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의사, 죽음의 땅에 희망을 심다
로스 도널드슨 지음, 신혜연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올해도 어김없이 수많은 작가들의 수도 없이 많은 문학작품들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모든 분야에 걸쳐 불황을 이야기하지만 문학분야 만큼은 그래도 꾸준히 사랑받고 관심받는 작품들이 눈에 띄는것 같다. 올 한해 개인적으로 발견한 한 권의 책, 아니 한 사람의 인물을 꼽으라면 바로 '바람의 딸 한비야'를 꼽고 싶다. '죽을 때까지 뭔가를 배우고 끊임없이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업데이트하며 살고 싶다. 마지막 순간까지 성장을 멈추지 않는 바람의 할머니가 되고 싶다.' 는 그녀의 열정어린 목소리가 아직도 가슴속에 메아리처럼 자리한다. 시에라리온!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시에라리온이라는 이름과 함께 떠오른 이름이 바로 한비야였다. 그의 전작 [지도밖으로 행군하라]속에서 찾을 수 있었던 이 나라의 현실을 또 다른 한 작품, 청년의사의 펜 끝으로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된다.

 

<청년의사, 죽음의 땅에 희망을 심다>는 바로 이 나라, 시에라리온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죽음의 땅에 희망을 심고 키운 한 청년의사의 시간은 기록하고 있다. 시에라리온의 별을 아는가? 세계에서 세번째로 커다란 다이아몬드, 성인 주먹 크기 만한, 986.6캐럿의 다이아몬드의 이름이 바로 시에라리온의 별이다. 우리나라보다 조금 작고, 6백만 정도의 국민이 있는 나라 시에라리온! 하지만 다이아몬드 다툼으로 발생한 내전은 이 나라를 가장 불행한 나라로 만들고 말았다. 평균수명이 30세가 채 안되는, 인구대비 난민과 신체 장애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 아이들은 소년병으로 전쟁에 나가고, 내전으로 여인들은 성폭력에 시달리는, 이제 다이아몬드는 없고 무기와 마약만이 넘쳐나는, 그런 '별'이 아닌 별볼일 없는 나라가 되어버린 이 나라에 또 하나의 불행이 있다.




 

이 곳 사람들은 말합니다. 심자에는 뼈가 없다고. 제 심장은 다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 P. 10 , 회고에 앞서 -

 

그것은 바로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바이러스인 라사열과의 전쟁이다. 감기 증상에서 시작해 호흡기 장애나 뇌출혈을 일으켜 죽음에 이르게하는 이 라사 바이러스는 높은 전염성과 치사율때문에 국제사회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내전으로 피폐되고 죽음에 이르게하는 괴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시에라리온은 흡사 지옥의 모습과 닮아있는듯 보인다. 그런 죽음의 땅에 발을 들여놓은 의지의 청년의사가 있다. 로스 도널드슨, 치명적인 죽음의 바이러스에 매료되어 가족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죽음의 땅에 발을 들여놓은 그의 시간들을 일기처럼 써내려간 작품이 <청년의사, 죽음의 땅에 희망을 심다>이다.

 



 

케네마라는 지역에 위치한 라사 병동! 전세계에서 라사열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유일한 곳인 라사 병동에서 라사 바이러스와 연결된 모든 이야기들이 일기 속에 쓰여진다. 새로운 사람들, 낯선 이국땅에서의 생경한 모습들, 리사 바이러스의 치료에 몰두한 콘테박사와의 만남과 그에게서 배운 수많은 가르침, 열악한 의료환경과 그 속에서 삶과 죽음의 다리를 건너는 수많은 환자와 그들을 위해 땀흘리는 의료진들, 바이러스 연구와 진료사이에서 의사로서 느껴지는 자신의 모습, 그리고 죽음의 땅을 외면하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 대한 생각에 이르기까지... 로스 도널드슨의 라사병동에서의 시간들이 일기속에 빽빽히 그려진다.

 

영원한 사랑으로 불리어지는 다이아몬드! 그 영원한 사랑때문에 슬프기만한 나라 시에라리온의 모습은 처참하기만 하다. 한 청년의사에 눈에 비쳐진 죽음의 땅을 바라보면서 여러가지를 느끼게 된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가져야할 마음자세가 어떠해야 할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죽음의 땅에서 슬플수밖에 없는 두세살의 어린 아이들과 산모들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이익이 없는 땅은 죽어도, 썩어도 좋다는 가진 나라들의 이기심도 낯설지가 않다. 이해가 없이 이익에만 눈먼 오늘날의 가치관이 안타깝기만하다.

 

순간을 멈출 수 있다면 현실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느순간, 예고도 없이 그 하나밖에 없는 보석이 똑 떨어져버렸다. 마지막 영겁의 순간, 그 물방울은 태양의 심장에 다시 한 번 반짝한 후 자신을 기다리는 바닷속으로 녹아들었다. - P. 379 -

 

시에라리온에 대한 정보를 찾다가 '지금 시에라리온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세요!'라는 어느 어린이 재단의 후원 포스터를 찾게되었다. 2000원이면 전쟁때문에 총을 들었던 아이들에게 펜을 되찾아 줄 수 있고, 세끼 식사를 먹일수 있으며, 마음 편히 잠잘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 검은 대륙 아프리카가 다시 다이아몬드처럼 빛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돈 2000원과 그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일 것이다.

 

청년의사가 죽음의 땅에 심은 희망이라는 작은 씨앗은 우리에게 그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고 생각된다. 이제 그 희망을 싹틔우기 위해서 지속적인 관심이 뒤따라야 할것이다. 청년의사의 쉽지 않았던 작은 도전속에서 우리를 새롭게 할 교훈과 지혜, 믿음과 사랑을 우리는 찾을 수 있었다. 다이아몬드 처럼 빛나는 희망을 시에라리온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되었다. 그리고 오래도록 그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지속시켜 나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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