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못 정한 책 - 사운드 디자이너 김벌래의 전투일지
김벌래 지음 / 순정아이북스(태경)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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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인생, 김벌랩니다."
전화를 받을때면 늘 반복되는 대사.
이처럼 김벌래 선생님의 인생 모토는 바로 신나는 인생이다.
만화 '밀림의 왕자 타잔'에 환등기를 설치하고 지금의 야외 라이브 극장(?)을 선보였던
그 시절의 꼬마. 그의 신명나는 인생이야기, 소리이야기, 사람이야기가 이 제목을 못 정한책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제 그 소리인생의 세계로 들어가본다.
 
이 책은 사람이야기로 가득하다.
벌래라는 이름을 지어주신 이해랑 선생님,
소리의 길을 알려주신 김벌래의 영원한 스승이신 심재훈 선생님,
소리에 담긴 철학을 들려주신 김종삼 선생님,
보조 소리, 보조 미술이라는 인식의 틀을 벗어나려고 함께 땀흘렸던 윤정섭 작가,
어려운 중학교 시절 꿈을 키우도록 도와 주신 정구영선생님,
그리고 젊은 스태프 4인방의 이야기......
김벌래의 인생에서 사람은 소리의 시작이 되기도 했고 꿈의 시작이기도 했다.
어려운 생활환경속에서 사람은 희망이기도 했고 증오의 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연극과 소리인생에서 많은 스승, 동료, 스탭, 두 아들...은 새로운 소리를 창조하는
열쇠이자, 힘이 되어주었다. 그의 소리의 이야기 속에는 사람의 냄새가 묻어있다.
 
김벌래 선생님의 소리이야기는 듣는 사람을 흥미진진하고 신명나게 한다.
옛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그렇듯, 저자는 신명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속에 빠져들지 않을 능력이 나에게는 없다. ^^
우리가 TV 에서 보아왔던 인상적인 CF의 대부분이 벌래 선생님의 작품이라는 사실에
한번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이덕화가 나왔던 속옷 TRY , 브랙닥스 치약의 '뽀드득' 소리,
이소리가 아닙니다. 하는 용각산의 광고, 종근당의 상징이 된 웅장한 종소리,
그리고 펩시콜라의 '펩시' 소리까지...
기발하고 재밌는 광고와 그 뒷이야기들이 신나게 이어진다.
 
어린시절 악극 공연을 보고 연극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갖던 꼬마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연극에 대한 그의 꿈은 사그러들지 않는다. 꿈은 고난을 잊게 한다.
잠시 체신부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동아방송에 입사하고 자신이 꿈꾸던 음향전문회사
38오디오를 만들게 된다. 우리도 잘 아는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V 에 참여하고
올림픽과 EXPO에서 김벌래만의 독특한 소리의 세계를 창조한다. 
  
 


 
그의 소리철학은 적당히가 아닌, 철저한 준비를 통해서 완벽한 소리를 만드는데 있다.
잊혀져가는 우리의 소리를 찾는 작업도 그의 소리 인생에서 빼놓을수 없다.
'한국의 소리 100년, 대한국인' 작업과 에밀레종의 소리를 담는 작업 등..
그는 또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법을 우리에게 일깨운다.
펩시콜라의 광고에서 신시사이져를 사용하고, 도올의 연극 '그 불'에서는 특수저음스피커를
사용하는 등 단순히 과거만을 고집하는것이 아니라 새로운것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적응하는
법을 우리에게 일깨우고 있다.
 
고난이 그에게 신명나는 삶이란 모토를 일깨웠듯이
선생의 기분좋은 웃음속에 그의 힘겹지만 활기찬 소리 인생이 담겨있는듯 하다.
"쟁이에게 은퇴는 없다."
"예술가 보다 '야술가'가 더 좋지않소. 밤마다 한잔 술에 세상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야술가!!"
술한잔에 호탕한 웃음으로 인생을 이야기 할 수있는 멋진 삶을
김벌래 선생님의 [제목을 못 정한 책]을 통해 배워본다.
 
마지막으로 이책의 제목을 지어보고 싶다.
제목은 "우리, 소리 한잔 하세"
소리쟁이, 야술가로서 김벌래의 소리 인생이 담긴 이 책의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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