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고려왕조실록 -상
한국인물사연구원 지음 / 타오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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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광인효현숙경영 정순헌철고순' ... 마치 노래라도 흥얼거리듯 어린 아이들까지도 조선시대 왕들의 이름을 꿰고 있다. 그렇다면 바로 이전 왕조인 고려시대는 어떤가? 태조 왕건! 그래 이 이름은 확실히 기억할지도... 그리고.. 그리고는..? 그리고 고려는 없다! 우리의 현실이 바로 이렇다. 요즘 천추태후라는 드라마를 통해서 고려시대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조금씩 이루어 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우리가 바라보는 역사의 시각속에 '고려는 없다!'
 

 

고려는 없다! 우리 역사에 대한 이런 인식이 시작된 원인은 무엇일까? 그 근본적인 원인은 아마도 임진왜란때 소실되었다는 고려왕조실록에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있을것 같다. 왕조의 역사를 기록해놓은 역사서의 부재로 그 시대를 이해하고 알아가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더불어 우리 역사를 알게하려는, 알고자하는 노력이 부족함 또한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이제 어느 분야에서건 재미, 관심을 끌지못하면 그 누구도 쉽게 눈길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학창시절 배웠던 역사, 국사는 가방을 내려놓는 순간 잊혀진다. 단지 암기를 위한 우리의 역사교육의 현실이다.

 

그런 이후 우리가 배워가는 역사의 대부분은 아마도 드라마와 책을 통해서일 것이다. 역사서를 굳이 찾아 읽는 사람은 별로 없을 줄 안다. 드라마와 팩션소설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서 그 시대에 관련된 서적을 찾기도 한다. 역사서의 소실, 역사의 단절이 우리에게는 그저 무관심으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 그들의 역사를 부풀리고 허위로라도 역사를 창조하기도 하지만 국민들이 재미와 관심을 갖도록 계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막부시대, 무사도, 사무라이, 닌자... 우리에게 문화를 배워가기에 바빴던 그 시대를 그들은 오히려 멋지게 포장하고 특별하고 화려했던 역사로 미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역사적 단절만이 상처처럼 자리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이야기 고려왕조실록>은 지금까지 단절되어왔던 우리문화에 대한 맥을 잇는 귀중한 작품이다. 한국인물사연구원이 펴낸 이 작품은 고대사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이다. 앞으로 고려를 넘어 화려했던 삼국시대와 가야, 부여, 숨겨진 고대왕국들, 그리고 고구려를 넘어서는 멋진 작품들이 이어지기를 바래본다. '재미있게 손에 잡히는 역사'를 지향하는 <이야기 고려왕조실록>은 딱딱한 역사속 시간의 나열이 아니라 고려시대 약500년에 이르는 시대를 흐르는 왕의 탄생과 즉위, 죽음에 이르는 역사적인 기록들을 재밌게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야기 고려왕조실록>은 우리에게 전해지는 고려시대의 역사기록인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를 기초에 두고 있다. 이 두 작품은 임진왜란때 소실된 [고려왕조실록]을 조선시대 초기에 재편집하여 만든 역사서이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쓰여진 작품이기에 그들의 시각에 맞게 쓰여진 면들이 있다고한다. 예를 들어 조선건국의 정당성을 위해 고려 전기를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후기를 부정적으로 기술하고 있고, 조선의 대명관계에 의해서 원나라를 섬긴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두 역사서 모두 역사성을 엄격히 지켰고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주체성을 띄는 노력도 보인다. 이런 역사서로서의 가치를 가진 두 기록에 기초를 둔 <이야기 고려왕조실록>은 재미까지 더해 고려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주고있다.

 

<이야기 고려왕조실록>상권에서는 고려, 오백년왕조의 문을 연 태조 왕건을 시작으로 고려체제를 완성한 성종, 고려의 황금기를 연 문종, 부국강병을 꿈꾼 숙종, 그리고 16대 예종에 이르기까지 고려왕조를 싹틔우고 체계를 정립시켜 전성기를 구가한 고려 중기까지를 돌아보고 있다. 하권에서는 인종에서 무신정권의 희생양이 된 왕들, 그리고 개혁을 꿈꾸다 실패한 충목왕, 그리고 고려의 마지막 34대 공양왕까지 조명한다. 무신정변과 외세의 침략, 대몽항전 등.... 뜨겁고도 화려했던 고려의 마지막 이야기가 가슴 뛰는 열정을 선물한다.

 



 

책속에는 고려왕실 체계도, 역사연표, 고려시대 능의 위치, 고려시대 관직, 군사제도, 지명변천, 한국사와 주변국 정세 등 다양한 시대적 자료들이 가득하다. 특히 우리나라가 사용한 연호 일람이 눈에 들어온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즉위한 391년부터 사용한 영락()을 시작으로 신라, 발해, 마진, 태봉, 고려초기, 조선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연호의 사용을 보면서 역사속에 숨겨진 안타까움을 느끼게된다. 고려시대 초기를 넘어 조선 말기까지 비어있는 연호가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자주 인용하는 말이 있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마래를 지배하며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이 이말이 우리 기억속에서 멀어져있던 역사의 시간을 기록한 역사서나 팩션소설을 읽을때면 어김없이 떠오른다. 과거가 없는 미래는 없다. 현재를 만드는 것도 과거의 정립위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잠시 잊고 있었던 고려라는 이름과 지워진 시간을 이 책을 통해서 재밌고 즐겁게 이어나갈 수 있을것 같다.

 

국사 과목이 언제부터 입시에서 선택과목으로 자리잡았는지 모르겠다.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고조선이 우리의 역사로 자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수많은 외세의 침략과 힘있는 나라들의 속국처럼 살았을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역사가 부끄럽지는 않다. 아직 우리는 살아있기 때문이다. 온갖 어려움속에서도 우리는 아직도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대한민국일 것이다. 미래를 지배하기 위해 단절된 우리 역사를 잇는 일에 더이상 게을러서는 안 될 것이다. <이야기 고려왕조실록>로 시작한 한국인물사연구원의 이 첫걸음으로 우리의 미래가 아마도 조금은 밝아지지 않았을까 기대해본다. 그리고 두번째 세번째 이어질 즐겁고 힘찬 역사잇기의 발걸음이 앞으로 변화될 우리의 미래와 더불어 더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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