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 가지 매력>을 리뷰해주세요.
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 가지 매력
윤준호 외 지음 / 지성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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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나오는 그 유명한 장면, 자전거 핸들위에 앉은 여자 주인공의 모습과 함께 흐르던 음악이 떠오른다. [첨밀밀]에서는 10년이란 시간동안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남녀의 안타까움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장면과 함께 드러나기도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E.T]속에서 달 위를 달리는 아이들의 자전거는 꿈과 상상의 모습 그대로이다. [자전거를 탄 풍경] 이라는 가수도 있다. 감미로운 멜로디와 시적인 가사가 마음을 사로잡는 그들의 이름 속에도 '자전거'가 함께한다.

 

자전거는 누구에게나 추억이 되고, 현실이 되고, 즐거움이 되고, 행복이 된다. 아버지가 처음으로 선물해주시 자전거의 추억, 오래전 연인과 자전거를 타며 한적한 강과 숲길을 달리던 추억, 처음 자전거를 타던 날 넘어져 상처난 무릎의 빨간 핏자욱, 그리고 나의 아이에게 선물해줄 또 다른 자전거. 자전거는 이렇듯 추억과 현실이라는 시간속에 쉴새 없이 존재하고 달려 나아간다. 자전거에 대한 다양한 추억과 현실 속 자전거가 주는 특별한 매력을 담아낸 노오란 책 한권을 손에 든다.

 

요즘들어 자전거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때보다도 높아보인다. 군사 독재 시절도 아닌 요즈음, 명텐도?의 등장도 우습지만 권력자의 말 한마디가 이처럼 커다란 관심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자발적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하는 매력을 만들어 내지 않고서, 말 한마디로 선풍적인 자전거 인기를 만들어낸 현실이 그렇다는 말이다. 물론 이전부터 자전거를 사랑하고 자전거에 대한 애착을 가진 분들도 많겠지만 정치적 요구에 의한 자전거 대유행이 지금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는 데에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여하튼 자전거는 지금 한반도의 또 다른 키워드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들, 자전거에 얽힌 그들만의 추억, 자전거 메신저, 자전거를 타고 떠나는 서울과 파리여행, 카툰으로 읽는 자전거에 얽힌 이야기들... 아홉가지 자전거의 매력을 <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가지 매력>은 담아낸다. '자전거 강요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자전거 콘서트 시리즈를 이끌고 있는 델리스파이스 멤버 윤준호를 필두로, 자전거 도둑을 통해 자전거에 대해서 철학적인 고찰을 선보이는 미술 평론가 반이정, 자전거 매니아이며 전문적인 지식을 선보인 김하림에 이르기까지... 자전거, 그 끝없는 매력이 펼쳐진다.



'사회적 약자의 지친 두발'을 표상한다는 반이정의 자전거 보편성에 대한 말은 조금은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학교에서도 그렇고 사회에서도 자전거는 단순한 이동수단의 자리만을 차지 할 뿐이고 대부분은 여가생활을 위한 도구로, 레포츠를 위한 형태로 많이 이용되는 우리의 현실에서 약자의 지친 두발과는 거리가 있어보이지만, 그녀가 말한 자전거 탈취와 성장통, 자전거 도난과 용서, 잠재적 자전거 모방범과 미수범 양산을 만들어낸다는 생각에는 동조 할 수 있을듯하다.

 

자전거, 내게 페달을 밟는 건 시속 60 혹은 80 킬로미터의 속도에 맞춰진 내 삶을 적당한 빠르기로 되돌리는 일이다. 그건 좋은 일이고 그래서 나는 자전거를 탄다. 계속해서 탄다. [P. 155]

 

[소년의 자전거] 차우진의 에세이와 [노니는 자전거]를 말하는 박지훈의 서울, 자전거 여행이 참 맘에 든다. 자전거의 눈높이로 떠나는 새로운 세상여행이 그들의 에세이속에 가득하다. 또한 자신의 몸을 맡기고 '수송' 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이동'하고 싶은 본원적 욕구 때문에 자전거를 탄다는 음악가 조약골의 자전거 예찬도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런 다양한 분야, 다양한 자전거에 대한 매력을 담아낸 이야기들이 당장이라도 나가서 자전거 페달을 밟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다지 장미빛 만이 아니다. 한반도 자전거 대유행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 부는 우리의 자전거 열풍은 단지 유행에 지나지 않을것 같아 안타깝다. 얼마전 서울 일부지역과 인천에 자전거 전용도로 개설에 대한 기사를 읽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자전거 실태와 너무 커다란 우리의 현실은 자전거를 들고 쉽게 거리로 나오게 하는 매력을 선물하지는 못한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서도, 시민들이 다니는 인도에서도 자전거는 천덕꾸리기일 수 밖에 없다. 그나마 공원에서 사랑받는 자전거, 우리의 현실이 아직도 이렇기에 유행의 끝자락 자전거의 위치는 낳아질 것 같지 않다는 위태로운 생각이든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게된다. 자전거를 타라, 타라, 제발 타라. 환경을 위해서 건강을 위해서... 이런 말이 굳이 필요할까? 자전거를 타면 즐거움이 있다. 오래전 소중한 추억도, 빠름이 아닌 여유로움을 달리는 현재도, 나의 아이와 함께할 미래도... 그속에 담을 수 있다. 강요가 아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타고 싶은 환경이 만들어 진다면 강요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자동차나 대중교통이 아닌 자전거를 더 선호하게 될것이다. 산악지형이 많은 우리 현실을 감안해 전기배터리로 호환가능한 자전거의 보급에 노력 한다던가, 자전거 전용도로, 신호 체계, 자전거와 대중교통의 연계 시스템, 안전한 보관소 설치 등 다각적인 노력이 수반된다면 나 자신 부터라도 그 어느것보다 먼저 자전거를 선택할 것이라고 단언하겠다.

 

<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가지 매력>을 통해 자전거의 매력에 빠져든다. 매력은 있지만 현실의 벽에 막혀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는 자전거의 불행이 안타깝기만 하다. 단순히 공원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자전거를 벗어나 진정한 친구로서, 동행자로서 자전거의 미래가 활짝 열리기를 희망해본다. 노오란 자전거의 아홉가지 매력, 그 속에 빠져든다. 그리고 자전거를 통해 내 삶에 적당한 속도로 내 삶을 되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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