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일 1 - 불멸의 사랑
앤드루 데이비드슨 지음, 이옥진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이것은 화살이 내 가슴에 들어온 세번째 사건이 될 터이다. 첫번째는 나를 마리안네

엥겔에게 데려다 주었다. 두번째는 우리를 갈라놓았다. 세번째는 우리를 재결합

것이다.                                                       (2권,  P339)

사랑!이라는 이름처럼 쉽게 불리는 진부한 말도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TV브라운관을 통해
서도, 영화에서도, 노래와 소설속에서도 사랑이란 말은 인류가 태어나고 사라지는 그날까지

함께 할 영원한 테마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너무 흔한 사랑이야기, 이제 그만 질릴 때도

된 듯 한데 사람들에게는 아직 그만한 매력을 주는 다른 어떤것이 존재하지 않는가보다. 쉬운

만남과 더 쉬운 이별속에서도 사랑은 인간이 가진 가장 고귀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보인다.

사랑을 시작한 여자에게는 날마다 무지개가 떠오르기도 하고, 남자에게는 시인이라는 직업을

부여하기도 한다. 내가 가져보지 못한 물건에 대한 집착처럼 보다 감미롭고 현실과는 동떨어

진 로맨틱한 사랑을 꿈꾼다. 거칠고 나쁜남자와의 아슬아슬한 사랑이나,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운명적 사랑을 동경한다. 한번쯤 사랑에 대한 동경과 환상을 꿈꿔본 사람들에게도 잊지

못할 새로운 사랑이 다가온다. 그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불멸의 사랑!

그런 사랑의 이야기가 우리곁은 찾아온다. 700년이라는 시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감동과

환상 가득한 러브스토리, 이제 그 이야기를 하려한다.

 

'사고는 마치 사랑처럼, 의심하지 않는 사람을 종종 격렬하게 기습한다.' (1권, P14)

잘나가는 포르노 배우, 감독이자, 제작자였던 주인공(나)에게 찾아온 갑작스런 사고, 약에 취해

운전하던 그는 교통사고로 인간 바베큐가 되어버린다. 전신화상을 입고 성기능까지 잃어 버린,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주인공, 사고 후 7주만에 의식을 찾게 되고 죽음의 그림자에서 조금씩

벗어나지만 그가 치료를 받는 유일한 이유는 퇴원할 정도로 회복이 되면 스물네시간내에 죽어

버리는 거라고 다짐하는 그에게 한 여인이 나타난다. 마리안네 엥겔, 정신분열증 환자이면서

가고일 조각가인 그녀는 어떻게 된일인지 그가 태어날 때 갖게 된 가슴 부위의 상처를 알고

있었다. 병실을 찾아온 그녀는 700년전 화상입은 용병을 치료하고 사랑에 빠진 자신, 마리안

네의 이야기를 그에게 들려준다. 그의 아이를 갖게되고 사랑을 키워가지만 운명은 그들을 그렇

게 내버려두지 않은다. 죽음으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그리고 700년후 화상을

입은 자신의 앞에 다시 선 마리안네 엥겔! 그녀는 그에게 그가 치료받고 살아가야 할 이유를

선물한다. 그의 얼굴을 보고 '폭풍이 멈춘 사막과 같아' 라고 말하는 엥겔. 시간을 초월한 그들

의 미스터리한 만남과 사랑은 그렇게 이어진다. 엥겔은 그들의 전생이야기와 함께 짧은 네가지

사랑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대장장이 프란체스코와 그의 아내 그라치아나의 죽음도 갈라

놓을 수 없었던 눈물의 사랑이야기, 비키웨닝턴의 사랑이야기, 아버지와 사랑하는 이의 목숨

을 구하기 위해 비구니가 되고 죽음도 서슴지 않았던 유리세공사 세이의 이야기, 이루어질 수

없는 남자의 사랑을 담은 시귀르드르 이야기... 이 네편의 사랑이야기 속에는 죽음도 갈라놓지

못했던 운명적 사랑이야기들이 공통적으로 담겨있다. 의문에 쌓인 여인 마리안네와 그녀가

들려주는 사랑이야기들속에 담겨진 비밀과 불멸의 사랑이야기가 우리를 진한 감동으로 이끈다.



가고일은 교회나 성당의 지붕 네 귀퉁이에 인간과 새를 합성해 놓은 모습을 하고 날카로운 부리

와 날개를 가진 기괴한 형태를 한 괴물상을 말한다. 이 조각상들에는 모델이 있다. 그것은 기독교

에서 데몬 혹은 악마라는 이름으로 매도된 이교의 신들이다. 가고일을 세우는 이유는 종교적인

믿음을 가지라는 위협과 함께 악령을 쫓는 부적의 역할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이 <가고일>인 이유는 무엇일까? 가고일 조각가이기도 한 마리안네 엥겔, 가고일은 아마도

그녀가 가진 일종의 변치않는 사랑에 대한 신념과 사랑을 지키는 부적과 같은 상징이 아닌가

싶다. <가고일>은 또한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의 패러디라고 한다. 단테에게 지옥을 안내하는

베르길리우스, 단테의 로맨스 베아트리제, 죽음도 가로막을 수 없었던 사랑이 그렇게 <가고일>

속에 담겨있다. 700년이라는 시간의 기다림이 창조해 낸 불멸의 사랑! 그 환상적이고 감동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우리는 쉽게 잊기 힘들것 같다.

 

불한당과도 같던 한 남자에게 다가온 기습적인 사고, 인간 바베큐가 되어버린 그의 절망속에

찾아온 한 낯선여인, 마리안네 엥겔! 그녀가 들려주는 700년전의 이야기와 네가지 사랑이야기

는 재미와 함께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가고일>은 너무나 흔하고 진부해 보일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환상적인 요소와 재미있는 대화형식으로 풀어쓴 매력적인 작품이다. 작품의 재미와

더불어 사랑의 존귀함과 위대함을 새삼 느낄 수 있게해준 감동적인 작품이라 평가하고 싶다.

부제이기도 한 불멸의 사랑을 보고는 한 가수의 같은 제목을 가진 노래를 떠올리기도 했다.

 

영원히 널 사랑해 괜찮아 내 모든걸 준대도, 나 이 세상을 살아도 너 없이는 힘이들어
남아있는 내 삶을 널 위해 바칠께 넌 어려워마,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줘 ...


 

불멸이라는 말은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아니한다는 말이다. 마리안네 엥겔의 시공을 초월한 사랑

과 그녀가 들려준 또 다른 사랑이야기들속에서 이런 사랑도 있구나하는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된다. 불멸의 사랑이라는 감동과 더불어 <가고일>과 같은 사랑을 담아낸 불멸의 책을 발견한

멋진 시간이었다. '사랑'이라는 진부한 언어에 새로운 생명과 영원을 담아낸 신비로움이 가득한

작품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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