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꾸니 루미 2 - 바다 속 도시
한가을 지음, 김석류 그림 / 엔블록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먹이사슬의 제일 위쪽은 인간이라지. 하지만 그때문에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것은 아니

라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일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이 만물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라네.'

                                                            - 이외수. 사부님싸부님

탁월한 상상력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언어의 연금술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매혹시키는 이외수

작가의 [사부님 싸부님] 이라는 책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올챙이 한마리의 모험을 그리고 있다.

다른 올챙이들과는 조금은 다른 하얀 올챙이 한마리의 모험과 깨달음을 그리고 있는 이 이야기가

갑자기 떠오른다. 정말이지 작고 예쁜 <잠꾸니 루미>가 다시 바닷속 도시 루앙으로 되돌아 가는

험난한 여정을 보면서 '바다를 아십니까?' 하며 먼길을 떠나는, 심오한 철학을 담은 하얀 올챙이의

모습이 그대로 연상된다. '꿈(세상)을 아시나요?' 라는 물음을 가지고 떠나는 루미의 모험, 두번째

루미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된다.

 

빅뱅바이러스로 커다란 풍선처럼 부풀어버린 시원의 엄마와 삼촌, 인간 세상의 엄청난 사건들이

루미의 고향 루앙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의한 것임을 짐작한 루미는 다시 고향 루앙으로 발길을

돌린다. 한편 시원의 집은 드까오르 공작이 보낸 꿈꿈족 수색대가 카프리콘 모듈을 찾기 위해

엉망이 되어버리고, 엄마와 삼촌은 장세희 박사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하늘에 매달려있지만 머지

않아 날아가버릴 위험에 처하게되고... 루앙으로 돌아가기 위해 바다로 나선 루미는 정어리 친구

들을 만나 도움을 받고 함께 길을 떠난다. 초음파를 사용해 위치와 사물을 식별하는 방법을 터득

한 루미는 정어리들과 함께 범고래, 전갱이, 검정지느러미 상어, 부비새, 백상아리, 브라이드 고래

등의 위협과 맞서고 캘리콧의 도움으로 드디어 루앙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드까오르 공작은

아빠와 잠꿈족 왕자, 열한명의 신하, 공주와 왕비를 모두 붙잡아간 상태. 루미는 잠꾸니 왕의 견습

기사 북친과 무정부주의자 비앙키와 함께 그들의 구출을 계획한다. 드까오르 공작이 잡아간 열두

명의 사제단과 그들의 카프리콘 모듈, 그리고 드까오르 공작과 에메랄드 기사, 꿈꿈족 로저스 22세

의 딸 이크라케나 공주... 붉은 남작에게 듣게된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의문에 쌓였던 사건의 전모가

조금씩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드까오르 공작을 배후조정하는 또 다른 숨겨진 인물...

드까오르 공작의 꿈통조림 zZ1, zZ2, 아이스크림꿈1이 파괴시킨 루앙과 잠꾸니족, 그리고 인간

계의 위협... 루미와 친구들은 드까오르 공작에게서 아빠와 사제들을 구하고 루앙과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원래 인간의 꿈은 공기처럼 가벼웠다. 그래서 꿈은 새벽이 되면 하늘로 올라갔다.......

그 꿈과 생각들은 영영 사라지지 않고 우주심으로 저장되었다.'             (P. 238)

 

인간의 소망과 바램을 정리하던 꿈꿈족이 인간이 잠자는 동안의 꿈을 정리하는 잠꿈족과 잠꼬대

족을 침범한다는 설정이 역시 독특하게 느껴진다. 이성과 무의식, 비이성의 충돌, 사실 그것들이

담고있는 깊은 의미를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아보인다. 인간의 욕망이 무의식을 지배해버린 사회,

독단과 독선에 고립되어버린, 인간이 스스로 우리 사회를 파괴해버리는 현대문명사회의 모습이

아마 드까오르 공작이나 그의 숨겨진 배후의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소통의

단절, 오로지 지구에서 인류만을 생각하고 다른것들의 지배만을 꿈꾸는 과욕이 얼어붙은 거대도시

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앞서 살펴본 [사부님싸부님] 에서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이유를

인간이 먹이사슬의 가장 위여서가 아니라 세상을 품안으로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욕심과 독선이 아닌 사랑과 소통... <잠꾸니 꾸미>에서 말하려는 것도 결국 이런 내용이 아닐까.

 

잠꾸니들과의 단절이 있지만 아직 잠꿈나무들을 키워가는 꾸니들이 있고 인간들은 꿈을 통해 추악

한 마음과 감정과 정서의 배설물들을 쏟아내 버릴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아직 우리에겐 남아있다.

<잠꾸니 루미> 두번째 이야기는 에니메이션으로 만나도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이든다. 본격적으로
사건의 해결을 위한 루미의 모험이 너무나 흥미롭게 그려지고, 새롭게 등장한 북친과 비앙키, 붉은
남작, 에메랄드 기사의 모습도 너무나 환상적이다. 그 모습들이 일러스트를 통해 생생하게 표현되
어 있어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준다. 쬐그맣고 귀엽기만한 루미가 그려내는 환상적인 모험, 꿈과
관련된 소재와 주제가 담고 있는 상징성, 그리고 아직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숨겨진 음모와 진실
이 또 다음 이야기를 무척이나 기대하게 만든다. 큰 눈속으로 빠져들것 같은, 루미가 그려내는 환상
동화 <잠꾸니 루미 2> 또 그 매력에 흠뻑 빠져버리고 말았다. 마지막이라는 아쉬움과 기대를 동시
에 갖고 루미와의 세번째 만남을 손꼽아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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