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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평점 :
오쿠다 히데오와의 마지막 만남은 2008년 7월이다. [최악] 이라는 작품속에서 '역시~오쿠다 히데오' 하고는 그의 이름에 고개를 끄떡이던 것이... '나처럼 불행한 사람이 세상에 또 어디 있냐고??'로 시작해서 '안 좋은 일이 있다는 건 인생의 중심에 서있다는 증거야' 라는 말을 통해, 그만의 시선과 감각으로 우리의 힘겨운 삶을 편안하고 즐거운 맘으로 담아낼수 있었던 그 만의 힘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 바로 [최악]이었다. 그리고 일년여 '우리 집에 놀러오실래요?'라며 미소 짖는 한 소녀의 부름에 이끌려 그와의 만남을 다시금 준비하려한다.
오쿠다 월드속으로 빠져든다. 오쿠다 히데오를 말할 때 사람들은 경쾌함을 가장 먼저 손에 꼽는다. 평범해보이는 일상도, 특이할 것 없는 등장인물도 그의 손을 거치고, 그의 눈속에 잠시 들어갔다오면 특별한 그 무엇인가로 무장해 색다름을 갖게 된다. <오~해피데이> 속에는 여섯 가족의 이야기가 색다름으로 그려진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삼십대 중반에서 사십대 초반의 부부와 아이 두명 정도가 함께하는 평범한 가정이 등장한다. 우리 일상 속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고, 혹은 우리 가족의 이야기인양 지극히 평범한 그들의 이야기를 오쿠다 히데오는 어떻게 풀어나갈까.
각각 세명의 아줌마와 아저씨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흔 두살의 전업주부 야마모토 노리코, 서른 여덟살의 평범한 영업사원 다나베 마시하루, 서른아홉살의 전업주부 사토 히로코, 서른 여섯에 명퇴에 이른 유무라 유스케, 서른넷의 주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오야마 하루요, 마흔 두살의 소설가 오쓰카 야스오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전업주부에서 베스트셀러 작가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평범하면서도 특별할 것 없는 가족들의 모습이 색다르게 펼쳐진다.
우연한 기회 옥션에서 인터넷 경매를 하게 되고 쓸모 없어진 피크닉 테이블을 팔게 된 한 전업주부가 느끼는 새로운 삶의 기회와 즐거움을 그려낸 [Sunny Day]는 전업주부라는, 쓸모 없어진 테이블과 같았던 자신의 존재와 생활속에서 삶의 새로운 기쁨과 자신의 위치,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우는 내용을 그린다. [우리집에 놀러오렴]은 서른 여덟에 아내와 별거하게 된 남자가 돌아보는 결혼생활, 그리고 다시 자신만의 공간을 꿈꾸면서 조금씩 아내에 대해서 이해해간다는 내용을, 홍보용 우편물에 주소와 이름을 입력하는 재택알바를 하는 서른 아홉의 전업주부의 상상속 일탈을 그린 [그레이프프루트 괴물]은 중년 부부들의 속마음을 잠시 들여다보는 시간도 선사한다.

결혼한지 6년 아내와 아들을 부양하던 서른 여섯의 가장은 하루아침 회사가 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이 소식에 새롭게 일을 시작한 아내와 입장이 뒤바뀌게 된다. '주부가 된 남편과 가장이 된 아내' 사이의 다툼이 아닌 이해의 시선을 오쿠다 히데오는 [여기가 청산] 속에 담는다. [남편과 커튼]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만의 사업, 커튼 가게를 차기겠다는 동갑내기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가 있다. 남편이 시작하는 새로운 일에 대한 아내의 불안, 하지만 듬직하게 남편의 모습에 행복은 더해가고... 마지막 이야기 [아내와 현미밥]속에는 어느날 갑자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부부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호화와 사치가 그 소재가 아닌 아내가 주장하는 로하스 식단과의 다툼, 위선을 폭로하려는 작가의 재미있고 따뜻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오~해피데이>의 표지에서 웃고 있는 꼬마가 참 귀엽다. '우리 집에 놀러 오실래요' 하고 커다란 막대사탕 두개를 들고 썩쏘를 짖고 있지만 책을 내려놓고 난 후에야 그 녀석이 짖는 미소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다. 가족들의 이야기, 평범해 보이지만 여는 가정에서나 겪을 만한 작은 문제?들을 가진 그들의 이야기이기에 엉켜진 실타래를 풀기는 좀처럼 쉽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오쿠다 히데오는 그런 문제들을 가족들간의 말다툼 한번 없이 말끔하고 경쾌하게 풀어낸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깔끔히... '내가 이정도야~'라고 하듯 미소짓는 꼬마의 미소에 그제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극히 평범하다. 따지고 보면 어느 가정에서나 머리 꽤나 아플만한 고민과 작은 다툼들이 그속에 숨겨져 있다.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아내들의 고민 그리고 새로운 것을 동경하는 일탈의 욕구, 실직과 명예퇴직에 대한 가장의 불안과 가족의 위태로움, 이혼이라는, 이제는 일상적으로 들리는 가정 불화 등 다양한 가족들의 고민을 오쿠다 히데오는 무거움과 두려움속에 담아두는 것이 아니라 여느때처럼 경쾌하고 활기차게 풀어내고 있다. '이거 너무 쉬운거 아냐?'하고 의문이 생길 정도로...
오쿠다 히데오. 그의 작품은 웃음이 있어 좋다. 배꼽잡고 쓰러질 정도의 엉뚱함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은 그 웃음뒤에 자리한 깊이있는 고민과 사색의 시간일 것이다. 웃음으로 해결하지만 결코 웃기지만은 않은 우리의 현실을 그토록 쉽게 웃음으로 해결하고 치유하는 그만의 손놀림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한참 웃고 나면 따뜻한 그 무엇인가가 가슴으로 부터 끌어오른다. 오쿠다 히데오 만이 그려낼 수 있는, 창조해내는 특별함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그의 전 작품 <최악>과 만난 후, 이런 말을 했었다. '당신에게는 더이상 최악은 없고 '최선' 만이 남게 될 것이다.'라고... <오~해피데이> 이 책을 내려놓으면서는 이런 생각이든다. '그들에겐, 우리 가족에겐 이제 행복만이 가득할 거라고...' 말이다. 영화 씨스터엑트에서 들리던 그 경쾌한 음악 '오 해피데이'처럼 가사는 아니더라도 그 경쾌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오쿠다 히데오의 가족 이야기속에 이 가을을 맡겨보는 것도 참 좋을 것같다. 겨울의 문턱에서 밀려오던 차가움을 씻어낼 따스함을 느껴보고 싶다면 말이다. 마지막으로[Sunny Day]에서 노리코가 했던 말을 모두에게 전하고 싶다. '내게는 가족이 있다'... 오~ 해피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