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종의 총
제성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 이현세의 만화 [남벌]을 읽고 벅차오르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수많은 외침과 나라 잃은 설움, 잃어버린 고토! 대륙을 호령하던 고구려의 기상과 화려했던 문화의 향기를 이어온 대한민국. 하지만21세기에도 우리는 아직 굳건하다. 치욕과 오욕의 역사를 바로잡고자 했던 한 임금의 모습이 지나간 역사의 시간속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역사를 뒤바꿀 북벌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선조들의 치욕을 되갚겠다는 야심에 찬 효종의 모습을 만난다.

 

우리 역사속에서는 유난히 임금의 독살설이 많다. 조선의 임금들 중 많은 수가 독살설에 연루되어 있고, 북벌을 주장했던 효종 또한 갑작스런 죽음을 맞게 되면서 그런 루머에 휩싸이게 된다. <효종의 총>은 북벌론을 주장했던 효종과 그에 반대하던 세력들간의 암투가 치밀하게 그려진다. 이 책은 단 하루에 있었던 일을 다루고 있다. 조선의 역사상 가장 길었던 그 하루를... 우포청의 종사관인 윤민호에게 조선으로 귀화한 화란인(和蘭人)의 죽음이 알려지고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사체 하나가 혜정교 밑에서 발견된다. 훈련도감 소속이었던 이 화란인의 죽음으로 종사관 윤민호는 우포청에서의 마지막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내일이면 훈련도감 소속이 되기 때문에 그가 이 사건을 해결할 시한은 단 하루뿐이다. 하지만 화란인 남안수의 죽음을 시작으로 화란인들의 살인은 계속되는데... 남안수가 가지고 있던 서책이 사라진 사실을 알아낸 윤민호, 그 책은 바로 [비거록]이라는 책이다. [비거록]을 대출해간 사간원의 김조년은 귀향을, 동부승지 박안제는 어디론가 떠나고 화란인들은 계속해서 죽음을 맞게된다.

 

'그들은 나의 귀에 구멍을 뚫어 놓았지만, 나는 그들의 가슴에 구멍을 낼 것이야'

 

사건을 쫓던 윤민호는 두번째 희생자인 화란인 남호란이 죽기전 써놓은 I J Y 의 알파벳과도 비슷한 글자를 단서로 사건을 파헤친다. [비거록]과 의문의 죽음! 우의정 심지원, 일본인 이시다 마쓰오의 음모, 그리고 효종의 비밀스런 계획이 조심스럽게 실체를 드러낸다. 윤민호의 마음속 여인, 공정아와의 재회와 그녀와 관련된 또 다른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숨가쁘게 달려간다.



효종은 치욕스러웠던 청에 대한 굴욕을 잊지 않았다. 청에 볼모로 잡혀가서 많은 서양의 문물을 배웠고 그것은 그가 왕이 된 뒤 숭무(崇武)정책으로 청에 대항하고 북벌을 추진하게된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정말 북벌이 성사되고 대륙으로의 새로운 날갯짓이 펼쳐졌다면 어땠을까? 역사를 돌아보는 재미중에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만약에~? 라는 가정이 역사와 만날때 그 재미는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이 될 것 이다. 하지만 효종은 그의 꿈을 펼치기도 전에 죽음을 맞게 된다.

 

효종, 그의 죽음이 독살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강력하지 못했던 왕권, 왕권과 견 줄 정도로 거대했던 신권, 북벌 계획의 실패는 이런 정치적인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듯 보인다. 당시 청나라의 위세에 대항할 수 있었던 효종이 가진 카드, 그것은 바로 조총이었다.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그가 꿈꾼 북벌을 실행시켜줄 수 있었던 조총을 둘러싼 살인사건과 암투가 숨막히는 전개속에 새로운 역사속으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단 하루속에 청나라, 왜, 화란, 그리고 조선의 미묘한 관계를 의문의 죽음과 베일에 쌓인 책 한권으로 엮어가는 예리하고 섬세한 스토리 구성이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에 여건들은 별로 달라진것이 없는 모양이다. 핵문제와 미사일로 냉각된 남북관계,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일의 강대국들과의 이해관계, 보수와 진보로 나뉜 국내의 대립관계, 그리고 안타까운 죽음 등 여전히 역사의 시간은 여러가진 과제를 우리 앞에 던져놓고 있다. 대한민국의 5월은 무거운 침묵에 쌓여있다. 산적한 이런 문제들을 풀기위해 모두가 대립이 아닌 이해와 화합으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효종의 북벌! 을 소재로 한 <효종의 총>은 짧지만 강한 임팩트와 쉴새 없이 쏟아지는 사건과 미제들로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다. 예기치 못했던 반전과 맞닥드리고, [비거록]이라는 한 권의 책속에 담아논 작가의 트릭에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오랫만에 만났던 이 역사팩션소설이 힘겨움에 짓눌렸던 무거운 삶의 무게를 조금은 덜어준듯 싶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여러가지를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즐거운 재미와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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