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녀석들의 유쾌한 수다
김민수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시대는 바뀌었고 이젠 뭐든 섞어놔야 대접받는 글로벌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P.08)

평범함이 미덕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독특하고 상징적이며 개성강한 사람과 디자인, 문화가

인기를 끌고 사랑받는 시대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모습이다. 너무나도 익숙해진

세계화니 글로벌이니 하는 말들과 함께 어느새 우리 곁에는 퓨전, 크로스오버, 뉴에이지... 등등

정말 별난 녀석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비보이와 가야금중창단의 공연, 사물놀이를 비롯해 해금,

아쟁과 서양악기들이 어울린 퓨전 국악이 인기를 끌고, 팝페라가수들이 사랑받는, 예전 같으면

전혀 친해질 수 없을것 같던 악기와 고유 영역의 문화가 서로 어울려 보다 아름답고 독특한 선율의

감동을 만들어내는 다양한 시도들이 요즘들어 활발해 지고있다. 단순히 음악분야 뿐만이 아니다.

감자와 고구마를 섞어놓은 피자 등 서양과 동양을 어우르는 퓨전 음식, 남성과 여성이라는 단순한

성적 경계를 넘어서는 알파걸의 등장이나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의 동화와 소설들을 뒤집어 보고

이리저리 뒤흔들어놓는 퓨전동화와 소설 등 우리와 관계된 모든 분야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

들이 앞다투어 등장하고 있다. 새로움을 향한 끝없는 갈망이 21세기 퓨전과 크로스오버라는 형식

으로 나타나고 있는것이다. 우리가 원하던 그런 별난 녀석들과의 특별한 만남을 위해 이 노오란 

책을 한꺼풀 벗겨본다.

 

커피를 쏟아버린 거울유령, 폰카를 찍어주는 용왕과 거만한 표정의 토끼, 그리고 왠지 어눌해보이

는 별주부의 표정이 살아있는 표지가 이색적이다. 표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별난 녀석들의 유쾌

한 수다> 속에는 이런 별난 녀석들이 등장한다. 한꺼풀을 벗기면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속 캐릭

터들이 21세기 퓨전이라는 독특한 색깔로 새롭게 태어나고, 현실속 사랑을 테마로한 로맨틱 코미

디와 환상과 공포를 곁들인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아무래도 이 책의 압권은 총3부 중에서 첫

번째 퓨전동화라 생각된다. '사슴의 사주에 의한 나무꾼의 선녀 날개옷 절도사건'이 있은지 어언

8년, 어느덧 두아이의 엄마가 되어버린 선녀는 선녀옷을 찾게되지만 하늘로 올라가는 대신 대한

민국 교육 1번지 강남입성을 위해 날개 옷을 팔기로 마음먹고 지긋지긋한 연못에 갖혀사는 산신

령의 금도끼은도끼와 은밀한 딜~을 하게된다는 [나뭇꾼과 도끼 그리고 선녀]. 용궁에서 쫓겨난

서해용왕의 딸 순과 낙향한 선비 채웅의 러브스토리 [우렁색시]. [꼬마도깨비]에서는 금도끼

은도끼를 빼앗기고 우렁색시 순을 잃게 만든 못된 고을 수령을 혼내주는 꼬마도깨비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그려진다. 별주부전을 뒤집어 보는 [新거북 토끼전]과 시골쥐와 고양이의 교활한 거래

를 담은 [시골쥐 그리고 도시쥐]. 우리가 알던 동화를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비틀어버린 유쾌

발랄한 퓨전동화의 진수가 펼쳐진다. 2부에서는 수원에 살고 있다는 저자의 흔적이라도 묻어있

는듯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로맨스가 주를 이루고, 마지막 3부에서는 기발하면서 조금은 공포스

럽기도 한 [죽음의 그림]을 비롯한 3편의 단편이 담겨있다.





1부에 등장하는 날개옷을 포기하고 강남을 선택한 선녀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현실을 보는 듯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다. 안토니오 지오바니가 디자인한 명품 날개옷에 연연하는 산신령, 간이

식에 보험이 되냐고 묻는 용왕과 의료보험은 안되고 무배당 AIK생명으로 된다고 맞받는 닥터피쉬

코믹한 대화속에도 현실을 꼬집는 해학이 숨어있다. 별주부전에 테마를 둔 [新 거북 토끼전]에는

쌩뚱맞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와 달리기 경주를 하던 토끼가 등장한다. 어렵사리

만난 별주부전의 토끼는 소주병을 날리며 거북이를 십전대보탕으로 끓여 먹겠단다. 용왕과 동창인

산신령... 동화를 한바퀴돌려 비틀고 뒤집어 놓은 듯한 기발한 상상들이 가득하다. 현실을 꼬집는

재치와 고전을 뒤집어보는 독특한 캐릭터들이 퓨전동화를 읽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주고있다.

 

상상마당으로 이름붙여진 3부에서는 단순한 상상만이 아닌 이야기속에 묻어나는 깊은 주제의식들

이 돋보인다. [죽음의 그림]속에 세상에 가장 무서운 존재의 이름이 바로 '가난'이라는 점은 제시

하는 것과 [거울 유령]속에서 비뚤어진 세상속에서 가슴속 상처를 가진 모녀의 치유와 사랑을

이끌어내는 주인공을 매력적으로 그려낸다. [봄이 오기까지]에서는 '봄은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가는 사람의 마음속에서부터 온다'는 요즘 우리현실속에서도 꼭 필요한 주제의식을 선물하

고 있다.

 

옛것속에서 새로움을 찾고 또 그속에는 우리 현실이 담겨있다. 사랑이라는 테마 또한 빼놓지 않으

면서 익숙한 캐릭터들의 새로운 면들을 발견하는 특별한 재미를 선물하는 작품이다. 별난 녀석들

과의 수다와 함께하다보니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른다. <별난 녀석들의 유쾌한 수다>는 해학이

가미된 코믹장르와 열정이 가득한 로맨스, 가슴 서늘한 공포속에 담아낸 주제의식과 현실속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마음가짐까지... 다양한 장르속에 기발한 상상과 깊은 감동을 담아놓은 '노오란

빛깔 가을 선물세트' 라고 소개하고싶다. 이 별난 녀석들과의 또 다른 만남을 기대해봐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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