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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쿼시 - 그림자 소년, 소녀를 만나다
팀 보울러 지음, 유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랫동안 그늘 속에 있다 보면 누구나 그림자가 되는 법이야." (P. 167)
싱그러운 푸른색! 팀 보울러(Tim Bowler) 의 색깔을 그렇게 말하고 싶다.
이번에도 역시 그는 청춘을 말한다. 순수한 영혼, 변화라는 시간을 맞이한 어정쩡한
나이의 청춘이란 이름이 그의 펜 끝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슬프도록 푸르른 하늘,
그 아래 손을 맞잡고 뛰어가는 소년과 소녀! 그들에게 다가온 성장과 변화라는
이름을 팀 보울러는 섬세하고 감성적인 언어로 표현한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청춘
이라는 그 이름속으로 들어가본다.
"네가 원하는 삶을 살기위해서는 일단 행동해야돼. 우울한 표정으로 끌려 다니
기만 한다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될거야" (P. 151)
스쿼시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스쿼시에 재능을 가진 제이미라는 소년에게 펼쳐진
선명한 청춘의 어느 한때를 써내려간다. 평범해보이는 제이미의 가족, 스쿼시를 사랑
하는 아빠와 다정한 엄마. 하지만 아빠는 '더 많은 땀을 흘릴수록 더 높은 목표에
이를 수 있다'는 언제나 반복되는 훈계와 함께 패배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진 인물
이다. 폭력도 서슴지 않는 아빠의 모습, 다정다감하지만 우울증세가 있는듯 순종적인
엄마. 제이미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스쿼시에 대한 아빠의 집착에 조금씩 거부감
을 갖게된다. 제이미는 자신의 비밀일기장에 쓴다. 아버지가 자신을 존중해주길, 그리고
좀더 아버지와 따뜻한 관계가 이루어지길 소망한다고... 하지만 아버지에게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표현하지는 못한다. 그의 유일한 친구 스파이더, 스파이더는 스쿼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제이미와 좀더 편하게 이야기하고 재밌게 지낼 수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러던 제이미에게 어느날 한 소녀가 다가온다. 그의 비밀장소인
창고에 조용히 찾아든 애비. 그를 뒤쫓는 두남자, 아이를 임신한 소녀 애비. 그들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그리고 그런 애비가 자신의 존재와 너무나 비슷하다고 생각
하게되는 제이미. 자신들의 모습이 그림자와 같다고 생각하는 두 소년, 소녀의 험난
한 모험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이야기의 마지막 놀라운 반전과 제이미에게 펼쳐
지는 사건들...

우리는 그림자지만 혼자는 아니야.
네 그림자를 볼 때마다 내가 있다는걸 기억해줘. (P. 296)
이 책의 원제는 Shadows 이다. 누군가의 그늘에 오래 있다보면 그림자가 된다
는 말이 인상깊다. 불확실한 미래, 현재 자신의 모습에 대한 고민, 사회에 나서기전
만나게 되는 가장 작은 사회인 가정의 불화... 이런 여러가지 불확실성과 고민을 가진,
청춘이라는 가장 찬란한 시간을 팀 보울러는 빠른 전개와 섬세한 심리묘사, 상황
설정과 스토리 구성으로 이끌어간다. 스쿼시라는 운동을 통해 우리사회에도 팽배해
있는 맹목적 경쟁과 성적지상주의를 들여다본다. 또한 가정에서 아빠라는 존재의
의미 생각하게끔 한다. 폭력을 서슴지 않는 아빠의 모습, 경쟁에서의 승리 이외에는
안중에도 없는 그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이 가질 고통을 짐작해본다. 비밀일기장속에
담긴 말못할 고민들을 대화를 통해, 동등하고 따스한 관계를 통해 고민들을 해결할
수는 없는걸까?
희망은 부서진 것들 속에서 피어난다.
미래에 대한 갈망과 가능성은 그러한 폐허 속에 존재하는 법이다. (P. 323)
무엇보다 <스쿼시>의 매력은 빠른 스토리 전개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마지막 예상치
못했던 반전의 묘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가장 찬란한 시간, 하지만 그 화려
한 시간속에서 겪어야만하는 상처와 고민, 그리고 아픔. 한단계 도약을 위한 소년의
숨가쁜 발걸음을 통해서 어느새 찬란한 빛속에 녹아내리는 자신의 그림자를 발견한다.
누군가의 그림자가 아닌, 새로운 빛으로 재탄생하는 소년의 모습속에 또다른 나 자신
을 발견한다. 외로움과 수많은 고민! 청춘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그것일 것이다.
그 속에서 자신과 함께하는 누군가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자신은 또 새로운 누군가의
그림자가 되고, 더 나아가 그림자는 새로운 빛으로 우뚝 서게된다. 싱그러운 푸르름을
간직한 어느 한때의 찬란한 시간을 청춘의 덫이 아닌, 청춘의 빛이라 말하고 싶다.
<스쿼시>는 부서진 폐허속에서 찾는 가능성과 찬란한 빛을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말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