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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도우 - 스타테이라의 검
이은숙 지음 / 높은오름 / 2008년 7월
평점 :
현재 국내 문학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르는 아마 역사 팩션소설일 것이다. 몇년전부터
불어오기 시작한 사극 열풍과 조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은 작품들이 많은 이들로
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그 다음으로 여성들을 대상으로한 칙릿 소설, 연애 소설들이
주를 이루는 현실이다. 액션이라고 하면 조직폭력배의 삶을 다루고 있고 어두운
뒷골목과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이 대세를 이룬다.
이런 문학 작품의 장르적 한계를 개인적으로는 교육을 획일성과 사회 풍토라고 지적
한 바있었다. 입시위주의 교육과 일정한 틀을 중시하는 사회풍토는 다양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문학과 예술 분야 전반에 걸친 제약과 열악한 환경을 불러오게 된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가까운 일본 문학의 경우 다양한 작가들 다양한 상상과 장르의
한계를 파괴한 작품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에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해서 소설,
영화. 다양한 부문에서 그들의 상상과 모험은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다. 물론 우리에게도
그리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하는 작가와 작품들이 있을 줄로 믿는다.
하지만 아직은 그 기반이 미약하고 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할 것이다.
<쉐도우 - 스타테이라의 검>은 그런 우리 문학의 풍토에서 신선한 바람이라 불린만한
작품이다.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과 개척, 그것이 그 신선한 바람의 시작인 것이다.
페르시아의 공주였던 스타테이라는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대왕과 정략결혼을 하게되고
그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그녀. 알렉산더의 죽음속에서 스타테이라는 그가 무척이나
아끼던 황금의 검을 손에 넣게된다. 이후 그 검은 칭기즈칸과 흑장군이 벌인 투르판 분지
근처의 카라호토 전투에서 흑장군의 죽음과 함께 전설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폭풍을
데려오는 검이라는 알렉산더 대왕의 그 전설속 검에 얽힌 비밀과 그 검을 찾아 떠나는
모험은 그렇게 시작된다.
1930년대 상하이, 종합시사 전문지 [신청년]의 기자인 신유미의 삼촌이 살해되고
그가 가지고 있던 담배의 필터 사이에 끼워진 고고학자 오종록 교수의 명함을 찾아낸
그녀는 삼촌의 죽음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 나서고 스타테이라의 검에 얽힌 이 험난한
모험과 마주하게된다.

한편 알렉산더 대왕의 '황금의 검'을 찾아나선 또 다른 이들이 있다. 대한민국 임시
정부 연통국의 자금책을 맡고 있는 보물사냥꾼 해성과 그의 친구 전문 파이터 김산이
바로 그들이다. 보물을 찾는 또다른 한 무리는 일본군 첩보국의 야마시타 이또 대령과
손을 맞잡은 상하이 마피아 보스인 두웬성이다. 황금의 검의 위치를 푸는 보물일지와
지도를 가진 오교수는 일본군에게 납치 당하지만 해성과 산, 그리고 유미에 의해 구출
된다. 오교수로부터 전설속의 검을 소유한 자가 천하를 지배한다는 이야기를 듣게되는
일행. 전설의 검을 찾아 떠나는 해성 일행과 일본군, 그리고 그들의 여정에 합류하는
건과 타치바나, 황금신발... 등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상하이와 베이징, 항저우,
카슈카르와 타클라마칸 사막, 그리고 투르판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험난한 모험이
그렇게 시작된다.
황금의 검과 보물을 찾아 떠나는 스토리 구성은 얼마 전의 [놈놈놈]이란 영화와 많이
닮아 있다. 일본군과의 대결, 그리고 그 속에서 보여지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활약
또한 그러하다. 이 작품은 또한 고고학과 관련하여 인디아나 존스와도 연결지어지는
부분들이 있어 보인다. 숨겨진 역사속 비밀을 풀고 전설속 보물을 찾아 가는 모험
이 흥미롭다. 이 작품이 이전 영화에서 모티브를 차용했다는 말이 아니라 전작들이
너무 유명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비슷한 장르라는 이유때문에 그 작품들이 연상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작품은 신선한 바람을 선물한다. 역사 팩션에 목메여 있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장르적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폭넓은 선택을 던져주고 있다.
판타지적 요소는 조금 약하지만 액션 모험 소설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하고 싶다. 시대가 담고 있는 아픔을 간직하고 그 속에서 젊음의 열정과
사랑을 조심스레 담아낸다. 모험 액션이라는 장르의 개척과 해성이라는 멋지고 열정
적인 캐릭터를 탄생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존스 교수와 같은 우리곁을 지키는 친숙한
영웅의 탄생 말이다.

"여름의 숨결 사이로 피어나는 한줄기 바람처럼 님의 마음으로 촉촉히 스며드는
글이었으면 합니다."
저자의 친필 사이본. 이 작품은 저자의 말처럼 촉촉히 마음을 사로잡는 그런 작품이었다.
영화 놈놈놈이 사랑 받은 이유는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만주 웨스턴이란 장르는 전혀
어색함 없이 담아낸 연출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 <쉐도우>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해본다. 쉽게 만나보기 힘든 장르적 특성을 캐릭터들의 매력과 웅대한 스케일
속에서 펼쳐지는 모험을 낯설지 않게 묘사하고 있다. 신인 작가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 힘들 정도다.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다는 일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사랑스러운 작품이 탄생한다는 것도 그렇다. 가을의 문턱에 선 시간, 긴 벤치와
따스한 한잔의 커피가 너무나 잘 어울릴 만한 작품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