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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1 - MBC 특별기획 드라마 '선덕여왕' 원작 소설!
김영현.박상연 극본, 류은경 소설 / MBC C&I(MBC프로덕션)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21세기는 여성들의 역할과 참여가 그 어느때 보다 활발하다. 국무총리는 물론이고 장관, 국회의원을 넘어 이제는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들이 가진 특별한 능력들을 꽃피우고 있다. 6월이면 드디어 말도 많았던 5만원권 신권이 발행 된다. 신사임당이 신권의 주인공이라는 말에 많은 반대와 문제점들이 여성계 내부에서도 물밀듯이 쏟아져 나온것도 사실이다. 만약, 5만원권 도안이 시작될 즈음이 요즘과 같은 분위기 였다면 아마도 그 주인공은 선덕여왕이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게된다. 무엇이 그녀를 만들었고, 그녀는 무엇을 만들었는지 이제 그 슬프고 찬란했던 천년왕조의 발걸음속에 잠시 기대어본다.
우리 역사상 최초의 여왕이었으며 험난한 삶의 역경속에서도 최고의 자리에서, 최선의 리더십을 보였던 선덕여왕! 얼마전 드라마로 첫선을 보인 그 이름의 인기는 수많은 책들 속으로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활자와의 만남을 더 기대하기에 드라마는 잠시 건너편에 던져두고 있다. 2년전에도 이런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 정조의 삶을 새롭게 엮어낸 [이산] 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정조에 대한 재평가와 다양한 시각을 쏟아낸 문학작품들이 봇물을 이루었다. 그리고 작년에는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필두로 해서 고구려에 대한 재조명과 현재 우리의 역사인식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잊혀졌던 천년왕국 신라의 화려함에 빠져든다.

선덕여왕이라는 이름보다 어쩌면 미실이라는 이름이 우리에게는 조금더 익숙한지도 모른다. 김별아 작가의 소설 [미실]속에서 우리는 색(色)을 통해 권력을 만들어가는 '팜므 파탈'의 면모를 가진 미실의 모습과 이미 만난 기억이 있다. 드라마 선덕여왕이 시작되면서 선덕여왕이 누가 될것인가에 대한 기대 못지않게 이야기의 또 다른 하나의 축을 형성할 미실의 주인공이 누구인가가 많은 이들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좋은 드라마와 그 원작 소설을 함께 만나는 일은 일장 일단이 있겠지만 어느정도 장점이 많아 보인다.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조금은 쉽게 상상한다는 부분에서 그렇고,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번까지 만이다... 결코 다시는 사내로 인해 울지 않으리라...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고 오로지 권력을 위해서만 살 것이다...'
신라의 기틀을 마련한 진흥왕이 쇠하던 시기, 서라벌에 차가운 칼바람이 엄습한다. 자신의 세를 키우려는 미실, 진정 사랑했던 세자 동륜태자의 배신으로 그를 죽음으로 이끈 그녀는 동륜의 아들 백정을 임금으로 세우라던 진흥왕의 유훈를 깨고 힘없고 나약한 금륜을 왕으로 천거한다. 자신을 황후로 맞이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그후로 4년, 하지만 금륜-진지왕은 그녀와의 약속을 어기게 되고 미실은 화랑을 등에 업고 진지왕을 폐위시키고 백정-진평왕을 옹립시킨다. 백정은 이미 마야부인을 아내로 맞았지만 미실은 마야를 제거하고 자신을 황후로 삼으라 강요한다.
'미실을 대적할 자. 북두의 일곱별이 여덟이 되는 날에 오리라. '
하늘의 계시를 받아 미실을 돕기도 했던 제8세 풍월주 문노는 위험에 빠진 마야부인을 구하게 된다. 마야부인은 이미 아이를 잉태한 후였다. 얼마후 마야부인은 공주는 낳게 되지만 왕과 왕후 그리고 신라를 위험에 빠뜨릴 쌍둥이가 태어나게 된다. 문노는 하늘의 계시로 북두의 한별, 개양좌가 쪼개져 둘이 되는 것을 보게 되고 미실에 대적할 운명임을 직감하고 공주를 보호하기에 이른다. 그녀의 이름은 덕만! 그리고 미실을 피해 덕만은 멀리 떠나가게 된다. 왕이 덕만에게 마지막으로 쥐어준 곡옥과 함께... 한편 문노는 자신의 사욕을 위해 우물에 던져버린 미실궁주의 아들 비담을 구해 키우게 되고....

그렇게 1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대륙 신장지구의 남쪽에서 사막의 아이로 성장한 덕만에게 어느날 미실을 따르며 덕만의 존재를 쫓던 칠숙이 나타나고... 덕만이 어미로 알고있던 마야부인의 몸종 소화는 죽음을 당하게 된다. 한편 황실에서는 천명공주는 진지왕의 아들인 김용수와 혼인하게 되고 미실의 세력을 점점 커져만 간다. 결국 진평왕이 김용수를 태자로 책봉하려 하자 미실궁주 일당은 반대를 하게되고 전장으로 떠난 김용수는 죽음을 당하게 된다. 이후 궁을 떠나 스님이 된 천명공주는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해 태종 무열왕에 오른 김춘추를 낳게 되고, 신라로 넘어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아내려는 덕만과 천명공주의 극적인 만남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녀들 사이에 사랑으로 우뚝선 한남자 화랑 김유신!
'미실궁주가 이런 말을 한적이 있습니다. 가장 강한 것은 세월이다.'
미실의 계략속에 죽음을 모면하고 궁으로 돌아와 미실에 대적하려는 천명공주, 그런 공주를 돕는 덕만과 남장을 한 덕만에 왠지 모를 끌림을 느끼는 김유신, 김유신에 대한 사랑은 천명공주 또한 다르지 않았다. 미실 궁주의 계속되는 위협과 그에 맞서는 천명공주와 덕만, 그리고 김유신... 천명공주는 덕만, 김유신과 함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하겠다는 의미의 맹세인 '삼생의 맹세'를 하게 되고, 덕만은 자신이 아버지라고 생각했던 문노와의 극적인 만남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악녀 미실, 천녀 덕만, 그리고 천명공주, 화랑 김유신, 태종 무열왕 김춘추 ... 화려한 이름들이 찬란했던 신라의 향기속에 새롭게 태어난다. '어출쌍음이면 성골남지 하리라.' 라는 것이나 '북두칠성이 여덟이 된다'든지 하는 예언의 등장은 역사팩션소설이 갖는 재미와 특징을 배가시켜준다. 선덕여왕이 쌍둥이었다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역시 출생의 비밀을 주로 다뤘던 비운의 왕가를 다룬 다른 소설과 사뭇 다르지는 않지만 최초의 여성황제의 삶을 조명한다는 의미에서 재미를 더해준다. 더불어 김유신을 둘러싼 천명과 덕만의 엇갈리고 운명적인 사랑이 화려한 스케일과 긴박한 스토리 구성과 함께 즐거움을 선사해주고 있다.
김유신을 위험에서 구하고, 알 수 없는 끌림으로 이끄는 남장을 한 덕만에 대한 김춘추의 애절한 마음은 예전에 보았던 [커피프린스 1호점]이라는 드라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가야 난민이면서 덕만을 줄곧 애를 먹이기도 했던 죽방과 고도가 후일 그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이야기는 드라마 [주몽]의 오마협 의형제들을 떠올리게도 한다. 운명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천명과 김유신, 그리고 선덕여왕 덕만이 앞으로 그려갈 사랑과 권력의 사투가 너무나 기대된다.
책속에서 보여지는 신라시대의 권력구조와 혼인방식, 화랑이 가지는 권력의 곁가지들이 눈에 띈다. 태어나면서 부터 죽음의 위기를 겪었고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채 많은 힘겨운 삶의 여정을 거친 덕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그의 친구 죽방은 이렇게 말한다. '덕만이가 본디 마음을 읽을 줄 아는게지.'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했던 역사 최초의 여왕, 선덕여왕의 비밀이 이제 그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출생의 비밀'과 '삼생의 맹세' 선덕여왕 1, 2권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것 같다. 화려한 스케일과 탄탄한 스토리가 어우러진 찬란한 천년 역사와의 만남이 앞으로도 더욱 더 기대가 된다. 사랑과 삼국통일의 위업을 그린 대서사시가 드디어 우리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