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er 상상과 몽상의 경계에서
김의담 글, 남수진.조서연 그림 / 글로벌콘텐츠 / 2010년 4월
평점 :
4월 내린 눈! 벚꽃이 만개한 4월, 때아닌 눈이 흩뿌린다. 따스한 봄볕에 온 몸을 맡겨보고픈 바램은 사치라는듯 시샘을 내는 추위가 눈으로 절정을 이룬다. 계절의 이야기를 떠나, 4월 오늘 내린눈은 우리에게 지난 겨울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짧았지만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속에서 또 많은 이야기들이 피어 올랐으리라. 잠시 걸음을 멈추고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 느닷없기도 했지만 그래서 신선하고 색다른 경험이었던 4월의 눈, 그런 눈처럼 오늘을 특별하게 만드는 작은 책 한권과 마주한다.
'어둠의 존재. 지금의 나에게 여전히 존재하며 두려움이라는 집을 짓고 내가 침몰하기만을 기다린다. 난 여전히 괴물과 싸우고 있다.' - P. 09 -
삶의 습작처럼 흩뿌려진 과거와 현재의 기억이 책 제목처럼 상상처럼, 몽상처럼 그 경계에 자리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규정짓는 듯한 '상처, 이해, 성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가는 추억속 아지랭이를, 현실에 주어진 일상들을, 동화속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나즈막이 들려준다. 오래전 천근만근한 짐보따리를 둘러맨 엄마의 뒷모습, 어린시절 밤이 무서웠던 기억들, 놀이터 아이들의 소꿉장난놀이에서 현재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그리고 현재의 나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가슴 두근거려 뛰쳐나가고 싶은 꿈은 무엇입니까?
누가 뭐라 해도 달려가고 싶은 꿈이 무엇입니까?
나의 꿈은 무엇이었나? 어릴적 꿈은 상상처럼 푸르르고 찬란했다. 현실에 놓인 나의 꿈은 이미 몽상이 되어버린지 오래고, 그런 꿈조차 있었는지 아스라하다. 크면 무엇이 되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던 열정의 온도계는 거침없이 아래로 아래로 향하고 있다. 그래... 오래전 나의 꿈은 무엇이었지?
넌 인생에서 지키고 싶은 열가지가 뭐야?
모건 프리먼의 '10 아이템스 오어 레스'란 영화속에서 그는 '자신이 살면서 지키고 싶은 것'을 열가지 이하로 말해보라고 했단다. 나에게 지키고 싶은 열가지? 음~ 무엇이 있을까? 가장 먼저 역시 건강이 아닐까? 그리곤 음... 생활속 마음의 여유를 간직하는 일, 내 서재와 책들, 축구 사랑, 항상 고마운 가족과 친구들, 음... 우리 강아지 짱구, 정원에 심은 과일나무들... 고민고민 해봐도 열가지를 채우기는 힘들것 같다. 그만큼 삶에 열정이 없었단 말인가? ㅠ.ㅠ

내가 지키고 싶은 것들 중 한가지였던 친구,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 책속에도 유독 눈에 띈다.
'친구도 인해 끊임없이 변화하며 동화되고 친구의 향기에 나의 향기를 적시며 결국엔 서로의 향기를 맡을 수 없게 된다. 가끔 친구로 인해 상처를 받더라도 우리 서로 한걸음 뒤에서 지켜봐주고 사랑하지. 내가 받은 상처보다 더 마음 아파할 친구를...'
굳이 친구라고 한정지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연인, 친구, 가족... 모두에게 가능한 이야기일것 같다. 친구의 향기에 나의 향기를 적시며 동화되어 향기조차 하나가 되어간다는 말이 너무 감미롭고 사랑스럽다.
<Her 상상과 몽상의 경계에서>는 이처럼 추억 혹은 일상속에서 느낌과 경험을 특별한 이야기들로 채색한 작품이다. 단순히 상상이나 몽상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우리가 현실에서 배우고 또 배워도 모자라지 않을 거대한 느낌표를 수도 없이, 너무나도 많이 선물해주는 작품이다. 짧은 글속에 담긴 깊이 있고 색깔있는 이야기들이 시각적 즐거움과 감성적 만족을 전해준다. 조서연, 남수진의 일러스트 또한 그녀가 써내려간 상상과 몽상의 경계를 감각적으로 잘 표현해주고 있다.
용기는 희망을 위하여 다시 한 번 주어지는 기회이다.
용기와 희망! 아마도 작가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꿈을 잃고 걸어온 당신, 그리고 나. 하지만 우리가 잃어버린것이 단지 꿈만이 아니었다. 희망의 끈까지 잠시 우리는 놓치고 살아온 것이리라. 하지만 작가가 전해준 이 한마디, 용기와 희망! 이 말로 우리는 다시금 놓쳤던 희망의 끈을 움켜쥐게 된다.
상상과 몽상의 경계에서 헤메이던 우리에게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현실을 바라보고 미래를 꿈꾸게 만들고 있다. 잊고 있었던 열정과 용기, 희망이란 단어에 온기를 불어넣어 준다. <Her 상상과 몽상의 경계에서>를 처음 만났을때, 참 독특한 책이겠구나 했던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은 내려놓을때쯤 너무나 특별한 책으로, 오래도록 기억될것 같다고 각인되어 버리고 만다. <Her 상상과 몽상의 경계에서>! 작고 가볍지만 무게가 느껴지는, 쉽게 넘기지만 깊이를 느끼게하는, 용기와 희망으로 채색된 매력적인 그녀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