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비밀
톰 녹스 지음, 서대경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얼마전 친구와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 천주교에 다니던 친구, 무늬만 크리스챤인 내가 나눈 대화의 요지는 바로 '신의 존재'에서 멈추어 있었다. 신은 존재할까? 누구에게 묻더라도 속시원히, 아니면 과학적이고 확실한 대답을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영원히 논쟁으로만 남을 수밖에 없는 질문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우리의 대화 역시 결론도 없이 단순한 논쟁으로 그치고 말았지만. 친구가 했던 말중 이 말만이 선명하게 기억된다. 지금의 종교는 신앙이 아닌 종교에만 머물러 있다는...

 

신은 존재할까? 이 질문에 대답하는... 아니 그 질문에 대해서 사색하게 만드는 즐거운 미스터리 추리소설과 마주한다. 종교적 믿음이 있건 없건간에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창세기'에 대한 비밀을 현대적 시점에서, 소설적 상상을 가미한 작품이 바로 톰 녹스의 <창세기의 비밀>이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고고학적 발견과 그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살인사건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색다른 팩션 스릴러의 진수를 담아낸다. 이 작품은, 지적 호기심과 재미, 감동을 안겨주는 화제작으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제 그 비밀의 문을 조심스레 열어보려 한다.

 

종군기자 출신의 해외 특파원 로브 러트렐, 이혼과 딸의 죽음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력 10년의 베테랑 형사 마크 포레스터 반장, 그리고 생물인류학자이자 인골 고고학자인 미모의 여인 크리스틴 마이어... 형사와 기자, 고고학자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바로 이 작품을 이끌어간다. 터키 남동부 쿠르드 지역의 괴베클리 테페에서 역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고고학 유적지가 발견된다. 약 1만 2000년 전에 지어진 이 건축물은 기원전 8000년경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땅속에 매장되었다고 하는데...

 

<창세기의 비밀>은 두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구성 된다. 벤자민 프랭클린 박물관 관리인이 지하실 바닥을 파헤치던 대여섯명의 괴한들에게 혀가 잘리고, 그의 가슴에 다윗의 별을 새기다가 달아난 사건이 그 하나이고, 세계 최초의 종교 건축물이라는 추측속에 발굴 작업을 진행하던, 이 사원이 세상에 공개되는것을 막으려하던 고고학자 브라이트너 박사의 죽음이 또 다른 하나의 축을 이루고 있다. 여러가지 미스터리를 품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계속되는 연쇄살인. 포레스터 반장과 로브 기자는 서로 다른 곳에서 전혀 관련없어 보이는 사건들의 실체를 파헤치게 되고 그 속에서 굳게 닫혀있던 창세기의 비밀의 문을 서서히 열어가게 된다.

 



 

브라이트너 박사가 남긴 비밀노트, 인신공희를 즐기는 범인의 정체, 검은 책의 비밀, 프리메이슨이었던 벤자민 프랭클린, 괴베클리 테페가 간직한 역사의 미스터리... 무거운 두께를 가늠케하는 이 책은 스릴과 액션, 미스터리를 간직한체 조금씩 속도를 높여간다. 일찌기 우리는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를 통해서 숨막힐듯한 스릴과 액션, 추리의 진수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 많은 작품들속에서 그와 유사한 내용과 인물 구성이 두드러진 것도 사실인데, 말하자면 이 작품도 그런 팩션소설의 전형을 따르고 있다.

 

종교와 역사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만드는 작품이 바로 <창세기의 비밀>이다. 어느 것이 옳고 그름을 따질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삶속에서 바라보는 종교적 현실이 바로 소설속에서 팩션으로 새롭게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속에서 우리는 '신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인간의 본성과 가치를 탐색' 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었다. 종교와 철학, 역사속에서 신에 의해 구원된 세상, 창조론의 위선을 조목조목 비판하던 그의 목소리는 우리에게 잠시 귀를 기울이게 만든것이 사실이다.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종교적 비판의 목소리, 신앙은 없고 종교만 존재하는 현실속 비뚤어짐이 바로 [만들어진 신]이나 이 작품 <창세기의 비밀>속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 작품의 작가 톰 녹스는 칼럼 저널리스트와 기자로 활동했었다고 한다. 이런 그의 경험은 이 작품에도 철저하게 반영되어 기자 특유의 섬세한 구성과 추리, 생동감 넘치는 스펙터클, 잘 알지 못하던 미지의 영역에 대한 즐거운 탐미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있는듯 하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괴베클리 테베에 관한 팩션을 쓰기로 결심했다는 작가의 이 작품은, 영원 불멸의 작품, 도스토 예프스키의 [죄와 벌] 처럼 오랜 시간 독자들의 마음을 붙들어 놓을 그런 작품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지적 추리!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크고 특별한 매력이 바로 이것이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캐릭터들이 뿜어내는 매력도 물론이지만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괴베클리 테페라는 실제하는 장소에 숨겨진 비밀을 탐구하는, 종교와 역사, 철학을 넘나드는 지적 호기심에 대한 자극은 독자들을 책속에 빨려들게 만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역사적 사실, 스토리적 허구, 기자로서의 경험이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없는 특별한재미와 경험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톰 녹스는 그의 두번째 작품 [카인의 유전자]의 집필을 거의 마쳤다고 한다. 그 작품 역시 실제 미스터리를 기반으로 한 팩션소설이라고 하는데, 무척이나 기대하게 만든다. 인간은? 신이란 존재는? 풀리지 않는, 알려지지 않은 수수께끼의 실체를 찾아 떠난 즐거운 여행이 이제 그 막을 내리려 한다. 데뷔작에서 보여준 그의 열정, 하지만 신인작가의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치밀한 구성과 흡입력이 다음 작품에서는 얼마나 더 큰 꽃으로 피어오를지 기대하게 된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또 다른 비밀의 문이 그의 펜끝에서 어떤 모습으로 창조될지 두근거리는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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