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의 마법
무라야마 사키 지음, 김현화 옮김 / 직선과곡선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지난해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며 아쉬워하던 시간이 떠오른다. 첫눈이 살짝 흩뿌렸고, 한 해가 거의 마무리되는 느낌의,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11월의 쓸쓸함이 느껴지던 시간이었다. 그 때, 흣흣한 가슴에 따스함을 전해주던 책 한 권을 만났었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그렇게 차가워지는 계절에 책 냄새 물씬 풍기며 따스함을 선물해주었던 작품으로 기억된다. 길었던 겨울을 지나 계절은 어느새 봄의 꽃들이 만발할 준비를 하는 시간에 접어든다. 그리고...

 

마법과도 같은 가슴 따스한 이야기와 다시금 마주한다. 무라야마 사키!는 지금 만나려는 이 작품을 보고 '오후도 서점 이야기'의 자매작이라는 표현으로 말하고 있다. <백화의 마법>은 바로 일본서점 대상 후보작을 2년이나 배출한 무라야마 사키의 2018년 작품이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가 중소도시의 오래된 백화점내에 있던 서점을 배경으로 그려졌던것 같이, 이 작품 역시 바로 그 호시노 백화점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소속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제목처럼 마법과도 같은 이야기와 마주하게 되는 상황을 그려낸다.

 

'이 백화점에 마법을 부리는 고양이가 있다던데, 진짜예요?'

호시노 백화점에는 오래전부터 마법과도 같은 전설이 전해진다. 백화점 정문 현관 옆 탁트인 높은 천장에는 스테인드글라스에 그려진 흰 아기 고양이가 있다. 바로 이 아기 고양이가 천장에서 백화점을 늘 내려다보면서 소원을 이루어주는 마법을 부린다는 것이다. 호시노 백화점의 수호신, 특히 아이들은 이 흰 아기 고양이에 대한 마법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진짜로 믿기도 한다.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의 아기 고양이! 이제 그 특별한 마법이 시작된다.

 

 

호시노 백화점에서 1년차 엘리베이터걸로 활동하고 있는 마쑤우라 이사나, 이 백화점 지하1층에서 모모타 제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모모타 사키코, 별관 6층 매니저로 있는 사토 겐코, 별관 2층 자료실 직원인 사오토메 이치카, 백화점 도어맨인 니시하라 다모스.... 하는 일이 저마다 다른 것처럼 각자의 특별한 소원을 간직한 그들이 마법에 빠진 호시노 백화점에서 흰 아기 고양이를 만나게된다.

 

하늘을 헤엄치는 고래를 보고 싶다는 이사나도, 고등학교 시절 밴드 보컬이었던 사키코는 다시한번 노래하는 것이 소원이다. 호시노 백화점에서 어머니를 잃어버리고 혼자가 되었던 겐코는 어머니를 만나고 싶다는 소원을 말해본다. 과거의 명성을 잃어버린 쇠락해가는 백화점, 마법의 아기 고양이는 호시노 백화점을 되살리고 많은 이들의 소원 또한 이루어주는 특별한 마법을 선물해줄수 있을까? 책의 마지막 '백화의 마법'에서 그 특별한 시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리고 호시노 백화점의 첫 컨시어지 세리자와 유코는?...

 

무라야마 사키의 전작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책을 통해 깊이있는 감동과 따스한 선물을 많은 이들에게 건네주었었다. 작은 책 하나가 이 세상을 따스하게 할 수 있을까? 물론 그렇다. 그리고 이번에는 마법같은 흰 아기 고양이 한마리가 선물해주는 특별한 이야기로 우리는 삶의 위로를 받게 된다. 아이들에게, 그리고 어른들에게도 작은 희망을, 힘겨운 일상을 벗어날 작은 희망같은 판타지를 선물해주는 시간은 그래서 꼭 필요하고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어린 시절 휘황찬란하던 백화점의 조명들이 떠오른다. 지금이야 흔하디 흔한 삶의 일부분이지만 그 당시 백화점은 갖고 싶은것 먹고 싶은 것들로 가득한 선물같은 공간, 판타지로 가득한 그런 특별한 장소였었다. 그리고 그 장소는 아이들에게 소원 창고와도 같은 곳이었다. 호시노 백화점, 마법의 흰 아기 고양이가 그려내는 <백화의 마법>은 바로 이런 우리의 어린 시절, 소원 창고속 판타지를 꺼내어 놓고 있는 것이다. 혹시 언제고 소원을 들어주는 그 하얀 아기 고양이를 만날지도 모르니, 흐뭇한 미소와 함께 작은 소원 하나쯤 생각해두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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