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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홈즈걸 1 -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ㅣ 명탐정 홈즈걸 1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이 단서이고 책이 사건이고 책이 모든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작은 꿈이 있다. 오로지 책과 함께 하는 일상, 책에 푸욱 묻혀 책향기에 취해 살아 가고픈 맘, 자신만의 멋진 서재를 갖는 일, 그리고 궁극이라면 자신의 이름 석자가 새겨진 책 한권을 품속에 안아보는 일... 이런 일들은 우선 책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아보는 것에서 시작할 것이다. 가까운 도서관을 자주 찾던가, 책과 관련된 일을 갖게 되던가... 서점을 기웃거려 보기도 하고, 도서관 사서가 되어보면 어떨까? 혹은 출판사에서 일한다면... 하는 다양한 상상속을 거닐기도 한다.
책에 대한 갈증을 풀기 위해 우리는 또 다른 책들을 찾기도 한다. 명사들의 책이야기나 책과 관련한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즐겨 찾기도 한다. [그들은 한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를 통해 매혹적인 책읽기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라는 작품 속에서 '그림이 되어 마음 속 풍경으로 남는' 책들과의 만남을 갖기도 한다. 밀리언하우스에서 출간 된 [끝까지 읽지 못한 비지니스 명저 8]는 쉽지 않은 비지니스 서적들과의 만남을 도와주기도 한다. 데이비드 덴비의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은 조금은 무겁지만 깊이있는 탐구를 가능케하는 고전과의 만남을 이끌어준다. 책을 더욱 사랑하고 조금 더 알아가는 즐거움이 이처럼 책속에 담겨있는 것이다.
브라이디 클라크의 [그랜트북스 퇴사후원회]라는 소설속에서 출판사 에디터의 일상과 출판사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잠시 엿보기도 했고, 얼마전에 읽은 알폰소 슈바이거르트의 [책이 되어버린 남자]를 통해 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어떤것일까 한번쯤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 손에 든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그 첫번째 이야기속에서 조금은 익숙해보이는 서점이라는 공간속에서 펼쳐지는 책 이야기와 마주하는 기회와 만나게 된다. 서점에서 벌어지는 일상과 그들의 일, 그리고 그 속에서는 어떤 빛과 그림자가 공존할까? 홈즈걸의 책장을 통해 책과 책속에서 벌어지는 추리의 세계속에 빠져든다.
역빌딩 6층, 세후도 서점! 스물네살의 교코는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포함해서 책에 둘러싸여 6년 이라는 시간을 서점에서 보낸 어느 정도의 베테랑이다. 그리고 그녀 곁의 아르바이트 점원 다에! 세후도 서점의 교코와 다에가 풀어가는 책에 관한 미스터리를 푸는 추리소설이 바로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이다. 표면상 교코의 시선을 통해 사건들이 시작된다. 하지만 책의 제목이 말하는 홈즈걸은 아마도 교코가 아닌 아르바이트 점원 다에인것 같다. 사건은 교코의 시선속에서 시작되고 이어지지만 사건의 해결은 다에의 머릿속에서 해결되기 때문이다. 책이 사건이면서 책이 단서이면서 책이 해결책이 된다.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은 책에 관련된 다섯 미스터리를 그린다. 교코가 찾아내거나 그녀로부터 시작되어서 결국은 다에의 추리를 거쳐 미스터리가 해결되는 방식이다. '아노쥬사니-치 이이욘산완 아아사부로니'라는 잠꼬대 같은 말로 쓰여진 책에 관해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고 노인의 목숨을 구하는 [판다는 속삭인다]를 시작으로해서 [사냥터에서, 그대가 손을 흔드네]는 세후도에서 책을 산후 행방불명된 부인을 찾기도 한다. 서점에서 배달한 책때문에 이상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고 책을 통해서 특별한 인연을 찾아내기도 한다. 그리고 서점 판촉용 디스플레이에 뿌려진 검은 스프레이의 범인을 밝히는 [디스플레이 리플레이]에 까지 교코와 다에의 재치와 기막힌 추리가 이어진다.
이 작품의 저자인 오사키 고즈에는 13년간 서점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경험이 이 작품을 출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것 같다. 교코와 다에를 비롯한 서점 직원들의 일상이나 서점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추리속에서 서점이라는 특별한 공간에 담긴 리얼리티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세후도 서점 사건메모' 시리즈는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을 시작으로 '홈즈걸의 사라진 메모(가제)'와 '홈즈걸의 사인회는 어떠세요(가제)'까지 총3편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서점에서 벌어지는 책과 관련한 수수께끼들이 책과 책으로 이어지면서 다시 책속에서 그 비밀들을 풀어놓는다. 베테랑 쿄코가 아닌 아르바이트생이며 다소 엉뚱하기도 한 다에의 추리가 사건을 해결하는데 주를 이룬다는 것이 조금 독특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앞으로 이어질 홈즈걸 시리즈에서는 교코의 더욱 멋진 활약도 기대해본다.
이 작품에서 다소 아쉬운 점은 '친절함'이 조금은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서점이 배경이고 사건과 수수께끼 모두 책에 관련이 되어있기 때문에 작품속에는 다양한 책들이 소개된다. [아아 들보리고개], [우에스기 요잔], [안쪽의 좁은길], [헤이케 이야기], [도연초], [청춘의 문], [투명한 감옥], [누군가 안에 있다], [살인귀], [탈출], 월간지 [채원], [내장 모둠], [미치광이], [하늘여행]... 수없이 많이 소개된 다양한 작품들이 있지만 낯설음 뿐이다. [겐지이야기],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정도가 그나마 좀 익숙할까? 책에 관한 것들 뿐만 아니라 '와카란, 바버..'등 다양한 용어들 역시 낯설다. 조금만 더 친절하게 일본 문학과 그들의 문화를 쉽게 알게하는 노력(주석 등)이 있다면 조금 더 쉽게 책에 몰입할 수 있을듯 싶다. 번역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단순히 일본 작품의 옮김이 아니라 좀더 쉽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하는 그런 특별함이 ... ^^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책에 관한 미스터리는 서점 직원에게, 책에 관한 문제라면 홈즈걸에게 맡겨주세요'
책들의, 책에 의한, 책을 위한 이야기들이 좋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공간인 서점이라는 배경도 좋고, 책속에 담겨진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즐거움도 맘에 든다. 서점이란 공간의 리얼리티가 살아있고 추리소설이 만드는 사건과 문제해결이라는 구성 또한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전해주기에 충분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교코와 다에 콤비의 계속되는 활약과 우리가 잘 몰랐던 서점과 책에 관한 뒷이야기가 다음 시리즈에서는 조금더 친절하게 우리에게 다가오기를 기대해본다. 왓슨과 홈즈걸의 가슴 따스한 추리여행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