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없는 생활
둥시 지음, 강경이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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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제13회 패럴림픽(Paralympics)이 막을 내렸다. 그 이름조차 생소한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라고 생각이된다. 패럴림픽이란 육체가 건강한 사람들의 올림픽에 대응할

만한 장애인들의 올림픽이라는 의미를 가지지만 하반신 마비를 뜻하는 Paraplegia와

올림픽(Olympics)의 합성어라는 설도 있다. 2008년 8월 대한민국을 열광하게 만들

었던 베이징올림픽의 열기는 패럴림픽에서는 좀처럼 찾아볼수가 없었다. 미디어들은

주요경기의 중계는 커녕 패럴림픽에 대한 언급조차 인색하기만했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장애우들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장애인의 날에

한강다리를 점령하는 장애우들, 처우와 복지 개선을 위한 그들의 몸부림을 우리는 그저

그렇게 한번 바라만 볼 뿐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싸늘하고 왜곡된 시선들... 그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 모습이다. 비정상적인 가족, 그들의 이야기속에 장애우들과의 공존과

소통의 의미를 배운다.

 

<언어없는 생활>은 다섯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중국문학소설이다. 비정상적인 가족이

세상의 편견을 이겨내고 그들 나름의 소통과 행복을 그려낸 [언어없는 생활]을 비롯

해서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우는 <살인자의 동굴>, <시선을 멀리 던지다>와 세상

과의 소통을 그려내는 <음란한 마을>, <느리게 성장하기>가 담겨있다.

 

듣고 말하지만 어둠 속에서 아무 것도 못 보는 장님 아버지,

보고 말하지만 고요 속에서 아무 것도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 아들,

보고 듣지만 침묵 속에서 아무 말도 못 하는 벙어리 며느리,

영원히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사람들. 

 

다섯편의 작품중 제목이 되어버린 <언어없는 생활>이 가장 인상깊다. 시종일관 유괘

하면서도 세상과 현실을 꼬집는 작가의 날카로움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가족 모두가 

장애우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그들 가족이 겪게되는, 세상의 편견과 씻을 수 없는

가슴의 상처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다. 몸이 불편해서 아프고 힘겨운 것

보다는 사람들이 그들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과 편견의 그림자, 그리고 일반인들이

지닌 우월감과 이기적인 모습들이 이 장애우 가족을 세상과 동떨어져 고립시키도록

만든다. 세상과의 소통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언어없는 사람들>이다.



 

"말이 적으면 어리석음이 지혜로 바뀐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감사와 사랑, 애정과

희망을 전하는 것은 입이 아닌 가슴에서 나온다. 수많은 말은 예기치 못하는 사이 다른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다가서게 된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가진 생각을 말 할

때에는 가슴속으로 정제하고 다듬어서 모난부분이 없도록 해야 한다. 우리와 다른것은

단순한 차이지 차별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심코 던진 돌맹이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다. 사회적 이슈인 집단 따돌림, 소외, 차별 등 이런 부작용은

앞서말한 작은 노력들이 있는한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언어없는 생활>

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교훈은 요즘 우리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 되고 있는 '소통'

과 관련한 것이다. 정부와 국민간에 나타난 소통의 부재가 아직도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채 평행선을 긋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볼때 비정상적인 가족이 보여주는

가슴 찡한 소통의 이야기들은 작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또한 현실에서 급속히 해체되고

있는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고통스런 현실속에서도 가족이 걸어야 할

길, 희망과 행복을 위한 발걸음이 시종일관 유쾌하다.

 

아마도 비정상적인 것은 우리인것 같다. 한없이 이기적이고, 가족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소통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을 추구하는 우리의 모습이 비정상적인것이지 단순히

우리와 다른 차이를 가진 그들이 비정상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언어없는

생활>속에 2008년 우리의 모습이 담겨있다.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서 공존과

소통, 행복과 사랑이라는 우리 현실에서 가장 요구되는 해답에 가까이 다가간 느낌

이다. 성장과 그늘, 발전과 해체라는 사회적 이슈들은 어느나라나 비슷해 보인다.

<언어없는 생활>은 중국이 겪어나가는 성장통과 우리가 겪고 있는 고민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갖게 만드는 책이다. 중국의 '신생대(新生代) 작가'가 전하는 중국의 사회문제

를 통해 우리의 현실을 돌아본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소중한 지혜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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