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0 열하 1
임종욱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1780년, 지금으로부터 228년전 북경. 대체 그곳에서는 어떤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역사의 강물은 아직도 물 웅덩이를 채우며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고 말한다. 역사는 그렇게 순환하고 반복된다.

2008년 그 어느때 보다도 뜨거운 여름을 맞고 있는 대한민국. 반토막난 한반도, 아침

시간 울리는 알람처럼 반복되는 일본 극우세력들의 도발, 베이징 올림픽을 필두로 세계

중심에 우뚝 서려는 중국의 중화주의와 반한감정, 언제나 세계의 중심에선 경찰국가

미국, 지하자원을 기반으로 다시 세계무대로 나서려하는 러시아, 그리고 EU... 한반도

를 둘러싼 이런 거센 격랑의 파도속에서 대한민국호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새로운

변화의 시기  1780년, 개혁군주 정조의 조선을 위한 지혜와 결단은 현대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가? <1780 열하>를 통해 그렇게 과거와의 대화를 시작하려

한다.

 

건륭제, 중국 청나라의 6대 황제로 '강희, 건륭' 시대 최고의 문화적 전성기를 이끈

중국의 황제이다. 정조, 힘겹게 왕의 자리에 오른 후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끈 조선

최고의 개혁군주로 우리에게 기억된다. 대륙의 지배자였던 건륭제와 조선의 새시대를

연 정조대왕, 그들이 꿈꾸던 19세기 동북아의 밑그림은 그리 화려한 색상으로 채워질

수 없었다. 1780년 건륭제의 고희연을 축하하러간 연암을 위시한 사절단이 휘말리게

되는 의문의 살인 사건, 2008년 열하일기와 관련된 송지명 교수의 살해사건. 시공을

넘나드는 이 두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조선 정조와 청나라 건륭제의 역사속

숨겨진 비밀을 풀어놓게 된다. 정조와 동북아 주변정세, 그리고 국제 관계속에서

펼쳐지는 역사 팩션 소설들이 자주 등장하는 요즘이다. 정조의 밀명을 받은 조선통신사

의 이야기를 다룬 [왕의 밀사]나 정조의 명으로 일본에서 첩보활동을 벌이는 신윤복

의 활약을 담은 [색, 샤라쿠]와 같은 작품이 역사 팩션소설의 인기를 등에 업고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있다. <1780 열하>에서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려하는 동북아

정세를 타계하려는 새로운 파트너로 청나라와 건륭제가 등장하게 된다. 바로 그런

조선과 청의 비밀스런 파트너쉽이라는 주요 테마를 담고있다.



 

열하일기로 유명한 박지원,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그가 아니다. 누구나 알고있는

유명한 그가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정진사란 인물을 전방에 내세우고 있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이중구조, 작가가 이런 구성을 택한 이유는 바로 앞서 언급했듯이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의미와 관련이 깊어 보인다. 과거는 현재를 바라

보는 거울이다. 그렇게 역사는 순환하고 반복된다. 우리가 처해있는 2008년의

대한민국, 1780년 조선의 르네상스를 구가했지만 정조와 건륭제 이후 쇠퇴의 일로를

걷는 조선과 청나라의 모습이 그렇게 투영된다. 시공을 넘나드는 이중구조를 통해

서로 간에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예측과 단서들이 조금씩 비춰짐으로써 이야기

속으로 깊숙히 빠져들게 만드는 재미를 담아낸다. 또한 이중구조를 통해 이야기의

빠른 전개가 돋보인다. 사건이 벌어지고 시공을 넘나들면서 놓여진 퍼즐조각들이

아주 빠르게 하나씩 제 자리를 찾아간다.

 

정말 역사 팩션 장르의 붐(BOOM)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2007년에는

숨겨진 1인치, 조선 다시보기가 많은 사람들의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면 요즘은

백제, 고구려 등 다양한 시대와 더불어 기존의 인물을 새롭게 조명하고 숨겨진

인물을 우리 눈높이로 올려 세우는 한편, 더 넓은 대륙,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기에 이르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역사를 보잘것없는, 나약한

것이라고 단정지었던 생각들이 대륙을 호령하고 만주와 저 아래 열도까지 경영

하던 찬란한 역사를 가진 민족이라는 변화된 새로운 인식과 함께 역사팩션소설의

인기가 더 커져만 가는것같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별볼일 없다고

믿었던 우리 역사와 문화의 자긍심을 되돌아보게 만든 계기가 된 것 같이 이런

문학적으로 가치있는 작품들의 등장이 우리의 비스듬했던? 역사의식과 열등적

사고를 바로잡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기대된다. 또한 많은 외세 침략과정에서

잊혀지고 유출된 역사관련 문화재와 역사서의 새로운 발굴과 올바른 역사정립을

위한 수많은 노력으로도 번져나가길 희망한다. 단순히 과격하고 편협한 민족주의

를 부추기고 옹호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잊혀진 과거를 되찾고 바로세우며 과거

역사와의 수많은 대화를 통해서, 반복되는 愚가 아닌 新과 이 가득한 오늘과

내일을 만들어가자는 의미인것이다.

<1780 열하>를 통해 그런 새로움과 희망이 가득한 대한민국을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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