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트르타-디텍티브 호텔.  

무려 70유로를 지불하며 간밤의 어둠속을 달려온 곳이다. 이 호텔은 각 방마다 탐정들의 이름이 붙어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이를테면 '셜록홈즈 방'하는 식이다. 

이곳에서 두사람은 짧은 밤을 보내고 다음날이 밝자 서둘러 밖으로 튀어나왔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따. 바로, 한국으로 소포보내기!  

에트르타 역시 그동안 두사람이 지나쳐온 다른 도시들과다르지 않게 매우 청결하고 단정한 곳이었다. 숙소를 나서 골목을 잠깐 걷다보니 우체국이 다시 나타났다. 두사람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그곳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으로 소포보내기에 성공했다. 물론 간단하지는 않았다. 여기서도 짐부피에 맞는 박스가 없어서 근처 문구점에서 박스를 구해 넣고 테이프로 포장을 하여 무게를 달아 배편으로 보내기를 시도한 것이다. 요금은 101유로!!!!!   

요금이 엄청났지만 두 사람은 '아 여기가 한국과 많이 멀어서 배편으로 보내도 이렇게 요금이 비싼가 보다..'하며 일단 짐을 덜었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기로 했다. 

그러나 9월말 여행 막바지, 파리에서 다시 한국으로 보내야 할 짐이 생겨서 또 한번 우체국에 갔을 때 두사람은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에트르타에서 그들이 보낸 짐은 배가아닌 비행기로 한국에 보내졌으며 책이외의 어떤 물건도 배편으로 보낼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그제서야, 한달여가 지나서야 에트르타에서 두 사람은 정말 멍청한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이미 소포는 비행기를 타고 3-4일만에 한국에 도착하여 (나중에 한국의 가족과통화하다 알게된 사실...) 집구석에서 여독을 풀고 있었다니!  

분명히 두 사람은 배편으로 보내는 요금은 그렇게 비싸지도않다는 정보를 이미 가지고 있었는도 그런 바보같은 짓을 저질렀다니...그러나 사실 그렇다고 해도 그 짐은 반드시 한국으로 보낼수밖에 없었으므로 비행기편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그당시에 알았더라도 뾰족한 수는 없었을 테지만 말이다.

그 일은 막상 현지에서 직접 부닥치다보니 긴장해서인지 , 아무리 대화에 능숙하다 해도 외국어를 해야 하는 이방인으로서는 의사소통에 분명한 한계가 있었음을 깨달은 사건이었다.  

어쩌면 여행이 후반으로 들어섰으니 그런저런 사정을 자세히 파악할 여유도 갖게되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낯선 곳에 도착하자마자 2-3일 안에, 아직 혀(불어사용이 능숙한 한사람의 혀)도 잘 풀리지 않은상태에서 우체국에서 소포보내기 미션을 시도했으니 그런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당연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귀도 열리지 않고 혀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충분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두사람은 그저 위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어찌되었든, 미션을 마친 두사람은 그곳에서 꼭 둘러보아야 할  

 <Le Clos Arsen Lupin(아르센 뤼팽 별장)>으로 찾아갔다.  

숙소에서 나와 걸어서 멀지않은 곳에 그 별장이 있었다.   

모리스 르블랑은 유명한 추리소설 아르센 뤼팽 을 쓴 작가이다.    

1864년 루앙에서 출생. 유복한 도매상 집안에서 성장했다. 1880년 노르망디 전역을 자전거로 여행했는데 이 때 섭렵한 에트르타 절벽이라든가 쥐미에쥬 수도원, 센 강어귀의 여러 지역들, 생트-방드리유의 폐허들은그의 작품들에서 끊임없이 등장한다.  

고향이 루앙인 플로베르의 흉상 제막식에 참석한 수많은 쟁쟁한 작가들의 모습에 감명을 받고, 자신 또한 노르망디 출신의 유명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모파상을 열렬히 숭배하게 되었다. 

1905년부터 아르센뤼팽 시리즈를 발표하기 시작하였는데 1921년에 아르센 뤼팽 시리즈가 프랑스인의 애국심과 자존심을 크게 고취시킨 공로로 레죵 도뇌르 훈장을 받기도했다. 

또한 이때 에트르타에 전원 별장지를 구입해서 'Le Clos Arsen Lupin'으로 이름지었으며  이후로 현재까지 '기암성(l'Aiguilles creuse)'과 더불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유명코스가 되었다.

 

 

 

 

 

 

 

 

 

모리스 르블랑이 존경해마지 않았던 '모파상'의 이 사진도 그 방 어딘가에 걸려있었다.  

 

  

뤼팽 별장 입구 안내/매표소. 이곳에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다.   

 

별장 내부 여러 방들에는 모리스 르블랑의 자료는 물론 추리소설 속 주인공 아르센 뤼팽에 관한 많은 자료들로 채워져있다. 관광객들은 추리소설 속 배경과도 같은 여러 개의 방들을 돌아보며 모리스 르블랑과 아르센 뤼팽에 대하여 다시 한번 떠올려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갖게된다.    

 

여러 개의 방을 지나던 중 어느 어둑한 실내의 소파 위에 실크햇과 망토가 놓여있다. 아르센 뤼팽의 트레이드마크인 실크햇과 검은 망토-언뜻보면 시공을 초월하여 그가, 그것들을 걸치고 앉아 자신을 보러 온 이들을 맞이하고 있는 듯. 작품 속에서 멋지게 활약하던 모습이 오버랩되는 듯했다.    

문학은 시간을 초월하여 사람들의 정서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친다.  

에트르타의 자연풍광은 또한 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상상력과 감수성에 커다란 의미를 미쳤음에 틀림없다.  

1941년에 세상을 떠났음에도 7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가 숨쉬며 거닐던 그  장소에는 그 자취가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프랑스, 적어도 에트르타 사람들에게는 모리스 르블랑과 아르센 뤼팽이 하나의 의미있는 역사에 다름아닌 듯 했다.  

깔끔하게 손질된 정원의 모습이며 관광객들을 위한 다국어 서비스(영어 불어 일어 스페인어 등 몇개국어로 해설을들을 수있는 헤드셋-오디오가이드)는 물론 관람 후 만나게 되는 기념품 상점까지도...어찌보면 돈벌이에 발벗고 나선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분명 그곳을 찾아온 이들에게 자신들의 문화적 유산을 성실히 알리기위해 노력하고 있는것도 사실이었다. 

그곳에서는 물론 이후로 프랑스나 이탈리아 어디를 가더라도 유명한 관광지에서 오디오가이드를 받을 수 있는 언어중에 일본어가 있다는 사실은 두 사람에게는 당혹감과 충격이었다. 세계속에서 그들의 위상이나 국력 따위가 피부로 느껴졌다고나 할까.... 언제쯤 우리도 오디오가이드헤드셋으로 한국어 설명을 들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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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 2011-02-20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것 보라구, 내 '혀'가 문제였다기보단
그 우체국 할망구의 덤벙대는 설명이 부실한 탓이였다니깐두루....

그나저나 내 '혀'는 알코올이 쫌 들어가줘야 수울수울 풀리는데 말이야....


대자 2011-02-24 15:3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알콜이 들어가면 풀린다기보다는...글쎄...

한사람 2011-02-24 17:5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에혀... 하긴, 그것도 다 소싯적 얘기다...

alma007 2011-02-20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에르 바야르가 '셜록 홈즈가 틀렸다'에서 문학 속 인물이 현실과 허구를 넘나든다는 얘기를 다시 듣는 듯한 기분이네요.