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을 대표하는 그림장르중에 우끼유에라는 일본 채색 판화가 있다. 중국 다색판화 기법을 받아들여 자신들만의 독특한 채색판화로 발전시킨 그들은 훗날 고흐를 비롯한 서구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들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본 그림의 대담한 디자인과 강렬한 색상이 바로 인상파 화가들의 특별함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된것이다. 이런 일본 채색 판화의 모습이 <달에 울다>라는 마루야마 겐지의 작품속에서 떠오르는 듯하다. 독특한 디자인과 색감을 가진 특별해보이는 작품과 그렇게 마주하게된다.

 

'천개의 시어가 빚어낸 한편의 소설' 이라는 책에 대한 설명이 이채롭다. 어떤 작품이기에... <달에 울다>라는 제목과 작은 책의 표지에서 묻어나는 첫 느낌은 바로 앞서말한 우끼유에를 보는듯 하다는 것이다. 시소설이라는 조금은 낯선 장르를 눈앞에 내려놓았지만 책과 하나가 되기가 그리 쉽지 만은 않다. '나'의 시선속에 그려지는 30년 전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사과농사를 짖는 아버지와 함께 진행된다. 그가 항상 잠드는 봄 병풍, 법사, 그리고 그의 사랑 야에코... 백구와 아버지의 죽음, 비극적 운명은 그렇게 그려진다.

 

봄 병풍의 그림은 중천에 걸려 있는 흐릿한 달, 동풍에 흔들리는 강변의 갈대, 그리고 걸식하는 법사다. 휘늘어진 버드나무 둥치에 털썩 주저앉은 법사는 달을 향해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내며 격렬하게 비파를 타고 있다.

 

<달에 울다>는 표제작인 중편 [달에 울다]와 [조롱을 높이 매달고]로 구성된다. 두 작품 모두 40대의 남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조롱을 높이 매달고]는 직장과 가족에게 버림 받고, 아니 버리고 외톨이가 되어 고향마을을 찾아 떠난 40대 남자의 이야기이다. 작가 자신이 40대에 써내려간 작품이기 때문인지 주인공들의 위치가 그렇고 그들의 모습속에서 왠지 낯설지 않은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모습을 그려낼 수가 있다.

 



상상과 현실, 두 시공간을 교차하는 작품속 이야기는 짧게 이어지며 환상적이기도 하면서 지극히 현실적이기도 하다. 어쩌면 조금도 특별할 것 없는 두 남자들의 이야기가 시소설이라는 독특한 장르와 만나 새로움을 더해간다. 초반에 언급했던 우끼유에가 바로 [달에 울다]를 읽으면서 떠오른다. 강력한 색깔과 특유의 이미지가 일본 판화 특유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사실 마루야마 게지라는 이름은 개인적을 낯설다. 수많은 일본 문학과 함께하며 많은 작가들의 작품, 다양한 장르를 만나왔다고 생각 했지만 아직도 그 다양성을 따라가기에는 그 길이 멀고 깊기만 한것 같다. 시소설이라는 장르가 조금은 어색하기도 했고, 우리에게 익숙하게 다가오던 시 언어적인 느낌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마지막 책을 내려놓을 무렵 즈음에는 조금은 그 깊이 정도 만큼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피리새는 내가 언덕을 내려가고 얼마쯤인가 지나서야 비로소 바람 속으로 날아갔을 것이다. 적어도 먹이가 떨어질 때쯤에는 날아갔을 것이다. 설마 그대로 조롱 안에서 죽어버리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사 그랬다 해도 내 책임은 아니다. 그것은 피리새 스스로의 선택이었을 테니까. [P. 233]

 

'달에 울다!' 깊어가는 가을의 색을 닮아 있는 작품이다. 40대 즈음에 써내려간 마루야마 겐지의 마음을, 시각을, 비파를 등에 멘 장님 법사를 통해 그려내 본다. 이미지와 색감이 가득한 시어들로 써내려간 우끼유에 같은 작품과 만난다. 보다 깊이 있는 작품이겠지만 그 깊이를 차마 다 받아들일 그릇이 되지 못해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들뿐이다. 법사와 병풍이 주인공의 심경이 만들어낸 거울이라면 아마도 <달에 울다>는 마루야마 겐지의 마음을 드리운 거울일 것이다. 가을의 색과 닮아 있는 듯한 그의 작품을 아쉬움속에 내려놓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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