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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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내 누군지 아니?" 영화 범죄도시에서 장첸이 뱉은 이 대사는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인상적인 한 마디로 기억된다. 장첸의 인상이 너무나 강했지만 그래도 마동석이 연기한 마석도 형사라는 캐릭터 역시 지금까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던 독특함이 가득했었다. 깡패보다 더 깡패같은, 조직들의 이권 다툼속에서 그들을 이용하기도하고 나름의 룰과 롤을 정해 일정한 간격을 둠으로써 경찰에도, 조폭들에게도 서로 윈윈하던 마석도 형사의 모습은 역시나 신선하기도 하고 색다르기도 했던것이 사실이다.


<고독한 늑대의 피> 속에도 그런 베테랑 형사님이 등장하신다. 구레하라 동부서 수사 2과의 폭력단계 반장 오가미 쇼고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두말 할 필요 없이 수많은 수상과 표창으로 대변되는 베테랑이면서도 그에 맞먹는 징계를 밥먹듯 챙겨드시는 오가미의 모습이 이채롭다. 이 작품의 배경은 일본에서 폭력단 대처법이 생긴 1992년 4년전인, 야쿠자조직들의 활동이 활발하던 시기의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어느날 한 남자의 실종사건이 벌어지게 되고, 오가미가 이 사건을 맞게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미 영화로도 만들어져 올해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는 이 작품은 일본의 중견 연기자 '야쿠쇼 코지'가 연기해 오가미의 캐릭터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뛰어난 직관과 통찰을 가지고 그 어떤 경찰보다도 최고의 실적을 자랑하는 베테랑 오가미에게 이 실종사건이 단순한 것이 아닌 폭력조직이 개입된 사건임을 직감적으로 인지하게된다. 이 과정에서 폭력단 사이의 충돌과 총격, 살인 미수까지 쉴 새 없이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 빨려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한장의 투서가 날아드는데...



'폭력단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아. 인간은 말이지, 밥을 먹으면 똥을 눠야 해. 밑을 닦을 휴지가 필요하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폭력단은 화장실 휴지 같은 거야. ... 우리의 임무는 야쿠자가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감시하는 일이야. 나머지는 도를 넘는 녀석들을 없애기만 하면 돼.' - P. 213~4 - 


폭력단과 경찰 조직 사이를 줄타기 하는 고독한 늑대!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신참 형사 히오카의 눈에 비친 오가미의 경찰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하나씩 하나씩 껍질을 벗어낸다. 야쿠자와도 호형호제하기도 하고, 어떨땐 비리 경찰들의 목덜미를 물기도 하는 제대로된 줄타기의 전형을 보여주는 독특한 캐릭터 오가미 반장의 모습에 처음은 조금 어색하다가도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정의감 넘치는 그의 매력에 빠져버리고 만다.


수많은 경찰 소설들이 있지만 조금은 더 사실적이고 있음직한, 아니 어쩌면 오가미처럼 살아가기가 오히려 더 힘들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기존의 경찰 소설들과는 또 다른 재미를 전해주는 하드보일드 경찰 소설이다. 치밀한 구성과 쉽게 빠져나오기 힘든 몰입감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이야기속에 빠져든다. 반전과도 같은 예상치 못한 결말에 뒤통수를 얻어맞기도 한다. 특유의 선 굵은 이야기와 가끔씩 녹아있는 유머가 재미를 더해주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전해주는 감동 역시 빼어놓을 수 없다.


유즈키 유코의 첫 만남이 너무나 인상적이다. 소설을 만나고 난뒤 기회가 된다면 영상으로도 이 작품을 만났으면 싶다. 조금은 더 확실한 이미지를 가진 캐릭터들이 그려낼 이야기들에 조금더 몰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그녀의 또 다른 작품들 역시 드라마로, 영화로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그만큼 그녀가 창조해낸 캐릭터들, 촘촘한 이야기들이 영상으로도 매력적으로 그려질수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긴 사내, 혹은 더러운 세상을 청소하러 내려온 천사! 이런 이중성을 가진 오가미, 그런 그가 많이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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