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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폴리오 1 - 피와 죽음을 부르는 책
제니퍼 리 카렐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과거로 이어진 역사의 숲길을 걸어가는 일은 참으로 즐거운 여행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가까운 일본, 해외에서까지 역사 팩션 장르의 소설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듯 하다.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들, 예술가들을 새롭게 조명해보고 그들의 실체
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추리 소설이 커다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신윤복
이 여성이었고 김홍도와 사제 이상의 관계였음을 가정해보는 [바람의 화원]과 일본의
대표적 미술가인 도슈샤이 샤라쿠가 사실은 조선의 신윤복이었다는 [색, 샤라쿠]라는
작품이 대표적이라 할 것이다. 일본에서도 [샤라쿠 살인사건]이란 작품을 통해 우리
에게도 관심이 큰 샤라쿠라는 인물을 조명해보기도 하는것 같다. 신윤복, 샤라쿠, 그리고
김홍도... 이런 인물들의 특징은 바로 예술적으로 뛰어난 작품을 후세에 남겼으면서도
구체적인 활동의 흔적과 세부적인 사료들이 현재에 남아있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뛰어난 예술가, 하지만 베일에 쌓인 그들의 모습은 멋진 이야기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또 하나의 미스테리를 간직한 거대한? 인물, 세익스피어. 이제 그를 만나러
그 숲길을 걸어본다.
세익스피어의 실체를 만나기 위한 추리와 험난한 모험이 시작된다. 400년이라는
시간과 공간을 오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느날 하버드 대학교수 로즈는 케이트를
찾아오고 의문의 상자를 건네며 자신을 도와달라고 한다. 과거 그녀의 제자였던 케이트,
세익스피어에 심취했지만 현재는 연극연출 일을 하고 있다. 이후 로즈는 살해당하고
그녀에게 맞겨진 황금 상자속에는 세익스피어의 비밀을 간직한 물건이 담겨져있다.
포스트 폴리오, 그리고 세익스피어의 소실되어 버린 작품 카르데니오 희곡, 카르데니오
와 연관이 있는 죽음의 그림자, 세익스피어와 관련된 수수께끼가 퍼즐을 맞추듯 하나씩
자리를 찾아간다. 윌리엄 세익스피어는 과연 누구인가? 세익스피어와 연관된 비밀을
풀어줄 황금상자속에 담긴 브러치, 미스터리를 풀어줄 열쇠, 실체를 찾아가는 추리,
죽음의 그림자속에서 계속되는 긴장감... 추리소설의 매력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얼마전 만났던 [세익스피어는 없다]라는 책은 세익스피어는 실제 인물이 아니라 바로
동시대의 인물인 프란시스 베이컨이며 그런 사실을 증명해 나가는, 하나씩 하나씩
조각난 퍼즐을 맞추어가던 세익스피어와 만남을 아직도 기억한다. 베이컨이 간직한
출생의 비밀로 인해서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작품활동을 해야했고, 세익스피어가 남긴
작품속에서 베이컨이 바로 세익스피어라는 증거를 이야기한다. 베이컨의 개인기록과
편지들이 세익스피어 작품속에 인용되거나 비슷한 구절들이 많다는 사실, 베이컨의
바쁜 활동시기와 세익스피어의 작품 공백기가 맞아떨어지는 여러가지 증거 등 세익스
피어의 실체는 사실 없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써내려간다. 혹자는 세익스피어를
크리스토퍼 말로위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또 다른 인물을 내세우기도 한다. 세익스
피어가 누구인가는 오랜시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세익스피어 그 자신의 이야기였다
는 설정의 영화, [햄릿]은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베이컨 자신의 이야기라는 설 등
위대한 예술가 윌리엄 세익스피어와 관련한 수많은 작품과 그의 실체에 얽힌 뒷
이야기들은 세간의 관심대상이 되기에 충분해보인다. 이렇듯 퍼스트 폴리오 또한
수많은 비밀과 의문을 간직한 세익스피어라는 인물의 실체를 쫓는 모험이라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보석이 아름다운것은 아름다운 빛을 내기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값진 이유는
그 빛을 내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어둠속에 갖혀 있어야 했고 더 많은 시간을
사람의 땀이라는 위대한 손길로 다듬어졌기 때문일것이다. 세익스피어라는 보석
또한 그렇다. 존재만으로도 아름다운 그의 작품들, 하지만 그 작품들보다 베일에
쌓이고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그 실체를 조금씩 조금씩 우리에게 내어
보이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고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세익스피어는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작가다. 그가 창조해 낸 주옥같은 작품들도 그렇지만
그의 실체를 쫓아가는 더 매력적인 작품들이 있어서 그러하다. <퍼스트 폴리오>는
세익스피어와 관련한 방대한 지식과 미로를 걷듯 실체를 찾아가는 추리의 재미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다음에 계속....이라는 말은 아쉽기도 하지만 더 큰 기대를
가질 수 있어서 좋다. 세익스피어와 다시 만날 그 시간이 무척 그리워질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