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특별한 악마 - PASSION
히메노 가오루코 지음, 양윤옥 옮김 / 아우름(Aurum)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도시의 밤은 낮보다 환하다.

도시에 어둠이 내리면 도시는 수천 수만의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굶주린 사람들의 도시, 그리고

밤! 술이 고프고 사랑이 고프고 섹스에 굶주린 사람들로 도시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새벽까지

이어질 술과 사랑의 대 서사시가 도시의 밤을 수놓는다. 언제부턴가 도시는 그렇게 굶주린 사람

들의 탐욕이 넘쳐나는 곳이 되어버렸다. 갖혀 있던 쾌락을 마음껏 분출해버리는 사람들...

도시는 쾌락과 욕망이 넘쳐흐르는 쓰레기통이 되어버린지 이미 오래다. 사랑보다는 증거나 수단,

무기가 되어버린 섹스로 넘쳐나는 쓰레기통... 그 지저분함속에서 성인?이 한분 계셨으니...

그녀의 이름은? 바로 프란체스코였다!

 

'신의 음유시인()'이라 불리는 가톨릭의 성인 프란체스코! 과거에서 현재의 성인으로

새롭게 태어난 프란체스코, 언제부터인가 그녀는 그녀만의 비밀스럽고 특별한 악마와 색다르고

은밀한 동거를 시작한다. 오래도록 처녀를 지키는 여자에게는 악마가 깃든다는 프랑스 속담 때문

인듯, 그녀에게 작은 악마?가 찾아온다. 어릴때 부모를 잃고 계율이 엄격한 수녀원에서 자라

연애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프란체스코, 어릴때는 모델 일도 했었고 지금은 프로그래머로 어느

정도 인정받는 그녀였지만 그녀에게는 말 못한 고민이 있었다. 순결을 지키기 위함이 아니라

이제 섹스를 포기해버린, 달관녀 프란체스코. 어느날 팔에 나타난 종기에 놀란 그녀는 갖은 방법

으로 종기를 떼어버리려 하지만 종기는 이리저리 옮겨다니더니 결국 그녀의 은밀한? 곳으로 자리

를 잡고 눌러앉아버린다. 그리고 벌써 3년! 이제 그녀는 그 종기와 한집 살림을 하게된다.

고가씨! 오랜 옛날부터 처녀를 지키고 사는 여자들에 옮겨 기생하며 살았다는 그를 그녀는 그렇

게 부른다. 프란체스코와 고가씨의 은밀하고 발찍한 동거속에서 펼쳐지는 첫사랑의 남자와 친구들

의 이야기, 용감한 시민상, [엘리제를 위하여]와 또 다른 사업, 요미오의 비극사건 등 재미

있는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그와 그녀의 낯뜨거운 대화는 처음엔 얼굴을 발갛게 만들지만 얼마

지나지않아 유쾌한 웃음으로 얼굴을 해맑게 만든다.

 

'못~써, 못써, 못써, 몹쓸 여자, 여자~, 여자~, 아무 짝에도 못쓸, 몹쓸 여자.....'

프란체스코의 이 주제곡?은 아무도 원하는 남자가 없는 자신에 대한 원망과 절망을 노래한다.

종교적인 엄격함속에서 성장한 그녀가 원하는 사랑, 그리고 섹스... 첫사랑에 대한 솔직하고

직설적인 표현에 의한 상처, 수많은 남자들이 자신과의 섹스를 거부한다는 생각을 가진 그녀가

갖게된 사랑의 상처가 노랫속에 담겨있다. 고가씨의 막말과 악담속에서도 꿋꿋히 자신만의 소신과

의지를 가진 프란체스코. 그녀의 가슴에도 사랑이 피어나고, 스스로 묶어버린 저주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깨워줄 왕자의 입맞춤을 받을 수 있을지...

특별한 악마와의 은밀한 동거는 그렇게 계속된다.



 

"다양한 형태의 성애가 있고 그것이 두 사람 사이에 있기만 하다면 나는 그 섹스는 몹시

순수한 것이라고 생각해."                                                (P. 249)

현대사회는 성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섹시코드가 하나의 문화가 되어버린 요즘, 누구나 섹시, 섹시

만을 찾는다. 돈이면 안되는것이 없고 몸둥아리 하나면 모든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해

버리는 현대사회, 현대인들. 프란체스코는 그런 사람들에게 단순히 사랑의 순수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성을 이야기한다. '증거'나 '수단' 혹은 어떤 '무기'로서의 섹스가 아니라

책임감있고 순수한 사랑과 성을 이야기한다. 교만과 무례, 이익을 위한 사랑이 아닌 관용과 신뢰

를 동반한 사랑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성의 노예가 될것인가 진실되고 순수한 사랑을 간직할

것인가?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내 안의 특별한 악마> 는 우리에게 이런 물음을 던지고있다.

 

조금 낯뜨거운 소재였다. 하지만 즐겁게 웃을 수 있었다. 입에 담기에도 조금은 민망스런 그녀의

특별한 악마 고가씨! 그녀와 고가씨의 발찍한 대화와 진솔한 소통속에서 우리는 현대인들이 가진

성에 대한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한 그릇된 의식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누구나 자신곁에 고가씨

와 같은 악마를 키우고 있는 지도 모른다. 자신의 행동에 무책임하고 절제하지 못하는 삶속에서

악마와 함께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그렇다면 그건 영원히 악마와의 단순

한 동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 소신을 가지고 순수한 사랑을 꿈꿀 때에야 비로소

특별한 악마를 갖게 될것이다. 그리고 그 악마는 언젠가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오늘처럼 안개 자욱한 어느날 찾아든 오후의 따스한 햇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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