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연인
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작품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스무살은 어른과 아이 사이에 달린 높은 공중그네에서 흔들리는 시기다.

[아름다운 13월의 미오카], 이시다 이라의 이 책을 읽고 이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너무나 예쁜제목과 일러스트가 매력적인 이 책 [엄지 연인]을 내려놓고 난 후에 떠오르는 생각도 바로 이것이다. 그와의 두번째 만남이다. 짧지만 강렬하고 힘겹지만 순수했던 스무살 두 청춘의 불같은 사랑을 이시다 이라의 펜 끝은 놓치지 않고 잡아내고 있다. 여름태양보다 눈부신 그들의 찬란한 사랑이야기속에 발을 딛어본다.

 

이 격렬하고도 열정적인 사랑은 휴대폰이라는 작은 매개체에서 시작된다. 대기업의 사장인 아버지, 넉넉한 부를 가진 대학생 스미오, 트럭을 몰며 사채를 끌어쓰는 아버지와 공장을 다니며 채팅 사이트에서 알바를 하는 쥬리아의 운명적 만남! 사랑은 그렇게 알수 없는 끌림으로 시작된다. 우연히 접속했던 휴대전화 인터넷 서비스에서 알게 된 쥬리아에게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스미오의 비밀을 털어놓게 되고 그 둘은 그렇게 알 수 없는 끌림과 공감으로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갖게된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온 문자를 알리는 작은 빛. 그건 여름 아침 태양보다도 눈부신 빛이다.

 

엄마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비밀을 간직한 스미오, 비슷한 시기 자신도 엄마를 잃었던 쥬리아... 하지만 둘은 전혀 다른 삶의 방향에 서있다. 물불안가리고 돈을 빌려 쓰는 쥬리아의 아버지, 물불 안가리고 투자를 해 돈을 불리는 스미오의 아버지... 스미오와 쥬리아는 빛과 그림자처럼 전혀 다른 세상에 발을 내딛고 있다. 돈을 벌어 대학에 들어가려고 준비하던 쥬리아,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의 돈에까지 손을 대지만 뇌출혈로 병원신세를 지게된다. 스미오의 아버지는 그녀와의 교제를 허락하지 않고 헤어지라는 압박을 전한다. 눈부시고 찬란한 사랑앞에 건널 수 없는 수많은 난관이 그들을 가로막는다. 이제 남은 그들의 선택은?



<엄지 연인>은 휴대폰 문자라는 젊은 층에 어필 가능한 소재를 중심으로 바람 부는대로 흔들려버리는 20대 청춘들의 성장과 사랑을 제목과 일러스트가 주는 밝고 명랑한 이미지와는 대비되는 조금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작품이다. 이 작가의 전작 [아름다운 13월의 미오카]에서도 주인공은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죽음을 앞둔 젊음들의 짧지만 찬란한 사랑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미오카가 섹스에 집착하고 프리섹스를 즐기는 설정이 거슬렸듯이 이 작품에서도 섹스를 탐닉하는 젊음들의 모습은 조금 낯설고 거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삼페인을 꺼낸건, 스미오 였다. 시트에서 알약을 꺼낸 건, 쥬리아였다.

 

내일이 없을것처럼 삶을 살았던 미오카. 미오카는 내일이 아닌 오늘을 위해 살았던 것이다. 하지만 <엄지연인>속 스미오와 쥬리아에게는 내일도 없고 오늘도 없다. 죽음으로 그들앞에 놓여진 두텁고 높다란 벽을 넘으려했던 그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아기자기한 사랑얘기가 더 낳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사람들은 누구나 희망을,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지만 세상과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누구나 신데렐라를 꿈꾸고 백마탄 왕자를 꿈꾸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작품, 현실과 이제 소통을 시작한 청소년에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이시다 이라, 세상의 빛 보다는 그림자에 시선을 보내는 작가라는 생각이든다. 슬픔과 고독이 어울리는 작가인것 같다. 자살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져가는 시기에 조금은 어울리지 않은 작품이란 생각을 갖게된다. 앞에 놓인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고 주저앉는 모습보다 조금은 희망적이고 높아서 뛰어넘지 못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돌아갈 수 있는 여유와 사랑이 넘치는 작품이 어울리는 요즘이다. <엄지연인>은 제목과 표지와는 또 다른 그 소재와 결말이... 빛과 그림자라고 표현할 수 있는 극과 극을 달린다. 그림자 작가, 이시다 이라와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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