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
김이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어떤 장르의 소설을 좋아하세요?'

이런 질문에 대한 당신의 대답은? 요즘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역사 팩션소설, 청춘들의 사랑과

열정을 다룬 성장소설, 아니면 흥미진진한 사건과 스릴이 넘치는 범죄추리소설, 전쟁의 참혹성과

사랑을 담아 내는 전쟁소설, 일상의 이야기들을 소소하게 담아낸 심리주의 소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시리즈와 같은 판타지 소설... 그렇다면 이처럼 다양한 장르의 소설중에서 국내문학작품

이 가장 취약한 장르를 하나 꼽으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위에서도 소개했듯 반지.., 해리..시리즈

와 같이 외국작품이 먼저 떠오르는 판타지 장르가 아닐까. 그렇기때문에 어쩌면 앞으로 더욱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가능성이 큰, 한국문학의 기회가 될 장르라고 생각을 갖게된다.

 

환상문학(fantastic literature)은 초자연적 가공 세계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사건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이라고 정의된다. 가공의 세계에서, 혹은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 소재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기때문에, 거기에서 나타나는 현실과의 '단절과 공포감',

'애매성과 의혹'이 나타나게되는데 이것이 바로 환상문학만이 가진 특징이 된다. 한국문학속에서도

조금은 낯선 장르인 환상문학, 그 새로운 도전과 즐거운 모험을 이제 시작해본다.

 

<한국환상문학 단편선>은 9명의 국내 대표 환상문학작가 9인이 펼쳐놓는 짜릿하고 스릴넘치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국내 문학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들었던 새로운 장르의 다양하고 환상적인

모험이 우리를 기다린다. 환상문학이라는 하나의 장르라고 표현되지만 각 단편은 나름대로 독특한

각자의 장르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인공생명체의 갈라테이아의 사랑을 그린 [상아처녀]는 SF과학

소설, [카나리아]와 [사육]과 같이 현실세계에 흡혈귀가 등장하는 공포 혹은 블랙코미디와 같은

장르로, [목소리]나 [과거로부터의 편지]와 같이 요괴와 저주, 법사가 등장하거나, 마법에 의한

저주를 담은 [내가 바란 단 하나의 행복]이나 마법사가 지배하는 세계의 [세계는 도둑 맞았다],

푸른용인 시헬과 우투족의 왕녀 레첸의 모험을 다룬 [용의비늘], 현실과 다른 색다른 공간과 비공정

(飛空艇)에 대한 이야기 [윈드 드리머]등 다양한 판타지소설...이처럼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개성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용의 비늘]을

꼽고 싶다. [용의 비늘]은 우투족의 14번째 왕녀 레첸의 모험을 통해서 저주받은 존재인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되고 그의 아버지이자 푸른룡인 시헬을 통해 진정한 영웅이 되어가는 모습을

담아낸다. 중세의 어느 왕국일 듯도 싶고, 전혀 낯선 세계인듯도 싶은 배경과 용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담아내고 남들과 '다른' 존재에서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는 영웅의 모습을 탁월한 재미로

창조해낸 돋보이는 작품이다. 단편이라는 사실이 너무 아쉽게 느껴진다. 외국 작품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소재와 스토리구성이 특히 맘에 드는 작품이다.



 

"사랑이란 당신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입니다."                    (P. 009)

[상아처녀] 나 [세계는 도둑맞았다]도 너무나 기발하고 참신한 작품이란 생각을 들게한다. 인간이

아닌 존재를 창조한 인간, 마법사가 지배하는 미래사회와 같은 독특하고 참신한 소재가 매력적인

작품들이다. 더불어 이들 작품에 묻어있는 '사랑이라는 테마' 가 더욱 작품의 재미를 더해준다.

[내가 바란 단하나의 행복]에서 남자의 행복을 비는 여자의 마음, [목소리]에서 나오는 원의 가족

을 사랑하는 마음, [용의 비늘]에서 시헬의 레첸에 대한 사랑, [세계는 도둑맞았다]에서 휘지의

선택이 모두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상아처녀]에서 인공생명체 갈라테리아가 느끼는 사랑의

모습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녀가 깨달은 사랑이라는 단어는 "속이고 빼앗고 고통 주는것'(P23)

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누군가를 위해 모든것을 바치는 것에서 속이고 빼앗고 고통주는 것이 되어

버린 사랑의 의미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은 너무나도 커보인다. 사랑이라는 테마가 있기에

더운 환상적이고 사랑스런 작품들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하에서 꿈틀대던 한국환상문학, 그 봉인이 풀린다!'

책의 뒷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다. 국내 환상문학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같아 참 씁슬하게 느껴

진다. 그나마 많은 작가들의 손을 통해 새롭게 탄생된 이번 작품이 정말이지 그 봉인을 확실하게

풀어주기를 기대하고 싶다. 얼마전 국내 작가들의 다양한 환상문학 작품들을 만났다. 동화속여행

과도 같았던 오현종의 [사과의 맛], 역사와 판타지가 탁월하게 어울렸던 이은숙의 [쉐도우], 아이

들을 위한 한가을의 [잠꾸니 루미]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을 만난 것은 너무나 반가웠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책을 만나고나서 국내 환상문학에서 추천할만한 작품들을 찾아보았다. 이영도의

드래곤라자, 눈물을 마시는 새, 그리고 김철곤의 '드래곤 레이디', '룬의아이들', '세월의 돌'의 

전민희 작가의 작품을 많이 추천하고 있었다. 아직 만나보지 못한 작품들이 너무 많아 나 조차도

장르의 편식에 너무 빠져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부끄러움이 들기도했다. 그들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가 또다른 설렘으로 다가온다.

 

새로운 작가들의 새로운 도전과도 같은 환상문학과의 멋지고 즐거운 만남의 시간이었다. 국내

문학의 위기를 많이 이야기한다. 그건 어쩌면 작가들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독자들의 장르에 대한

편식이 한 원인이 아닐까도 싶다. 문학속에서 다양한 장르를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단순히 문학

에만 국한되는 책읽기 또한 배제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책과의 만남은 수많은 작가들의 땀과

노력으로 더 큰 재미와 감동, 환상과 모험, 경험과 지식을 갖게되는 행운과 마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많이 비어있어 더 많이 채울수 있는 기회가 바로 환상문학속에 자리한다.

환상문학이라는 특별하고 돋보이는 친구를 만났다. 더 많은 이들이..'낯설지만 새롭고, 짧지만

인상적인 9인 9색 무지개의 컬러풀한 매력' 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을 거닐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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