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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백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1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밀약(Tell No One)', '영원히 사라지다(Gone for Good)' , '단 한 번의 시선(Just One Look)' , '마지막 기회(No Second Chance)' , '숲(The Woods)'... 누군가에겐 익숙한 이름들 이겠지만 누군가에겐 아직은 낮설음 그 자체로 다가오는 이름들이다. 에거서 크리스티, 코난 도일, 존 그리샴, 스티븐 킹에 이르기까지... 누군가가 이들과 함께 당당히 이름을 올려도 좋을 작가의 이름을 들려주었다. 그의 이름은 바로 할런 코벤이다. 하지만 그의 이름, 그리고 그와 함께하는 작품들이 아직은 내겐 낯설음 그 자체이다. 할런 코벤! 낯설음으로 시작했지만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대가들, 그 익숙한 이름들과 나란히 아니 가장 앞에 이름을 남길 수 있을지 나의 손에 들려있는 이 책 <결백(The Innocent)>을 조심스레 펼쳐본다.
'처음으로 세계적인 미스터리 문학상인 에드거 상, 셰이머스 상, 앤소니 상을 모두 석권한 스릴러 작가'라는 그에 대한 소개가 이채롭다. 아니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처음 접하는 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일은 한마디로 즐거움이다. 낯설음으로 시작해서 그에게 빠져드는 매력을 찾아내는 일, 그 자체가 특별함을 만들기에... 할런 코벤, 낯선 작가이기에 그에 대해서나 그의 이전 작품들에 대해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접했던 다른 독자들의 평가도 함께... 할런 코벤이라는 이름앞에 익숙했던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의 이름들이 있다. 아니 그들의 이름 앞에 할런 코벤이라는 이름이 있다. 독자들의 그에 대한 평가가 바로 그렇다.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라는 수식앞에 가장 먼저 존재하는 이름, 할런 코벤! 그렇게 이 작품 <결백>을 시작한다.
당신은 그를 죽일 의도가 없었다. 스무살의 맷 헌터의 성장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리고 우연하게 그를 찾아온 불행, 그리고 예기치 못한 살인. 그로 인해 맷 헌터의 삶은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변하고 만다. 4년간의 수감생활, 아버지의 죽음, 교도소내의 폭행... 수많은 고통을 견디고 출소하게된 맷 헌터, 또 다른 인생의 반전을 기대하며 그는 빛의 세상속으로 다시 나오게 된다. 그리고 9년 후, 맷 헌터에게는 특별한 일들이 찾아온다. 아내 올리비아의 임신사실을 알게 되고 이제 그에겐 행복의 시간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처럼 보인다. 맷 헌터, 그의 기구했던 젊은 날은 이제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처럼....
호텔방의 여자. 우아한 드레스 차림으로 침대에 앉아 있는 여자. 사실 그녀의 머리는 갈색이었다. 백금색 머리는 가발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올리비아. 바로 그의 아내였다.
휴대폰은 진동한다. 그리고 당신은 응답한다. 아내의 임신, 태어날 아이를 위한 보금자리, 이제 그에게 행복의 시간이 다가오려 한다. 그때, 그에게 전송된 한장의 사진. 허름한 모텔과 낯선 모습의 아내의 모습이 담긴 사진한장으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아내의 행적을 캐어내기 위해 사설탐정을 고용하는 맷 헌터.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가 그 곁에서 펼쳐진다. 세인트 마거릿 여자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한 수녀의 죽음. 맷 헌터의 어린시절 친구이기도 한 주검사 수사관 로렌 뮤즈가 풀어가는 또 다른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의 친엄마를 찾는 소녀, 엄마를 죽인 살인자를 찾아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는 소녀, 죽은 메리 로즈 수녀, 그리고....또 한 사람...

<결백>은 할런 코벤, 그와 만난 첫 작품이다. 그와의 첫 인상을 표현한다면 '숨 막힌다. 시선을 뗄 수 없다. 매력적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 500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무거운 두께를 지닌 책이지만 한번 손에 들고 보면 내려놓을 수 없는 마력?을 지닌 작품이다. 젊은 시절의 단 한번의 실수가 가져온 아픔, 새로운 삶을 꿈꾸려는 주인공에게 찾아온 갑작스런 한장의 사진, 그리고 주인공의 이야기와 전혀 상관 없을것 같았던 다른 사건과 이야기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만들어가는 퍼즐이 주는 특별한 재미가 압권인 작품이다.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재미는 누가 뭐라해도 반전의 묘미일 것이다. 마지막 반전을 향해 치닫는 동안에도 우리는 할런 코벤이 그려놓은 절묘한 미로속에 빠져 헤어나올수 없다. 절묘하게 연결된 예상치 못한 사건과 사건, 독자들은 그속에서 뒤통수를 그에게 몇번이고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퍼즐이 제자리는 찾는 순간, 거침없이 또 한번의 무지막지한 할런 코벤의 일격과 마주하게 된다. 강력한 흡입력과 플롯의 구성! 그의 작품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이 바로 그것이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도 그 반전조차 반전이 아닌 트릭으로 만들어버리는 그가 가진 특별한 플롯 구성이 돋보인다. 그렇게 우리는 책속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그의 작품들에 대해 살펴보면서 이전 작품속에 담긴 내용과 이번 작품 <결백>속에서 찾아낸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책속의 주인공들이 특별할 것 없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중점을 두는 부분은 그런 인물들이 가진 의외의 관계 혹은 그들의 삶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한번의 시선] 속에는 한장의 사진과 남편의 실종이, [마지막 기회]에서는 유괴된 딸을 찾는 아버지가, [영원히 사라지다]에서는 행방불명된 형을 찾는 동생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이 작품속에서도 평범한 남자 멧 헌터와 그의 아내 올리비아에게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처럼 특별한 영웅의 등장이나 거대한 스케일이 아닌 작고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꼬집어내는 흡입력있는 작품을 만드는 작가의 모습이 바로 할런 코벤임을 느끼게 된다.
소름 끼치는 서스펜스, 잊히지 않는 캐릭터,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 히치콕마저 아마추어처럼 보이게 만드는 작품! 포브스 매거진은 이 작품 <결백>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짧지만 명확하고 가장 간결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된다. 재미와 반전을 넘어 그가 만들어낸 평범한 이들이 색다른 캐릭터로 재탄생한다. 히치콕마저 아마추얼 보이게 만든다는 표현이 절묘해보인다. 댄 브라운은 그를 진정한 스릴러의 거장이라 칭송했다고 한다.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의 대표적인 작가들 앞에 그의 이름이 가장 먼저 앞서야 한다던 한 블로거의 말이 옳았음을 책을 내려놓으면서 깨닫게 된다. 할런 코벤, 처음 <결백>을 만나기전 던져졌던 물음표(?)는 이제 확실한 느낌표(!)로 다가온다. 그리고 다른 그의 작품들을 만난 후 그 믿음은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히치콕을 아마추어처럼 보이게 만드는 그의 매력과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