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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바닷가에 매어 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인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 [어부, 김종삼시인]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말 한마디가 있다. 살아갈 용기와 살기 위한 희망을 전해주는 그런 말이 있다. 죽음이라는, 죽음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긴박한 상황과 치열한 싸움을 벌여가는 한 여인의 가슴에 새로운 희망의 노래를 들려준 김종삼 시인의 이 시로 그녀가 살아온 기적 같았던 삶을 돌아보고, 하루하루 힘겹게 걸어가는 지친 어깨의 사람들과 더이상 발 디딜 곳조차 찾지 못할 만큼의 무게에 쓰러지는 이들에게 또 다시 살아갈 기적이 되어줄 희망이라는 이름의 용기와 함께해본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장영희교수의 두번째 수필집이다. 그리 오래 지난 일이 아니기에 많은 이들이 그녀의 이름을 알 듯도 하다. 지금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이렇게 살아남은 자들에게 살아갈 희망을 선물하고 그녀는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인간이 죽음을 극복하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저술을 남기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자식을 낳는 일이라고 했다. 이 작지만 희망 가득한 미소가 번지는 책 한권을 통해 그녀는 우리 가슴에 영원히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나, 비가 되고 싶다' 가 이 작품의 제목이 될 수도 있었다고 한다. 이 제목도 너무 예쁘고 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 마음에든다. 나비와 같은 자유, 나비효과처럼 퍼지는 메세지, 봄비처럼 세상을 적시게하는 느낌을 주는 멋진 제목이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그녀가 암으로 고생하기 이전 미국에서 안식년을 지내던 경험과 투병후 치료를 받으며 한국에 머물렀던 시간에 쓰여진 작품이다. 하지만 책속에 그녀의 병이나 병과의 사투, 죽음과의 전쟁 따위는 없다. 오로지 살아온 기적과 살아갈 더 멋진 기적들만 가득하다.
뉴욕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마지막 시간쯤의 이야기로 책은 시작된다. 학위논문을 거의 마무리짓던 시기의 그녀에게 사라져버린 논문은 암담함 그 자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논문지도교수 거버박사의 '넌 뭐든 극복하는 사람(You're a survivor)'이라고 자신을 표현했던 것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고 다시 시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1년이란 시간을 충분히 투자했다고 말한다. 이렇게 그녀의 기적들은 시작된다. 삶의 용기와 배려, 긍정적 사고와 믿음, 사랑과 살아갈 희망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글들을 읽다보면 그녀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책의 표지에 그려진 소녀처럼 순수한 수줍음이 떠오른다. 책속에는 어느 한 곳에서도 '어둠과 그림자'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순수하고 밝고 환한 미소만이 가득하다. 그녀가 말하는 오늘을 사는 방법을 들어보자.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살면 헛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늘 반반의 가능성으로 다가오는 오늘이라는 시간을 열심히 살아간다.' 최선과 성실, 그리고 믿음, 그리고 배려와 사랑이 있다. 그녀가 말하는대로 오늘의 가능성을 열고 조그더 그렇게 걸어나간다면 미래는 희망의 빛이 될 것이다.
'행복의 세가지 조건은 사랑하는 사람들, 내일을 위한 희망, 그리고 나의 능력과 재능으로 할 수 있는일'이다.
처음 이 책을 손에 들었을때, '아마도 눈물~' 일꺼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내려놓으며 그런 생각은 존재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웃음~~' 미소가 가득해진다. 어둡게 드리웠던 작은 걱정과 미래에 대한 괜한 두려움이 씻긴다. 죽음과 삶은 한장의 얇은 종이만큼의 간격도 않되는듯하다. 죽음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아닌 삶의 이야기가 있어 밝고 흥겹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이 그랬듯, 죽음을 통해 배우는 삶의 진정한 걸음이 더 인상깊고 따스하고 감동적인 듯하다. 살고 사랑하고 웃으라 그리고 배우라.
'애들은 뼈만 추리면 산다.'
삶에 대한 의연함과 용기, 당당함과 인내의 힘이자 바로 희망의 힘, 그것이 바로 이제껏 질곡의 삶을 꿋꿋하고 아름답게 살아오신 어머니의 힘이라고 느꼈다는 그녀. 이 말한마디가 어머니를 통해 배운 그녀 인생의 힘이 된 말이라고 한다. 그녀조차 질곡의 삶을 살았지만 우리 앞에선 그녀의 모습은 의연하고 은은한 미소와 함께한다. 자기 자신을 깨닫고, 하루하루 살아갈 방법을 일깨우며, 걸어갈 미래의 시간속에 희망이라는 커다란 선물바구니를 그녀가 내민다. '기적'이라는 거창한 말보다 하루하루 선물이 되어줄 그녀의 마지막 삶의 이야기들이 우리들의 '일상'으로 내려앉기를 바래본다.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일의 희망을 가지고 행복한 미소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