 예술을 위한 재료이다. ... 모든 예술은 전혀 쓸모없다.' - <도리언그레이의 초상> 서문, 오스카 와일드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오스카 와일드의 1891년 作이다. 오스카 와일드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이들을 위한 동화와 희곡 작가라는 수식어인듯 하다. [행복한 왕자]를 비롯한 그의 동화들은 아이들의 환상을 자극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살로메]와 같은 희곡을 썼다고 하는데 아직 그 작품들을 만나보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 작품,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그가 남긴 유일한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벌써 한 세기를 훌쩍 넘긴 이 작품이 불과 몇년전 영화로 우리 곁을 찾아오기도 하고, 소설로 아직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책을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으리라.

 



미모의 청년 도리언, 헨리 경의 유혹으로 시작된 그의 쾌락주의와 추악한 인간성의 변화는 결국 그를 비참한 결말로, 파멸로 이끌게 된다는 스토리 구성은 조금은 단순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미주의적 표현들과 화려한 문체, 초상화가 늙어간다는 판타지적 묘사나 영혼을 건 악마와의 거래와 같은 독특한 설정들이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을 오래도록 독자들에게 관객들에게 사랑받게 만든 비결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욕망' 이라는 단어속에는 '과하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과하다는 것은 언제나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다. 영원한 젊음에 대한 욕망은 단순히 어제만의 일은 분명 아닐것이다. 얼마전, 성형미인은 자신의 영화에 출연할 수 없다고 말했다던 헐리우드 영화 감독의 소식이 있자, 그 아래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었다. 그 댓글들중에서 '우리나라 배우들중 그 영화에 출연할 배우는 없겠다' 던 한 네티즌의 우스갯소리가 떠오른다. 간단한 성형은 성형 축에도 끼지 못하고, 보톡스는 미용이 되어버린 웃지 못할 현실. 젊음을 향해, 욕망을 위해 추악함과 잔혹함까지 보이는 우리시대의 현실이 백년을 넘겨버린 고전속에 거울처럼 선명히 보여진다.

 

'예술을 위한 예술의 옹호자' 오스카 와일드 

이 작품으로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오스카 와일드이지만, 동성애 사건에 휘말려 감옥에서 2년의 실형을 치른 오스카 와일드. 아이러니하게도 재판과정에서 이 작품이 그 증거물로 제시되기도 했다고 한다. 오스카 와일드, 그를 성공과 파멸로 이끈 작품이 공교롭게도 바로 이 책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었던 것이다. 그는 이 책의 서문을 통해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정확하게 피력하고 있다. 세상이 보내는 자신에 대한 따갑고 차가운 시선에 대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유미주의적 예술관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자네가 늙고, 주름지고, 추해질 때, 생각이 한 줄 한 줄 주름을 패어놓아 이마에서 생기가 사라질때, 열정이 그 끔찍한 불길로 입술에 낙인을 찍을 때, 그때 비로소 알게 될 걸세. 젊음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몸서리치게 느끼게 될 거야...' - P. 46 -

 

위에서 말하는 헨리 경의 말을 가만히 듣다 보면 작가가 말하려는 두가지 뚜렷한 주제를 느낄 수 있을것 같다. 이 시대 젊음을 유지하고자 하는 수많은 욕망에 대한 경고이자 젊은이들만의 고귀한 특권인 청춘을 어떻게 보내야하는지에 대한 교훈이 엿보인다. 욕망과 양심, 두 이율배반적인 관념의 공존에 대한 그의 질문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에 아직도 우리는 속시원한 대답을 내어놓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쾌락, 그리고 파멸로 이어지는 오스카 와일드가 말하려는 욕망의 덫을 우리는 언제쯤 깨닫게 될 수 있을지...

 

읽는 내내 화려한 문체에 압도당한다. 오래된 고전이지만 이 작품을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지금도 그의 작품이 사랑받고 공감받는 이유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오스카 와일드가 전해준 단순한 현실적 교훈을 넘어서 환상적이고 독창적인 동화적 상상이 가미된 재미와 구성에 매혹되고 만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의 살인자를 통해 오스카 와일드를 보게 되고, 그를 통해 우리 현실의 모습들을 만나게 된다. 오스카 와일드의 펜끝에서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자 현실속 우리 자신의 얼굴이 담긴 초상화와 마주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