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어느길로 가야 하는지
가르쳐줄래?" ...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달렸지."
길을 묻는 앨리스에게 쳬셔 양이가 해준 이 대답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르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쳬셔 고양이의 이 대답은 길을 잃은 이들에게 삶으로 걸어갈 길이 무엇인지를 들려주는 말이라고나 할까? 갈 길을 잃고 헤메이는 이들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어준 어린 날의 동화가 '고바야시 야스미'라는 작가에 의해서 <앨리스 죽이기>라는 이름을 가진 독특한 미스터리 장르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리고 어느새 '죽이기 시리즈'라는 애칭을 갖게 된 이 시리즈는 호두깍기 인형의 모티브를 차용한 '클라라 죽이기'를 통해
시리즈의 구성을 더욱 탄탄하게 구축해가고 있는중이다.
이번에는 '오즈의 마법사'속 도로시를 그 죽이기 시리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너무나 오래된 동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볏집으로 만든 허수아비, 나쁜 마녀의 저주를 받아 양철로 변한 나무꾼 닉 초퍼, 그리고 겁쟁이 사자까지 주옥같은 캐릭터, 도로시와
친구들의 모습과 이름은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앨리스에 나온 쳬셔 고양이의 선문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 역시
고바야 야스미의 이 시리즈가 가진 미스터리, 길 잃은 이들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로시 죽이기>, 도로시 일행 앞에 나타난, 죽음의 사막에서 발견 된 말라비틀어진 동물의 사체 같아 보이는 아주 중요한
등장인물이 이번에도 등장한다. 바로 도마뱀 빌이다. 어쩌다 이상한 나라에서 떨어져 오즈의 나라에 와버리게 된 떠버리 도마뱀 빌, 그리고 그런
빌을 다시금 이상한 나라로 돌려보내려 하는 도로시 일행의 노력! 이쯤에서 고야바야 야스미의 세계관이 독자들의 눈앞에 나타난다. 도마뱀 빌의 원래
고향인 이상한 나라, 그리고 클라라 죽이기에서 다가갔던 호프만 우주, 그리고 이제 다시 오즈의 나라! 그리고 '아바타라'로 연결된 지구의 이모리
겐.

'아바타라'는 우리가 영화 '아바타'에서 보았던 그 의미들과 상통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원래 아바타라라는 말은 '분신'이라는 의미로
산스크리트어 '아바따라(avataara)'에서 왔다고 하니 아바타라의 의미 역시 이와 같다고 볼 수 있을것 같다. 어쨌든 이상한 나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빌을 위해 도로시 일행은 오즈의 나라를 지배하는 독재자 오즈마의 궁전으로 향하게 된다. 그런데 오즈마 여왕의 생일날 경비를 맡은 진저
장군이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우리의 히어로 도마뱀 빌이 이번에도 기꺼이 사건 해결을 위해 여왕의
시녀 젤리아 젬과 활약에 나선다.
강력한 마법으로 보호되는 여왕의 궁전, 과연 누가 진저 장군을 죽게 한 것일까? 오즈에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인물은 오즈마 여왕을
포함해 오즈의 마법사와 착한 마녀 글린다가 있다. 이들을 포함해 생일 파티에 참석한 이들도 거의 대부분 자신들의 알리바이가 있는 상황에서 빌은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 그러던 와중에 잔혹하게 도로시마저 죽임을 당하게 된다. 범죄 없는 오즈의 나라에 발생한 이 이상한 범죄의 해결을 위해
오즈와 아바타라로 연결된 지구를 오가며 수사를 이어가는 빌과 젤리아 젬, 이모리와 줄리아는 과연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동화와 새로운
미스터리가 접목된 색다른 이 이야기는 재미를 더해간다.
작품의 시작부터 주고받는 도로시와 그녀의 친구들의 대화는 만담이라도 주고 받는듯 신선한 즐거움을 전해준다. 그와 더해 떠벌이 도마뱀 빌이
그려내는 장면 장면들은 매번 웃음을 전해준다. 아바타라로 오즈와 지구가 연결되어 있다는 독특한 세계관이 역시나 이야기의 전반에 걸쳐 색다른
재미와 관심을 갖게 만든다. 살인 사건의 발생과 해결 과정에서 드러나는 작가가 가진 세계관 그리고 그 속에 담겨진 궁극의 가치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어떤 것인지 독자들은 마지막에 느낄 수 있게 될것이다.
고바야시 야스미의 죽이는 시리즈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떠벌이 도마뱀 빌이 한동안은 자신의 고향인 이상한 나라도 돌아가지 못했으면 하고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앨리스도 가고, 클라라 그리고 도로시도 가버린 이 시점에 더 많은 동화주인공들을 죽여? 버리려는 시도가 많아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빨간 머리 앤도 죽여버리고, 빨간 망토도 그냥 확~, 그리고 키다리 아저씨의 쥬디도 이 시리즈를 통해 만나봤으면 하는 생각이든다.
그만큼 도마뱀 빌도 우리를 자주 찾아와야 하니까 이상한 나라에 돌아가는 길이 조금은 더 멀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요?" 앨리스의 이 질문을 마지막 다시금 꺼내어본다. 대신 이 질문은 이제 앨리스에게서 도마뱀 빌에게 넘져주는게
어떨까? 그리고 모든 독자들에게 건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